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는 겨울? 세계 곳곳서 추위가 사라진 까닭

[이슈]by 한국일보

‘제트기류’ 정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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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겨울잠(?)에 들어갔다.”


지구촌이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고온에 때아닌 비까지 내리면서 겨울축제를 준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속을 까맣게 태웠고, 일본 삿포로(札幌) 축제도 ‘눈 가뭄’ 탓에 인근에서 눈을 빌려 와야 할 지경이다. 러시아에서는 동면에 들었던 곰이 깨어 나는가 하면,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여름 같은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겨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겨울이 찾아오기는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3주 동안 미 전역에서 눈과 추위가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와 북서태평양 일부를 제외하곤 겨울이 사실상 동면에 들어갔다는 결론이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미 동부 날씨는 ‘춘삼월’에 가깝다고 신문은 전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은 미국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상 기후로 남원 남꽃ㆍ평창 송어ㆍ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전국의 겨울 볼거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겨울축제의 대명사 ‘화천 산천어축제’ 역시 개막일이 두 차례나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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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고장’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에도 역대급으로 눈이 오지 않아 축제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은 31일 개막을 앞두고 ‘삿포로 눈축제’ 주최 측이 교외 지역에서 눈을 옮겨 오는 트럭을 급히 늘려야 했다고 전했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11월 초부터 현재까지 누적 적설량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에 동ㆍ식물도 계절을 착각하는 일이 다반사다. 핀란드 헬싱키타임스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름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이면 이미 시들었을 꽃이 멀쩡히 피어 있고, 숲은 나무로 울창한데다 진작 다른 나라로 떠났어야 할 철새들은 겨울을 핀란드에서 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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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2월 중순쯤에 개화를 시작하는 수선화가 벌써 얼굴을 내밀었다. 현지 CBC방송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밴쿠버섬 사닉튼 지역의 ‘롱뷰 농장’에서 지난해보다 3주 일찍 수선화가 꽃봉오리를 틔웠다면서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가 농부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러시아 옴스크주의 한 동물원에서 겨울잠에 들었던 곰 ‘다샤’가 이상기온을 봄으로 착각해 잠에서 깨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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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인 북반구 이상기온 현상은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올 겨울 들어 유난히 강한 ‘폴라 보텍스(Polar Vortexㆍ극 소용돌이)’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 지방을 도는 영하 50~60도의 한랭기류. 그런데 최근 이 공기 흐름이 남하하지 않고 북극 주변만 맴돌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폴라 보텍스를 극지방에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평소보다 북쪽으로 올라가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차가운 공기가 북극 일대에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북극해 인근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등에서는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고 WP는 덧붙였다. 지난주 그린란드 대륙의 빙하 온도는 영하 66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1년 간 두 번째로 낮은 온도였다. 미 알래스카주 페어뱅크도 최근 평년보다 18도 정도 낮은 영하 40도 전후를 나타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2020.0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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