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갈비, 조리법에 따라 필요한 부위도 달라요

[푸드]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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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는 비교적 갈비에 붙은 살점이 적지만, 양념과 조리법에 따라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래 서울 사람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길이 몇몇 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삼성화재 건물 지하를 통과해 무교동으로 가는 경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안타깝게도 삼성화재 건물의 지하가 개보수되면서 그나마 몇 안 남았었던 일본식 카레집이나 죽집 등도 사라졌으니 통로를 걷는 재미가 팍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수평과 수직 각각 한 번씩 벌어지는 공간의 극적인 전환은 남아 있다. 일단 지하철역부터 연결 통로를 이리저리 거쳐 두 층쯤 높은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수직으로 한 번, 지상으로 올라가 (남포면옥이 있는) 첫 번째 골목을 통과해 청계천에 이르면 수평으로 한 번의 극적인 전환이 이뤄진다.


무교동의 첫 번째 골목은 통행이 살짝 불편할 정도로 좁지만 그래도 언제나 일부러 선택하는 경로다. 심지어 남대문로를 걷더라도 먹자골목으로 일부러 들어가 첫 번째 골목을 통과한다. 엄청난 애정을 품고 있어서? 아니다. 그저 골목 왼쪽에 늘어선 술집들에서 등갈비를 굽는 광경이며 냄새가 음식 자체에 대한 취향을 떠나 서울이라는 도시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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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흉곽이 작아 갈비 근처에서는 실제 넓은 살점이 나오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조리법에 따라 갈비 부위도 제각각

우리는 여러 종류의 돼지갈비를 즐긴다. 찬찬히 살펴보면 실제 돼지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갈비 요리를 먹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에 비해 덩치가 작으므로 돼지의 갈비, 즉 흉곽 자체가 작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흥미롭다. 첫 번째는 조리법으로 분류되는 돼지갈비다. 달달한 양념에 푹 잠긴 채로 식탁에 등장하는, 구우면 놀랍게도 쥐포의 맛이 나는 돼지고기 말이다. 갈비라 부르기는 하지만 워낙 양념에 푹 잠겨 있는지라 이 살이 정확히 돼지의 어디에서 나오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돼지의 해부학을 감안하면 갈비 근처에서 그렇게 넓은 살점이 나오긴 어렵다. 따라서 어딘가 무엇인가 이상하지만 너무 큰 의문을 품어 봐야 분위기가 깨지고 맛도 떨어질 수 있으니 그냥 넘어가는 게 최선이다. 종종 갈비라는 이름에 충실하기 위해 너무 애를 쓰느라 살점이 거의 붙지 않은 갈빗대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고기 옆에 담아 내오는 곳도 있다. 그럼 의심이 한층 더 깊어지지만 그래도 고민하지 말고 고기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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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뼈가 딸려 오는 찜용은 돼지의 흉곽에서도 앞부분을 사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는 찜용 돼지갈비다. 굵은 뼈가 딸려 오는 찜용은 돼지의 흉곽에서도 앞부분으로, 1번부터 4~5번까지의 갈비뼈를 정형해 낸다. 마블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살코기와 비계가 각각 덩이진 채로 이웃하고 있어 그나마 찜에 가장 적합하다. 일반 솥에서 오래 푹 끓여도 좋지만 압력솥을 쓰면 조리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간장 바탕 양념에 생강을 듬뿍 넣고 압력솥에 45분~1시간 일단 고기 자체를 푹 익힌 뒤 압력을 빼고 약한 불에 졸여 맛을 좀 더 들인다. 갓 끓여 내면 맛있지만 하루만 지나면 퍽퍽해지는 살코기를 먼저 먹는 게 좋다. 간간한 국물은 체로 한 번 거르면 맛계란의 바탕으로 알뜰하게 쓸 수 있다. 냄비의 찬물에 계란을 담아 불에 올리고, 물이 끓으면 불도 끄고 6분 두었다가 껍질을 깐다. 이렇게 삶은 계란을 걸러 낸 국물에 담그고 종이행주를 두어 겹 접어 위에 올린다. 종이행주가 국물을 머금으면서 계란이 떠오르지 않도록 눌러 준다. 하루쯤 냉장고에 두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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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바비큐를 할 때는 흉곽의 배쪽에 붙은 배갈비를 사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가 본격적인 흉곽의 갈비다. 수평으로 갈라 둘로 나눠 배쪽, 그러니까 삼겹살과 붙은 쪽을 배갈비(spare rib)라 부른다. 지방 공포증 등으로 인해 돼지가 갈수록 날씬하게 사육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래도 배쪽이니 딸려 나오는 살점이 제법 쏠쏠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방이 많지는 않은 탓에 조리의 난도가 높아, 미국에서는 바비큐의 대표 부위로 꼽히며 온갖 지역 및 전국 대회를 통해 누가 좀 더 맛있게 잘 익혔는지 우열을 가린다. 여름이면 테네시주 등 바비큐가 전통 음식인 남부 지역에 직접 만든 거대한 핏(pitㆍ바비큐 오븐)을 끌고 사람들이 모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갈비가 지나간 자리에 등갈비가 남는다. 무교동의 첫 번째 골목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며 손님을 끄는, 바로 그 부위 말이다. 등뼈와 붙어 있는 갈비대로 배갈비에 비하면 폭도 좁고 살도 뼈를 간신히 둘러쌀 정도로 적게 붙어 있다. 게다가 인접한 부위마저 비계가 적기로 소문난 안심이나 등심인지라 먹을 게 별로 없고 있더라도 대체로 퍽퍽하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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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한 대 단위로 써는 쪽갈비에는 살점이 별로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리하자면 ‘진짜’ 돼지갈비, 즉 흉곽은 소의 팔자와는 정반대로 사랑을 받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부위다. 소의 흉곽도 곡선을 그리지만 동물 자체의 덩치가 큰지라 최대한 직선에 가깝게 뼈와 살을 정형할 수 있는 반면, 돼지는 그래 봐야 원래 먹을 게 없는 부위가 더 작아질 뿐이다. 그래서 대체로 뼈 한 대 단위로 썰어 소위 ‘쪽갈비’를 만드는데 그럼 더 잉여 부위가 돼 버린다. 둥글어서 냄비나 솥에 차곡차곡 많이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면 전체가 열원에 고르게 닿지 않으니 균일하게 구워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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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갈비는 최대한 짝으로 모여 있는 것을 찾아 조리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갈비짝으로 사서 근막은 벗겨 내야

