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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부산에서 멕시코까지, 오! 화물선 여행 3탄

티켓 쥐기까지 눈물 콧물...화물선 여행 실전 가이드

by한국일보

STEP 1_화물선 스케줄에 이 한 몸 맞춘다

티켓 쥐기까지 눈물 콧물...화물선

화물선 승객 운송 서비스를 관할하는 해외 대행사나 화물선 회사의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진다.


눈으로 털어봤자 답이 없으니, 메일로 일일이 문의할 것. 본인의 스케줄에 맞는 화물선이 있는지 주절주절 푼 문의 사항을 복사, 붙이기의 과정을 거쳐 동시 전송한다. 없으면? 애걸복걸해도 못 탄다. 화물선의 스케줄에 이 한 몸 바칠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대부분 메일은 ‘대답 없는 너’이기 일쑤. 답변이 없어도 끈질기게 재전송한다. 이때 미리 문의한 회사의 이름과 화물선 스케줄, 답변 여부 등을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태평양 파도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가능하면 대행사를 통하는 것이 동일한(혹은 낮은) 가격으로 비교적(!) 빨리 답을 받아 애를 덜 태운다.

화물선 여행 관련 연락책

MER & VOYAGES, www.mer-et-voyages.info/voyages-en-cargo

CARGOSHIP TRAVEL, www.cargoship.travel

Slow travel, www.independenttraveler.com

The Cruise People, www.cruisepeople.co.uk

Catalina, www.cargo-voyages.com

Maris Freighter Cruises, www.freightercruises.com

CMA CGM, www.cma-cgm.com


화물선 여행 종합 정보

www.marine-marchande.net/Voyager_en_cargos

www.mer-et-voyages.info/voyages-en-cargo www.cargoship.travel www.independenttraveler.com www.cruisepeople.co.uk www.cargo-voyages.com www.freightercruises.com www.cma-cgm.com www.marine-marchande.net/Voyager_en_cargos

티켓 쥐기까지 눈물 콧물...화물선

각종 화물선 스케줄과 가격을 총망라한 MER & VOYAGES 홈페이지. 불어라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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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파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화물선 연락 과정

STEP 2_답변 온 담당자와 밀당을 시작한다

본인의 스케줄에 맞는 회사와 개별 이메일을 주고받는 전투를 시작한다. 승선할 수 있는 화물선의 시기와 가격, 구비 서류를 던져줄 것. 본인의 사정에 따라 ‘밀당’할 회사를 압축한다. 다만 한 회사에 올곧게 집중하기보다 여러 회사와 계속된 줄다리기를 하는 게 화물선 승선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 여러 대행사 중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과 진전을 보았으나 막판에 화물선 금액을 찔끔찔끔 높이고 한국인에게 멕시코 비자가 필요하다고 우겨 크루즈 피플(The Cruise People)로 갈아 탔다(상황에 따라 다르니 색안경 끼고 보지 말 것). 대행사가 특히 한국인을 손님으로 맞아본 경험이 없어 여러 잡음이 많은 편이다. 미래의 한국인 여행자가 늘어날수록 사라질 대목이다.

STEP 3_서류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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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물선 여행이기에, 모든 서류를 사리 나올 정도로 읽고 자필 사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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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증명서의 일부. 징글징글하게도 하단에 이 승객의 의사로서 얼마나 진찰해왔는지 쓰는 대목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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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가까울 무렵, 멕시코 입국 과정이 화물선 내에서 생경하게 이뤄졌다.

화물선의 종류에 따라 필수 서류가 미세하게 다른 편. 준비하라 명한 관련 서류를 빈틈없이 준비했더라도, 이래저래 잔업 처리할 일에 지끈지끈 두통이 시작된다. 이하는 어느 화물선을 타더라도 무적의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준비 항목이다. 사인하다가 손목에 경련이 일어난다.


① 여권 사본(Copy of passport): 이건 새 발의 피, 가장 쉬운 항목이니 친히 받아들인다.


② 신고서(Declaration): ?긴 항해 중 화물선 업체에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동의와 고분고분 선내 법을 따르겠다는 일종의 노예 계약서. 사인만 하면 된다. PDF로 작성해야 하는데, 혹 이를 다룰 수 없다면 직접 프린트에 사인한 뒤 스캔하는 수고가 플러스된다. PDF로 전달했음에도, 버전이 달라 체크와 사인 표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담당자의 푸념을 듣기도 한다. 울화통이 터진다.


③ 의학 증명서(Medical Certificate): 12명 이하의 승객만 나르는 화물선 내엔 의사가 없다. 승선하기 30일 이내 의사로부터 바다 한가운데 내놔도 무탈하다는 건강 진단서를 떼야 한다. 문제는 선박 업체에서 요청한 영문 증명서에 의사가 본인의 이름과 의사 면허 번호(ID)를 넣고 직접 사인하는 것은 물론 병원 직인까지 필요하다는 점. 의사가 체크해야 할 환자 상태 항목이 15가지 이상이다. 친구의 친구인 의사, 교통사고 당했을 때 만났던 의사까지 총동원해 수소문해봤으나 대부분 거절하거나 병원의 자가 증명서만 발행할 수 있단 변고를 들었다. 하긴 우리의 건강에 이상 기류가 있을 시 의사 면허까지 날아갈 수 있는 문제이니 이해할만하다. 결국, 간단한 건강 검진으로 융통성을 발휘한 한 의사에게 은혜를 입었다. 자, 각 병원의 안내센터로 휴대폰에 불을 당겨라!


