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필수품 된 손소독제… 우리가 몰랐던 에탄올

[라이프]by 한국일보

'시시콜콜 What' 에탄올 함량,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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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하는 손소독제는 54.7~70% 수준의 에탄올을 함유해야 하고, 살균력이 99.9% 이상이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에탄올 62% 손소독제 VS 에탄올 70% 손소독제


두 가지 제품이 있을 때, 어떤 제품을 고르면 될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에탄올 성분이 70%가 함유돼있는 손소독제를 선호할 겁니다. 왠지 모르게 살균 기능이 더 뛰어날 것 같은 느낌 때문입니다.


손소독제는 어느덧 일상 필수품이 됐습니다. 공공장소 어디에 가든 손소독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가방에 휴대용 손소독제를 넣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손소독제를 사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런데, 손소독제를 구매할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에탄올 00%’ 표기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손소독제의 에탄올 함량은 대개 60~70%정도입니다. 단 몇 % 차이로 구매를 망설이거나 어느 제품을 살지 고민에 빠지곤 하죠.


정말 몇 %가 적다고 해서 500원이라도 더 주고 에탄올 함량이 많은 손소독제를 사야 하는 걸까요?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높은 함량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고요? 에탄올 62% 제품이나 70% 제품이나 마찬가지로 99.9% 이상의 살균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소독제에는 보통 이소프로판올, 에탄올 등 항균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에탄올 성분으로 인해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보습 성분인 글리세린, 프로필렌 글라이콜 등이 첨가되고요. 다른 성분이 얼마나 첨가됐는지에 따라 에탄올 함유량이 달라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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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달 10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사전투표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군 장병들이 사용할 손소독제와 위생장갑이 놓여져 있다. 논산=뉴스1

에탄올 함량 기준만 충족한다면 거의 동일한 성능을 가졌다고 봐야 합니다. 세균 성장저해력(살균력)이 99.9%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손소독제 등 의약외품으로 판매되는 외용소독제의 효능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외용소독제 효력평가 시험법 가이드라인’인데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용소독제의 효력을 평가할 때 각각의 균에 대한 저해율이 99.9% 이상으로 나와야 해요. 쉽게 표현하면 99.9%의 세균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손소독제를 잘 살펴보면, 에탄올 함량과 함께 ‘세균 99.9% 제거’라는 문구가 적혀있을 겁니다. 에탄올 함량이 다른 제품이라도 세균 제거만큼은 99.9%로 동일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에요. 에탄올의 양은 조금 다를지언정 그 효과는 거의 같다는 뜻이기도 하죠.


에탄올 함량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아도 괜찮냐고요? 식약처에서는 손소독제(외용소독제)의 에탄올 함량 기준을 54.7~70%로 삼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75~85%,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0~95%를 권장한다고 하고요.


이 같은 기준을 둔 이유는 에탄올 함량이 너무 낮으면 살균력이 떨어지고, 너무 높아도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탄올의 살균 작용은 세균의 단백질을 망가뜨려 기능을 상실하게 해 소독 효과를 나타내는 방식이에요. 그러나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세포막을 단단하게 해 에탄올 침투를 방해한다고 해요. 또 피부에 자극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에탄올 성분이 수분을 빼앗아 피부가 약한 어린이나 고령자의 경우 건조증 등 피부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요.


한마디로, 식약처에서 정상적으로 허가 받은 제품이라면 같은 효과의, 안심하고 써도 되는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에탄올 함량이 54.7~70%에만 포함되면 세균이 99.9%까지 제거된다고 보면 된다”며 “함량이 다르다고 해서 성능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첨가물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가고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2020.05.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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