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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모순된 천의 얼굴을 가진 천재… 죽어서도 세상을 움직인다

by한국일보

젊은 시절 해커로 당당히 활동하다 앱스토어 만든 뒤 저작권 주창자로

애플 광고 구호 '다르게 생각하라' 아이폰 생산엔 적용 안해

세금포탈·中 노동자 인권에 눈감아

오늘 4주기… 생애 다룬 오페라 제작

새 아이폰 첫 주 판매 1000만대 넘어

모순된 천의 얼굴을 가진 천재… 죽어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5일로 4주기다. 애플사의 웹페이지(remembering steve jobs)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스티브에 대한 기억을 내보내고 있다. 그의 손에는 이제 아이폰이 없지만 최근 출시된 아이폰 새 버전 6s는 한 주 만에 1,000만대가 팔렸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아이폰에 심어놓고서 죽어서도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그가 뿌린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수억 만 대가 잡스의 모습을 담은 채 살아 세상을 돌아다닌다. 올해에만 그에 관한 전기 영화와 극영화가 하나씩 만들어졌고 그의 생애를 다룬 오페라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잡스는 1970년대에 애플 컴퓨터로 PC의 빅뱅 시대를 열고, 1980년대에는 맥킨토시 컴퓨터를 시장에 선보였다. 자신이 영입한 콜라 장사 스컬리에게 쫒겨나 픽사로 재기한 그는 1997년에 쓰러져가는 애플을 일으키기 위해 다시 애플에 복귀하였다. 2001년에는 아이팟을 출시해 사람들에게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천 가지 음악’을 선사했다. 2003년에는 음악을 제공해주는 대신 아이튠스 스토어를 열어 사람들이 돈을 지갑에서 꺼내도록 만들었다. 2007년에는 아이폰으로 포스트PC 시대를 열면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iPhone, therefore i Am’의 시대로 대체시켰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욕망을 디자인에 담으려 노력했고 어정쩡하게 절충하지 않으면서 완벽에 이르러서야 작업을 끝냈다. 그는 사업가로는 드물게 수많은 팬을 거느렸고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모순된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스티브 잡스는 누가, 그의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천 개의 얼굴로 나타난다. 잡스는 “사각구멍 안의 둥근 못”처럼 모순덩어리였다. 그는 컴퓨터 천재로 보이다가, 청바지를 걸친 유능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나타나다가 돌연 히피의 얼굴을 드러내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로 돌변한다. 그래서 그가 누구인가를 따지기보다 나에게 그가 뭐로 보이느냐를 묻는 것이 더 알맞은 접근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젊어서 해커와 해적 노릇을 하다가 늙어서는 저작권 주창자로 돌아섰다. 그는 ‘자기 잠식’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백만장자 혁신가였지만 노동자에게는 쩨쩨하게 굴었다. 잡스는 “우리가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새로움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강박증을 넘어 혁신을 현실화할 줄 아는 사업가였다. 사람들은 인문학과 기술의 만남, 현실과 상상의 연결, 예술과 기술 결합을 이룬 그를 칭송하지만 그의 성공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연결은 별로 알지도 않고, 알아도 잘 말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애플 잡스의 천재성과 손가락 잘린 중국 폭스콘(Foxconn) 노동자는 눈에 안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천재 자본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구상과 손가락 잘린 노동자의 실행은 수만 마일 떨어져 있지만 아이폰에서 하나가 된다. 그런 연결 없이 애플의 아이폰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이폰에서 좋은 세상만 보고 이런 연관성을 따져보지 않는다. 세금을 포탈하고 중국 노동자의 인권에 눈감는 행태를 보면 그의 모습이 마냥 멋지지만은 않다.

디지털 해적 잡는 선봉에 선 해커

젊은 시절 그는 “해적이 될 수 있는 데 해군은 되어 뭐하나?”라고 말하며 해커 철학의 선두를 달렸다. 그가 2001년 아이튠스와 아이맥을 광고하면서 “립(rip), 믹스(mix), 번(burn)”을 외칠 때만해도 조금은 해커 기질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그는 2001년 아이팟을 발표하고 그 후 2003년에 유료 음원 판매 플랫폼으로 아이튠스 스토어가 성공하자 젊은 시절의 해커 기질을 슬며시 접었다. 잡스는 2003년 아이튠스 스토어에 이어 2008년 앱스토어를 개설하고 디지털 해적을 때려잡는 선봉장이 되었다.