④ 신분 증명서(Identity form):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 사는지, 여권 내 상세 내용 등을 기록하고 사인한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긴급 연락처도 함께 기록해야 한다.


⑤ 선박 탑승에 관한 정보(General sales conditions): 읽고 동의하면 사인한다. 동의하지 않아도 사인하지 않으면 화물선 여행은 물 건너 갈 것. 사실 이리도 길고 긴 텍스트를 누가 정독할까마는, 특히 취소에 관한 항목은 심도 있게 읽고 지키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 사정이 생겨 못 타더라도 환불의 은혜는 거의 없다는 절망적인 내용도 들어있다.


⑥ 보험 증서와 증명서(Certificate of insurance contract and insurance declaration): 반드시 영문으로 된 보험 증서가 필요하다. 싱글로서 쓸데없이 든 종신 보험이 제값을 하나 싶었건만, 보험 내 송환(repatriation, 문제가 생길 시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조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고로 돈을 써서 영문 여행자 보험을 받는 것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다. 영문 보험을 빠르게 받고 싶다면 따로 문의 센터에 전화해 개인 이메일로 받는다.


⑦ 출국 티켓(Outbound ticket): 유럽인인 탕탕에겐 해당하지 않으나 한국인에겐 필수다. 멕시코에 체류할 생각이 0.00001%도 없어도 멕시코에서 다른 나라로 출국하는 티켓이 필요하다. 어차피 멕시코 여행 후 쿠바에 갈 계획인지라 아바나(Havana)행 티켓을 끊어 제출했다. 혹 본인이 어디로 갈지 행선지를 정하지 않았다면, 어둠의 경로를 이용해도 좋다. 포토숍이란 하늘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티켓을 만드는 거다.


⑧ 멕시코 비자(Visa): 대행사에서 멕시코 대사관에 확인해보라고 거듭 권했다. 이미 멕시코 여행 경험이 있어 없어도 되는 줄 알면서도, 대사관에 문의해 확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대행사 측에서 한국인의 비자에 무지한 결과인데,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하면 된다. 단, 멕시코 입국 시 국경에서 멕시코 입국 비자 카드(FMM, FORMA MIGRATORIA MULTIPLE)는 구입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선장이 모든 승객의 비자를 화통하게 구입하는 바람에, 우린 선원 전원을 위해 술을 쐈다.


⑨ 황열병 접종 증명서(Yellow fever certificates): 대행사에 따라 필수 요건은 아니나 남미 여행을 감행한다면 황열병 접종은 필수! 황열병은 모기가 친히 옮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발열 및 구토 등의 증세다. 환자 중 일부는 14일 내에 사망하는 극악무도한 병이다.


⑩ 기간과 조건(Terms and Conditions): ⑤와 비슷한 서류로, 그냥 읽으면 된다.

STEP 4_눈물 콧물의 발권과 지불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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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증의 티켓을 얻기까지, 대략 한 달이 족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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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기 전 유일한 정거장인 요코하마 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안개의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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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까지? 승객의 짐을 실을 때도 대형 크레인을 이용한다.

'전 세계 화물선 여행 희망자 : 화물선이 허락하는 10명’의 치열한 경쟁 구도. 살 떨린다. 3단계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배 삯을 지불했다. 맘처럼 빠르게 갖춰지지 않는 서류 앞에, 결제는 일종의 담보였다고나 할까. 큰 돈이 묶여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란 결단과 승선을 확증하는 일종의 서약.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잡는 닻이었다.


결제는 프랑스 국적의 탕탕이 전적으로 담당했다. 유럽으로 국적을 바꾸고 싶은 열등감이 느껴지는 대목인데, 한국인이 카드를 사용할 시 2%의 눈먼 수수료가 더 붙는다. 멕시코까지 대략적인 편도 금액인 1,600유로의 2%는 32유로 정도, 4만원이 먼지처럼 날아가는 셈이다. 대행사에 따라 신용카드가 아닌 페이팔(Paypal)이나 송금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의학증명서 같은 몇 가지 서류 준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행사에겐 손해 없는 결재부터 할 수 있다.


자, 결제 및 모든 서류가 완료된 시점에 눈물 콧물의 바우처를 얻었다. 완불했다는 멋없는 영수증 쪼가리가 곧 보딩 패스다. 결론적으로 부산에선 달랑 우리만 탔고, 멕시코에 당도하기 전 마지막 정거장인 요코하마에서 4명의 승선객이 탑승했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