따라서 등이든 배든, 돼지의 갈비는 최대한 짝으로 모여 있는 것을 찾아 산다. 설사 동네의 마트나 정육점에서 이미 한 대 단위로 곱게 썰어 팔고 있더라도 일단은 좌절부터 하지 말고 물어본다. 많은 경우 정육점은 재고를 갖추고 있으므로 썰어 놓지 않은 등갈비를 꺼내 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대체로 이런 음식은 주말에나 해먹을 여유가 나므로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주거래처(?)에 들러 사정을 설명하고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 갈비짝 채로 파는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전국 일일 택배 생활권이니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받을 수 있는데다가 겨울이니 식품 안전도 한결 더 보장된다.


원체 살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도 한국에서는 다른 부위를 내느라 아주 깨끗하게 정리해 파는 경향이 있어 등갈비는 손질할 필요가 거의 없다. 다만 조리 전 갈비짝을 뒤집어 근막이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뿌연 흰색이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근막은 소갈비라면 살코기의 비율이 높고 찜 등의 조리법으로 오랫동안 익혀 부드러워지니 먹을 만하지만, 살도 비계도 없는 돼지 등갈비에서는 일단 양념이 배는 걸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익히고 나서도 먹는 데 걸리적거리므로 벗겨 내는 게 좋다.


돼지 등갈비의 근막은 칼로 벗겨 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오징어 손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갈비짝의 한쪽 끝 귀퉁이부터 근막과 살 사이에 과도처럼 날이 작아 다루기 쉬운 칼의 끝을 찔러 넣어 틈을 벌린다. 그리고 마른 종이 행주로 근막의 끝을 잡아 당기면 얇지만 질긴 막이 쭉 딸려 나온다. 물론 쭉 딸려 나온다고 해서 한꺼번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홀랑 벗겨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뼈 서너 대 분을 한꺼번에 벗겨 냈다면 선방한 것이다. 아무래도 근막이 미끈거리는데다가 착 들러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건너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 것이지만 일단 성공하고 나면 나름의 벗겨내는 쾌감 덕분에 이후로는 순항할 수 있다. 이제 손질이 끝난 등갈비를 조리할 차례다.

