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브레이커의 혈통을 잇는 캐딜락 CTS-V

[테크]by 한국일보
레코드 브레이커의 혈통을 잇는 캐딜락

캐딜락 CTS-V는 막강한 출력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슈퍼 세단이다.

2018년, 국내 최고 프로 대회인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대표 클래스의 네이밍이 캐딜락 6000 클래스로 다시 한 번 명명되어 캐딜락의 역동성, 강렬한 퍼포먼스를 대표하게 되었다. 그리고 20여 대의 스톡카들을 앞서 달리는 세이프티카로 캐딜락의 고성능 슈퍼세단, ‘캐딜락 CTS-V’로 낙점되었다.


BMW M5와 메르세데스-AMG E 63 계열, 재규어 XFR 등과 같은 고성능 세단 사이에서 그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캐딜락 CTS-V를 서킷 밖에서 만나게 되었다. 6세대 콜벳 ZR1의 LS9 엔진을 얹었던 2세대 CTS-V가 ‘레코드 브레이커’로 명성을 떨쳤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만난 CTS-V는 어떤 가치와 매력을 전할 수 있을까?

레코드 브레이커의 혈통

레코드 브레이커의 혈통을 잇는 캐딜락

2008년, 캐딜락은 2세대 CTS-V를 독일의 녹색 지옥에 내보냈다. 총 길이 20.832km 안에 총 181개의 코너가 이빨을 내보이며 드라이버의 실수를 기다리는 듯한 그 곳에서 CTS-V는 당대 고성능 세단이라 불리는 존재들을 유유히 따돌리며 7분 59초 32라는 기록을 쟁취했다.


이를 통해 경쟁 모델들을 단 번에 ‘셧-아웃’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슈퍼 세단이라는 영역에서 CTS-V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특히 ‘직선 외엔 볼 것 없다’는 미국 고성능 차량에 대한 편견도 완전히 파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2세대 CTS-V의 실적이 파격적인 성장을 겪지는 못했다. 이미 시장에서 M5를 비롯한 경쟁자들의 우위가 상당히 견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굴할 캐딜락이 아니었고, 캐딜락은 지난 2016년 3세대 CTS를 기반으로 하는 3세대 CTS-V를 선보였다.

트렌드를 따르는 슈퍼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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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캐딜락 CTS-V는 기존의 CTS-V가 가지고 있던 레코드 브레이커의 혈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세단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와 노력, 그리고 개선 등을 거쳤다.


이러한 시작은 차체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2세대부터 견고함으로는 돋보였지만 뛰어난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가벼운 체중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기에 효율성과 편의성, 그리고 세단으로서 여러 탑승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조 및 구성의 변화도 많이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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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3세대 CTS-V는 경쟁 모델 대비 작게 느껴졌던 2세대 CTS-V와는 완전히 다른 세그먼트로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체격을 갖추게 되었다. 실제 CTS-V는 이미 기존 2세대 CTS 대비 체격을 키운 3세대 CTS를 기반으로 5,020mm에 이르는 전장을 갖췄다.


여기에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하고 차체의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폭 또한 1,865mm까지 늘렸다. 참고로 전고와 휠베이스는 각각 1,445mm와 2,910mm로 경쟁 차량과 대등한 수준이며 공차중량 역시 1,895kg으로 배기량, 체급 등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다.

여전히 지켜지는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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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의 고성능 디비전 V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혹자는 V8 엔진의 V를 의미하고 혹자는 캐딜락 엠블럼의 V 형태 언급한다. 그리고 일부는 속도, 승리(Velocity, Victory) 등의 V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지난 2004년에는 V가 '열정적인 탐닉, 갈구, 습득’ 등을 의미하는 Voracious를 의미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어쨌든 V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멈추지 않고, 강력한 퍼포먼스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음은 확실하다는 건 분명하다. 실제 3세대 CTS-V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와 타협을 이뤄냈지만 시승을 하며 느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V의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의 CT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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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캐딜락이 새로운 CTS-V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을 때 캐딜락 마니아들은 무언가 뿌듯함이 담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나 랩 타임 등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차량 옆에 세워져 있는 차량 제원의 수치 만으로도 강력한 슈퍼 세단이 탄생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캐딜락 CTS-V의 보닛 아래에는 OHV 엔진 구조에 최신의 엔진 기술을 조합한 V8 6.2L LT1 엔진에 1.9L 용량의 슈퍼차저를 더해 출력을 극대화한 LT4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648마력과 87.2kg.m의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8단 변속기와 최신의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하체를 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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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캐딜락 CTS-V는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순발력은 물론이고 순정 상태에서 320km/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갖췄다. 그리고 세단 최초로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 대의 기록을 격파한 2세대 CTS-V를 압도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예고했다.


