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니 먼 섬들이 한눈에

[여행]by 한국일보

한겨울에도 푸르름과 화사함…제주 서귀포 가볼 만한 곳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서귀포 남원읍 한라산 중산간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분홍빛 동백이 활짝 피었다. 서귀포=최흥수기자

한겨울에도 제주는 제주다. 감귤과 양파 밭은 여전히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고, 눈 밝은 여행자는 길가의 들꽃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서귀포 안덕면의 안덕계곡은 한겨울에도 짙은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중문에서 산방산으로 가는 1132번 지방도로 바로 옆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몇 걸음만 내려가면 거짓말처럼 깊은 계곡,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자동차 소음은 일순간 사라지고, 정적만이 가득하다. 웅장한 바위가 깊고 넓은 협곡을 이뤘고, 바위 절벽에서 가지를 뻗은 활엽 상록수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산책로 주변에는 다양한 양치식물이 바닥을 덮고 있어 작은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계곡 입구에는 후기 탐라시대(500~900) 주민들의 거주지였던 동굴 형태의 ‘바위그늘집’ 터도 남아 있다.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바위 협곡에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안덕계곡.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주상절리 아래 동굴 거주지.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하늘을 가린 상록활엽수가 계곡 물에 비친 모습.

안덕계곡을 품은 창고천은 오래 전부터 물 맑고 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소문나 있었던 모양이다. 대정읍에서 귀양살이하던 추사 김정희가 창고천 주변에서 유배 생활하던 권진응을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권진응은 영조의 탕평책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제주로 유배된 인물이다. 차를 즐겼던 추사가 탐낸 건 창고천의 풍광뿐만 아니라 맑은 물도 포함된다. 그러나 안덕계곡도 수난의 시대를 거쳤다. 안덕계곡은 1980~90년대 제주로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이 단골로 찾던 곳이었지만 수질오염과 낙석 위험으로 한때 폐쇄됐다. 주민과 지자체의 정화 노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낙석 보강공사를 완료해 다시 개방한 건 2012년이었다. 2013년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지로 알려진 후부터는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입장료도 없고 약 10분간 산책으로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더욱 매력적이다.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일출 무렵 군산오름에서 본 서귀포 풍경. 붉은 기운이 번지는 바다에 문섬(오른쪽)과 섶섬이 떠 있다.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군산오름 서편으로 산방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군산오름 정상 부근에는 일제가 제주 주민들을 동원해 만든 진지동굴 9기가 남아 있다.

안덕계곡 인근에는 일출과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군산오름이 있다. 해발 300m에 가깝고 능선이 둥그스름한 오름에 비하면 다소 거친 편이지만, 정상에 서면 좌우로 서귀포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서쪽으로는 산방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동으로는 서귀포 시내와 멀리 섶섬과 문섬, 범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과 일출 풍광은 더욱 장관이다. 연말연시 서귀포 중문으로 여행 계획을 잡고 있다면 한번쯤 오를 만하다. 정상 바로 아래까지 찻길이 나있어 산행을 싫어하는 여행객도 어렵지 않다.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분홍 동백이 절정에 이른 휴애리 생활자연공원.

절정의 분홍 동백 반기고, 오름 오르

흑돼지 나들이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돼지빵’

한라산 중산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엔 지금 동백이 한창이다. 20년 넘게 가꿔 숲을 이룬 동백이 11월 말부터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려 지금 절정에 이르고 있다. 진한 붉은 색인 일반 동백과 달리 휴애리의 동백은 겹꽃잎의 분홍빛으로 1월 말까지 볼 수 있다. 육지와 달리 제주는 감귤 수확철인 11월 말부터 12월이 농번기다. 휴애리에서도 감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입장료 외에 5,000원을 내고 한 봉지를 따 가는 방식이다. 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휴애리에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흑돼지야, 거위야 놀자’다. 매시 정각 흑돼지 무리와 거위 떼가 단체로 나들이에 나선다. 높은 곳까지 올라 미끄럼으로 내려오는 동물들의 모습이 불편한 이도 있겠다.

 

서귀포=글ㆍ그림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2018.12.2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