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한글 댓글 내리고 영어 댓글 올린다”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 폭로

[이슈]by 한국일보

‘좋아요’ 수십 배 받아도 “한글 댓글 차별 받는다” 의혹

‘유튜브 알고리즘 유입 실험’ 주장…유튜브 측 “확인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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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한국어 댓글을 차별하고 있다고 밝히는 조쉬(오른쪽)와 올리.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캡처

한국어 댓글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20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유튜브 측에서 고의로 한글 댓글보다 영어 댓글을 우선순위로 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힌 사실도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는 양상이다.


37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의 조쉬(Joshua Carrott)는 19일 친구 올리(Oliver John Kendal)와 함께 ‘유튜브의 한국어 차별, 더 이상 못 참아서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처음에는 버그라던 유튜브가 고의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에도 “어느 순간 ‘좋아요’ 700개를 받은 한글 댓글이 있으면 그 위에 좋아요 100개 정도 되는 영어 댓글이 10개쯤 올라와 있었다”며 “그런데 시간순 정렬을 하면 여전히 댓글 70~80%는 한글이었고 정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영국남자’ 콘텐츠는 주로 한국어로 제작되며 최근 날짜순으로 정렬할 경우 한글 댓글이 70~80%에 달하지만 인기 댓글순으로 바꾸면 상위에 영어 댓글들이 대부분 배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상위 영어 댓글보다 좋아요를 수십 배 더 많이 받은 한글 댓글이 밀리는 현상도 나타나며 일부 댓글은 숨겨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시 ‘영국남자’ 측은 유튜브 측에 연락을 취했고 프로그램 결함에 따른 오류인 ‘버그’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유튜브 측은 이들을 사무실로 초대해 “문제가 있는 것이 맞긴 한데 고의적인 것”이라 설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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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한국어 댓글을 차별하고 있다고 밝히는 조쉬(오른쪽)와 올리.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캡처

조쉬는 “궁극적으로 종합해보면 ‘유튜브가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며 “몇몇 한국 채널에서 영어 댓글을 우선순위로 올리면서 그게 외국 시청자 유입에 도움이 되는지 테스트 중이라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올리는 “저희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회의 중에 무심결에 말해주기 전까지는 고의적이라는 것도 전혀 몰랐다”며 “한글 댓글이 알고리즘에 의해 차별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댓글창을 10명이 대화 중인 방이라 생각하면 그 중 6~7명이 한국어를 하고 3~4명이 영어로 말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 유튜브가 하고 있는 실험은 그 3~4명의 말이 들리게 하려고 6명을 음소거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쉬는 “저희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유튜브도 그러길 바란다”며 “유튜브 관계자 여러분, 꼭 해결돼야 할 문제고 필요하다면 저희는 계속 이런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글 댓글이 숨겨지거나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상을 올리고 난 후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해 좋아요ㆍ고정댓글을 누르거나 답글을 달고 있다고 한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급속도로 확산돼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 누리꾼들은 “왜 채널 유튜버 당사자에게 동의를 받지도 않고 유튜브가 알고리즘 실험을 하나”, “최근 몇 달간 댓글창에 다 영어밖에 없기에 댓글 읽는 재미가 없어져 영상도 잘 안 보게 됐는데 그런 거였냐”, “정말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이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유튜브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유튜브 측은 “채널과 콘텐츠 관련 코멘트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추가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실험 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이 건에 있어 내용 전체에 대해 확인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2020.02.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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