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요금 13만원, '프리패스'로 7일간 전국일주를 했다

[여행]by 한국일보

[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 버스 업계의 ‘내일로’…고속버스 프리패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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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서울 금호고속 우등고속 승차권. 프리패스 이용이라 3만3,200원 요금이 0원으로 표기돼 있다.

코레일의 ‘내일로’는 27세 이하 청년들이 일정 기간 정해진 기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티켓이다. 고속버스 업계도 비슷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고속버스 프리패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8개사의 일반고속과 우등고속을 마음껏 이용하는 상품이다. ‘고속버스판 내일로’라 할 수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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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프리패스 구입 후 승차권을 사는 방법은 일반 승차권 구입 방법과 같다.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거나 터미널 창구에서 발권이 가능하다. 7일권을 13만원에 구입한 후 총 10회 16만원어치를 이용했다.

프리패스의 시작은 2013년 금호고속이 출시한 ‘금호패스’다. 5일권과 7일권 모두 금호고속과 금호속리산고속 노선만 이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듬해 출시된 EBL패스는 8개 고속버스 전체 노선으로 범위가 확대됐지만, 주중(월~목)에만 쓸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드디어 올해 4월 19일 ‘고속버스 프리패스(이하 프리패스)’가 등장했다. 월~목요일만 이용 가능한 4일권(7만5,000원), 주중과 주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5일권(11만원), 7일권(13만원)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제외한 8개사(금호고속ㆍ금호속리산고속ㆍ동부고속ㆍ동양고속ㆍ삼화고속ㆍ중앙고속ㆍ천일고속ㆍ한일고속)의 일반ㆍ우등고속 버스를 주말에도 탈 수 있어서 여행 선택지도 그만큼 넓어졌다. 프리패스 노선 및 운행 시간은 고속버스 통합예매 사이트 ‘코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초 프리패스 7일권을 구매해 전국 7개 도시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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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프리패스 7일권. 13만원으로 고속버스 8개 회사의 일반ㆍ우등고속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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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 동양고속 승차권. 프리패스를 사면 창구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예매할 수 있다.

◇1일, 동양고속 서울→아산(오전 8시25분~9시55분) 7,400원(이하 별도 구매했을 때 요금)


스마트폰에 코버스 앱을 설치한 후 결재하면 실시간으로 프리패스가 전송된다. 원하는 노선, 등급, 좌석을 조회해 예매한 후 승차권을 단말기에 인식하면 여행이 시작된다. 첫 목적지는 충남 아산. 민속 자료를 체계적으로 전시한 온양민속박물관과 외암민속마을, 충무공 이순신의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현충사를 가 본다.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시골보리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티프로 조성했다는 지중해마을에서 커피와 디저트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한 후 온양온천으로 돌아와 온천욕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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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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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탕정면 지중해마을.

◇2일, 금호속리산고속 천안→광주(오전 10시~12시30분) 1만4,200원 / 금호고속 광주→전주(오후 6시5분~7시35분) 1만300원


광주터미널에 내려 곧장 담양으로 이동한다. 영국 병정처럼 늠름한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 메타세쿼이아랜드, 자연이 살아 숨쉬는 대나무 숲 죽녹원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담양국수거리에서 멸치국물국수와 대나무케이크로 출출함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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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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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국수거리에 있는 ‘진우네집’ 멸치국물국수.

전주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콩나물국밥, 수제초코파이, ‘외할머니솜씨’의 옛날 흑임자팥빙수로 입이 즐겁다.


일본 상인의 세력 확장에 대항해 형성된 전주한옥마을은 전통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서양 근대 건축물 전동성당,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어진박물관은 훌륭한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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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교동 ‘외할머니솜씨’의 옛날 흑임자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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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의 한복체험(모델 오미라).

◇3일, 삼화고속 전주→동대구(오전 10시50분~오후 1시40분) 1만9,500원 / 금호고속 동대구→경주(오후 1시50분~2시40분), 5,600원


전주에서 대구를 거쳐 신라의 도읍 경주에 도착해 성동시장으로 향한다. 한식뷔페의 30여 가지 진수성찬에 배가 터질 지경. 소화도 시킬 겸 교과서 여행 1번지 국립경주박물관, 천체 관측을 위해 축조한 첨성대, 신라고분 30기가 모인 대릉원, 화려한 야경을 뽐내는 동궁과 월지를 돌아온다. 신라인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과학 기술의 집합체 불국사는 필수 코스다. 지금은 귀해진 10원짜리 동전에 찍힌 다보탑과 석가탑은 여전히 정교하다. 국보 제126호 석가탑 사리장엄을 전시한 불국사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복경주빵’도 맛보고, 한옥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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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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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명물 ‘이상복경주빵’

◇4일, 금호고속 경주→부산(오후 4시~4시50분) 5,400원


일본 오사카식 카레를 기차로 실어 나르는 이색 레스토랑 ‘에끼카레’는 오감만족의 대명사. 남천동은 빵집이 하도 많아 ‘빵천동’이라 부른다. 달콤하거나 고소하거나, 빵 냄새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 자갈치시장이 내려다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부산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부산타워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이 압권이다. 해운대해수욕장과 2005년 APEC 정상회의기 열렸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도 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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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연동 일본 오사카식 카레 식당 ‘에끼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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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

◇5일, 천일고속 부산→여수(오후 2시50분~5시40분) 2만1,400원


스카이타워에서 2012 여수엑스포를 기억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새콤한 바게트버거도 맛있다. 여수 밤바다를 벗삼아 ‘낭만포차 41번’에서 해물삼합과 은갈치회로 포식한다. 아침 해를 머금은 향일암은 ‘기도발’이 좋다는 이야기에 소원을 빌어본다.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새처럼 하늘을 날며 여수의 정취에 풍덩 빠진다. 돌산갓김치도 사고, 점심은 해산물의 향연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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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만포차 41번’의 해물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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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상케이블카.

◇6일, 금호고속 여수→서울(오후 12시40분~5시) 3만3,200원 / 중앙고속 서울→강릉(오후 6시~8시50분) 2만1,500원


강원도를 가고 싶어서 다소 무리했지만, 경포해변 인근 게스트하우스의 삼겹살 파티에 거짓말처럼 피곤함이 사라졌다. 세계 최초로 화폐 모델이 된 모자(母子) 신사임당과 이이의 추억이 서린 오죽헌, 관동팔경의 으뜸 경포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경포해수욕장은 누구나 아는 강릉의 명소다. 초당마을에서 담백한 순두부로 식사를 한 후, 안목커피거리로 이동해 창 넓은 커피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연탄빵, 강릉바우빵을 곁들이면 더욱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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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해수욕장의 액자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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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안목커피거리 ‘키크러스커피’ 가게의 스위트라떼와 강릉바우빵.

◇7일, 동부고속 강릉→서울(오후 4시~6시50분) 2만1,500원


조금은 무리한 일정, 돌아가는 길에 이용 금액을 계산해 봤다. 7일짜리 프리패스 가격은 13만원, 버스를 탈 때마다 표를 샀다면 16만원이니 3만원을 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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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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