그는 일과 삶에 집중하는 방법을 알았고 그를 실천했다. 일본식 선에 영향을 받은 그는 ‘집중’을 통해 ‘단순함’에 이르려 노력했다. “집중이란 천 개의 좋은 아이디어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기 위해 나머지를 다 버리는 행위다.” 그래서 그는 인생에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조심스럽게 가려낼 수 있었다. 잡스는 구태의연한 생각과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바꿀만한 ‘위대한 제품’과 ‘그 다음(The Next)’에 이룰 꿈에 집중하였다. 잡스는 ‘세상을 바꿀 제품’을 구상하고 디자인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에디슨이 미친 사회 변화에 대한 영향력이 맑스가 미친 영향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위대한 제품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위대한 아이폰은 연결의 기계가 아니라 단절의 기계가 될 수도 있으며, 애플사의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중국의 노동자가 바다 건너에 있음도 사실이다.

‘노동’만 다르게 생각할 줄 몰랐던 잡스

애플로 복귀한 해인 1997년 잡스는 애플의 광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제작하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가 추앙하는 영웅이 누구인가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영웅들은 밥 딜런, 마틴 루터 킹, 존 레논, 무함마드 알리, 간디, 히치코크, 피카소 등이다.


“여기 미친자들이 있다. 부적응자. 말썽꾼. 반항자. 사각구멍 안의 둥근 못. 사물을 다르게 보는 자들. 그들은 규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상유지를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들을 무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가게 만든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미친놈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본다. 왜냐하면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다르게 생각하라’TV 광고).


그는 디자인의 천재였고, 쇼맨십이 뛰어난 경영자였으며, IT업계를 평정한 관리자였다. 잡스는 분명 디자인, 경영과 기술, 그 모든 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와 같은 천재를 다시 보기 힘들 거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멋진 구호는 이상하게도 생산 현장에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에 대한 생각에서 그는 다른 자본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애플 성공은 오랜 집중과 노력의 결실

그의 개인주의적 기질이나 성향, 사생활과 상관없이 잡스와 애플은 분명 세상을 바꿨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하루아침에 성공한 신화 같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에 걸친 집중과 노력이 가져다 준 결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사업가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인생의 성공은 시장에서의 성공이었다. 그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였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잡스는 동기부여와 개발과정과 마케팅의 과정을 꿰어 하나의 실로 엮을 줄 알았고, 하드웨어기기,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시스템 융합을 이루었다. 그는 인문학과 기술을 뒤섞고, 예술과 기술을 만나게 하고, 창의력과 상업 수완을 어긋나지 않게 만들었다. 대립되는 두 지점을 서로 엮는 잡스의 재주는 성공과 실패조차 서로 얽히게 했다. 그의 실패와 성공은 결국 죽음에서 만나 하나가 되었다. 죽음이 그의 성공과 실패를 화해시켰다.


우주에 흔적을 남길만한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유난히도 사랑했던 잡스도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두려움에 시달렸을 것이다. IBM에 엿을 먹이던 잡스의 애플이 이제 IBM보다 거대한 빅브라더가 되었다. 애플도 “오늘 이긴 자가 나중에 패자가 된다”는 밥 딜런의 노래 가사처럼 될 지 모른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 계절 즈음은 우리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그의 말대로 이 세상 누구도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죽음은 원치 않는다. 세상만사가 엉망진창인 ‘헬조선’을 떠나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죽음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종착지이다. 잡스의 말처럼 죽음은 생명체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우리가 사라져야 다른 우리가 살아 숨 쉴 공간이 생긴다. 오래 산 자들이여, 이제 우리 사라지자. 오래된 것들의 사라짐을 준비하면서 세상을 젊은이들에게 돌려주자.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