바비큐가 되고픈 등갈비 조림

집에 오븐을 갖추고 있다면 등갈비 조림을 시도해 볼 만하다. 재료 목록도 조리 시간도 길어 얼핏 보면 위축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양념은 한데 섞어 주기만 하면 되고 온도가 낮아 조리가 오래 걸릴 뿐이므로 오븐에 넣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잘 익은 등갈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원래 이 레시피는 바비큐를 위한 것이지만 집, 특히 우리의 환경에서 나무를 태워 훈연향(불맛의 일종)을 입히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최대한 흉내를 낸 조림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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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양념으로 껍데기를 씌우면 갈비의 맛과 질감을 한층 색다르게 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흑설탕이 중심을 이루는 마른 양념(dry rub)은 갈비에 맛을 불어 넣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익으며 갈비의 겉면에 껍데기(bark)를 만들어 준다. 직화로 구워 먹는 진짜는 아니지만, 갈빗살과 질감의 대조를 이루는 또 다른 껍데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진짜 바비큐의 세계에서는 껍데기의 색이나 갈비에 입혀진 정도, 맛과 질감 등이 굉장히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바비큐를 흉내낸 등갈비 조림은 단 한 점의 살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발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익되 전혀 퍽퍽하지 않다.


결국 ‘단짠’의 맛을 내주는 마른 양념은 재료의 비율만 맞추면 양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데다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갈비를 한 번 만들어보고 맛있으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밀폐 용기에 담아둔다. 원래 짧은 준비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흑설탕과 소금의 비율만 맞춰준다면 나머지 향신료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대체 및 호환이 가능하다. 코리앤더나 커민, 오향가루, 셀러리 씨, 오렌지 껍질 가루 등 무엇이든 좋다. 사실은 고추장 위주로 제육 볶음 양념을 발라 익혀도 꽤 그럴싸하다. 채 썰어 절인 양배추와 당근을 마요네즈로 버무린 콜슬로와 함께 먹으면 한겨울이지만 여름 분위기를 살짝 낼 수 있다. 더위는 곧 또 찾아올 것이다.



재료


돼지 등갈비 두 짝, 마른 양념, 흑설탕 8큰술, 꽃소금 3큰술, 후춧가루 ½작은술, 고춧가루 ½큰술, 오레가노 ½작은술, 타임 ½작은술, 양파가루 ½작은술, 마늘가루 ½작은술, 생강가루 ½작은술, 조림 국물, 물 1컵 (250mL), 식초 2큰술, 우스터소스 2큰술, 꿀 1큰술, 마늘 2쪽, 곱게 다진다



조리법


1. 오븐을 120℃로 예열한다.


2. 공기나 사발에 마른 양념 재료를 전부 더해 잘 섞는다.


3. 은박지 위에 갈비를 한 짝씩 올리고 2의 마른 양념을 솔솔 뿌린 뒤 손으로 문질러 최대한 골고루 입힌다. 은박지를 여며 갈비를 완전히 감싼 다음 냉장고에 1시간 이상 둔다.


4. 계량컵(없다면 일반 컵이나 공기)에 조림국물 재료를 전부 담아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다.


5. 갈비를 꺼내 제과제빵팬 위에 올리고 한쪽 끝을 열어 조림 국물을 절반씩 나눠 붓는다. 은박지의 끝을 다시 여미고 팬을 흔들어 국물을 골고루 분배시킨다. 예열한 오븐에 넣어 2시간30분 굽는다.


6. 은박지의 바닥에 고인 갈비 조림국물을 냄비에 모아 담아 불에 올린 뒤 절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보글보글 끓인다. 오븐에 브로일러가 딸렸다면 졸인 양념을 갈비 전체에 고루 발라 마무리로 살짝 구워 주고, 없다면 찍어 먹는 소스로 쓴다. 다 익은 갈비는 뼈 두 대 간격으로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2020.01.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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