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살 ‘QR코드’의 원리 아시나요

[테크]by 한국일보

검은색은 빛 흡수, 흰색은 반사해 정보 인식

스물 네살 ‘QR코드’의 원리 아시나

QR코드. 게티이미지뱅크

지하철 광고판, 책, 제품, 명함 등의 한쪽 구석, 정사각형 안에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디지털 코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로 디지털 코드를 찍으면 광고 동영상이나 기업 제품 설명 등으로 연결된다. ‘QR코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지난 2016년 11조7,8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9,9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엔 20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QR코드가 어느새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


QR코드는 1994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가 도요타 자동차 전용 부품을 구별하기 위해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바코드 방식이 1차원적인 가로 선만으로는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정 면적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2차원 코드를 개발한 것이다. 기존의 바코드가 20자 내외의 숫자 정보만 저장할 수 있지만, QR코드는 숫자 최대 7,089자, 문자 최대 4,296자를 저장할 수 있다.


QR코드는 정사각형 안 흑백 격자선 위로 다양한 무늬가 입혀진 것이다. QR코드는 크게 3가지 패턴으로 구성된다. 위치 찾기 패턴과 얼라인먼트 패턴, 셀 패턴 이다. 위치 찾기 패턴은 모든 QR코드의 세 모서리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사각형이다. 해당 기능은 QR코드를 인식기가 360도 어느 방향에서 감지하더라도 QR코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 빠른 정보 탐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나침반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인식 및 분석 속도가 빨라져 QR코드란 이름도 ‘빠른 응답’(Quick Response)에서 나왔다.


여기에 얼라인먼트 패턴과 셀 패턴 등이 더해져 QR코드를 이룬다. 얼라인먼트 패턴은 QR코드에 얼룩이 묻거나 또는 일그러지거나 파손된 경우에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셀 패턴은 흑백 점과 흰색 여백을 통해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이다. QR코드에 담긴 데이터 인식은 빛의 흡수와 반사를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이뤄진다. 적외선 센서는 적외선을 방출하는 발광소자와 이를 감지하는 수광소자로 분리돼 있다. QR코드의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흰색은 빛이 반사한다. 적외선 센서는 QR코드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다.


QR코드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바코드와 같다. 데이터 영역의 ‘바둑판 무늬’가 검은색이냐 흰색이냐에 따라서 컴퓨터 2진법 수로 표현되는 ‘0’과 ‘1’을 구분하는 것이다. 바코드의 경우 검은 막대선은 약한 빛으로 반사되고, 흰 막대선은 강한 빛으로 되돌아간다. 해당 신호가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를 통과하면서 빛의 강약에 따라 ‘0’과 ‘1’로 구분된 전기신호로 바뀌어 컴퓨터가 읽어낼 수 있다. 바코드는 정보를 수직선을 통해서만 표시할 수 있다면, QR코드는 가로와 세로 모두 정보를 담을 수 있어, 거리와 넓이까지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QR코드는 크기에 따라서 버전 1부터 버전 40까지 구분된다. 버전 1은 QR코드의 가로와 세로를 각각 21개의 사각형으로 나누고, 버전 40은 가로와 세로를 각각 177개의 사각형으로 나눈다. QR코드는 각각의 작은 정사각형 안에 정보를 담기 때문에 당연히 사각형이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 버전 40에는 숫자 최대 7,089자, 문자 최대 4,296자까지 저장된다.


QR코드의 모습은 계속 변화 중이다. QR코드를 만든 덴소 웨이브는 특허권 행사를 포기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쉽게 사용할 때 QR코드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개발자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4년엔 위치 찾기 패턴만 적용된 초소형 ‘마이크로 QR코드’가 개발됐다. 데이터를 적게 저장하는 대신 아주 작은 공간에도 부착할 수 있다. 반대로 2008년엔 최대 4만 자리의 숫자를 저장, 엄청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장방형 ‘iQR 코드’가 만들어졌다. 개인 정보나 사내 정보 등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인식 제한 기능을 갖춘 ‘SQRC’나 QR코드 안을 캔버스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진위 판정이 가능한 ‘프레임 QR’ 등도 있다. 최근엔 흑백 일색이었던 기존 모습에서 탈피, 일러스트 및 로고 등을 삽입해 독창적인 QR코드를 만들 수 있는 ‘로고Q’(LogoQ) 등 진화된 QR코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QR코드가 널리 쓰이면서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QR코드는 바코드에 비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QR코드에 악성코드나 유해 웹사이트 주소를 담아 유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최근 스마트폰으로 은행 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을 노려, QR코드를 이용하는 신종사기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스마트폰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가짜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거기서 QR코드를 이용한 추가 인증을 요구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QR코드 활용 분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검증된 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곳에서 제공하는 QR코드의 경우 접속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2018.08.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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