물론 성능을 보고는 신형 M5(F90)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실제 신형 M5는 600마력의 엔진과 M xDrive로 정말 가공할 가속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메르세데스-AMG에서도 AMG E 63 S 등을 선보이며 가속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AWD의 가속 성능과 순혈의 후륜구동이 가속력을 비교한다는 건 조금 어폐가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쉽게 닿을 수 없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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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캐딜락 CTS-V의 외형을 보고 있다면 ‘이 차량이 이토록 강력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프론트 그릴이나 과감한 디자인의 전면 범퍼, 그리고 에어 밴트를 마련한 보닛 등을 적용했지만 시각적으로 폭발적인 성능이 느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측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엑셀레이터 페달을 무심하게 밟으면 아마도 어지간한 운전자는 곧바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정말 조금만 밟더라도 풍부한 출력이 전신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낮은 RPM을 유지하고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V8 엔진의 존재감도 곧바로 드러나며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두 손을 더욱 꼭 쥐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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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긴장된 상황에서 머리 속에 남는 건 스티어링 휠과 패들쉬프트의 만족감이다. 캐딜락 CTS-V의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CTS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알칸타라를 둘러 만족감을 높였으며 마그네슘 성형 후 크롬으로 코팅한 패들 쉬프트를 동시에 만지게 되면 그 만족감에 괜히 미소가 나온다.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648마력과 87.2kg.m의 토크는 말 그대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고 운전자에게 딴짓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8기통의 엔진이 맹렬하게 회전하자 1,895kg의 육중한 차체는 그 강렬함을 주체하지 못해 움찔거린다. 어지간한 속도에서도 가속을 하려면 곧바로 후륜이 요동치며 막강한 출력을 노골적으로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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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두려움 같은 감정 이면에는 또 다른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CTS-V의 시트에 앉아 달리는 동안 운전자의 몸을 완벽히 받아주는 듯한 시트 덕에 완벽하게 보호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다만 이렇게 육중한 시트 덕분에 2열 공간이 다소 좁아진 건 아쉬운 부분이다.

강력한 출력만이 아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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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V의 트렁크를 보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는 립타입 리어 스포일러를 볼 수 있고, 네 바퀴에는 차량의 출력을 언제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자리한다. 말도 안되는 형상의 스포일러로 고속 주행 시 차량의 불안정한 움직임을 잡으려는 의지다 담겼다.


게다가 브레이크는 말 그대로 고성능 브레이크의 표본과 같은 시스템이 갖춰졌다. 실제 648마력을 모두 분출한다고 하더라도 CTS-V는 이를 정말 날렵하고 완벽할 정도로 제압하고 억누르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마련해 운전자의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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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V8 엔진의 사운드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실제 출력이나 V8 엔진의 구조 등을 고려한다면 더욱 풍부하고 막강한 사운드가 울러 퍼져야 하는데 RPM이 치솟더라도 투어 모드에서는 제법 고요한 편이다. 물론 드라이빙 모드를 바꿔 스포츠와 트랙 모드일 때에는 조금 더 명확히 존재감을 드러내 다행이었다. 다만 CTS-V가 기본적으로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해 기본적인 사운드가 상당히 차단되어 유입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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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사실 대부분의 주행 성능의 개선을 위해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딜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를 채택했다. 덕분에 듀얼 클러치의 날이 서 있는 변속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육중한 출력을 너무나 매끄럽게 전하며 순간적으로 강한 토크가 발산하며 차체가 균형을 잃는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이에 운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패들 쉬프트를 당기에 강렬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덧붙여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드러낼 듯 하지만 막상 차량의 움직임은 예리한 칼과 같다. 조향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은 무척 일체감이 느껴져 5m가 넘는 차체를 가볍게 다룰 수 있다. 이는 일반 도로, 와인딩 코스 그리고 서킷을 가리지 않고 그 매력을 발산하며 V 시리즈가 가진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장식한다.

데일리카로도 준수한 슈퍼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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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V, 아니 미국차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바로 실내 공간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CTS-V에서는 잠시 거두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실내 공간에 사용된 가죽, 알칸타라 등의 만족감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공간도 성인 남성 네 명이 함께 하기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캐딜락 CTS-V의 일상적인 주행은 무척이나 부드럽다는 점이다. 실제로 캐딜락 CTS-V는 속도를 높이고 코너를 파고들기 전까지는 노면의 충격을 최대한 걸러 탑승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한다. 물론 견고한 차체로 인해 노면의 자잘한 충격이 전해지지만 비슷한 출력, 가격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편안함에 긴장이 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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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달려야 할 때는 명확해 진다. 캐딜락의 무기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인 MRC를 탑재하여 상황에 따른 최적의 차량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반 도로는 물론 서킷에서도 차량의 성능을 100%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만 캐딜락이 전하는 감성은 다른 차량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다. 성능을 이겨가며 차량을 이끄는 기존의 기조와는 달리 차량과 호흡을 맞추며 ‘되도록 편하게’ 하지만 ‘압도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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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차량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고집을 피우면 그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영역과 기계 및 프로그램이 담당할 영역이 나뉘어 있고, 차량이 해야 할 몫을 억지로 뺏으려 하지 않고 CTS-V를 믿고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점: 압도적인 퍼포먼스과 이를 기반으로 완성된 뛰어난 주행 성능

아쉬운점: 국내 시장에서의 인지도 및 브랜드의 빈약한 홍보 활동

그럼에도 합리적인 CT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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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의 차량들은 전통적으로 가격적인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조는 슈퍼 세단의 반열에 오르는 CTS-V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지금 판매되고 있는 캐딜락의 일반 사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CTS-V의 판매 가격은 1억 1,560만원부터 1억 2,980만원까지라 경쟁 모델 대비 적게는 2천만원, 많게는 5~6천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세금이나 유지비용 등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가격에서 오는 차이가 분명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이빙에서는 결코 합리적인지 않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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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제품의 구성도 좋은 편이다. V8 엔진이 부담된다고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리터당 두 자릿수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고 또 편안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시트와 우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귀까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시장, 특히 캐딜락의 판매가 썩 신통치 않은 국내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 강력하고 더 빠른 존재지만 독일 태생이 아니라는 낙인과 드라이빙에서의 ‘불안정성’이 부재한다는 편견 때문에 그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캐딜락이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2018.07.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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