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보상 안되는데… 실손보험 2개 이상 가입자 여전히 많다

[비즈]by 한국일보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 보상’이 되지 않는 실손의료보험에 여전히 2개 이상 가입하고 있는 피보험자들이 13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회사 등에서 가입하는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개인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이들이다. 같은 보험금에 결국 이중삼중으로 보험료를 낭비하고 있는 셈인데, 보험사만 유리할 뿐 소비자로선 중복 가입을 간단히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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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줄지 않는 실손보험 중복 가입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정감사 등에서 실손보험 중복 가입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무소속 장병완 의원은 신용정보원 자료를 근거로, 국내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 수가 작년 말 144만5,000명에서 올해 6월 138만1,000명으로 여전히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복 가입자의 대부분(125만4,000명)은 단체보험과 개인보험에 중복 가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직원을 위해 가입하는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되고도 대다수 개인들이 따로 가입했던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손보험은 기본적으로 중복 보장이 불가능하다. 2개 이상 실손보험에 가입해도 보험금을 두 배로 받는 게 아니라, 보장 한도 내에서 납입 보험료 비중만큼 ‘비례 보상’을 받게 된다. 때문에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그만큼 보험료를 손해 보는 셈이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간 중복 지출된 보험료는 1,372억6,000만원이나 됐다.


이런 현상은 가입자 대부분이 자신의 중복 가입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회사가 가입한 단체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회사가 내는 탓에 직원이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다. 이런 보험료 낭비를 막기 위해 2010년부터 보험업법상 ‘중복계약 체결 확인 의무’까지 신설됐지만, 단체보험은 계약 주체인 기업에게만 중복계약 여부를 알려주면 돼 직원에게까지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은 이에 “단체보험의 실제 피보험자도 보험 중복 가입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보험사에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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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자 추이. 그래픽=박구원기자

중복 가입 피하기도 “복잡“

하지만 중복 가입을 해소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같은 질병ㆍ사고라도 보험상품마다 보장 수준이 다르다보니, 개인 실손보험의 보장 내용이 더 큰 경우에는 단체보험과 상관 없이 개인보험을 유지하려는 가입자도 많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체 실손보험은 보장한도가 낮고 1년 단위 갱신이 대부분이라 장기간 유지한 개인 실손보험에 비하면 보상이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체보험만 갖고 있다가 갑작스런 휴직이나 퇴직 시 실손보험 보장이 사라지는 ‘보장 공백’도 생길 수 있다. 이런 보장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손보험 중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체보험 가입 기간에는 개인보험에서 보장이 중복되는 부분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중지 제도를 활용하면 나중에 기존 실손보험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상품에 가입하는 형태가 돼 보험료 인상, 혜택 축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이 제도의 이용자 수는 6,346건에 그쳤다.


이 의원은 “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유지하면서도 보험료 낭비를 막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019.10.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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