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윙윙" 모기가 더 짜증나는 이유는

[라이프]by 한국일보

[5] 이산화탄소 배출량 높아 '모기 먹이' 되는 임신부

약물 사용 어려워 "임신부는 모기를 피하는 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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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4, 5주 무렵부터 출산까지는 약 280일이 걸립니다. 365일 중에 280일을 임신 상태로 지내다 보면 초기나 중기 또는 말기 중 한 번쯤은 임신 중인 채로 여름을 나게 될 텐데요.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사람들을 괴롭히는 '작은 악마' 같은 해충 모기는 임신 후 더욱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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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임신 중 모기에 물렸을 때'에 관한 고민을 나누는 글이 게재돼 있다. 포털사이트 캡처

임신과 출산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공간인 맘카페 등에는 "임신 후 모기에 더 잘 물리는 것 같다"거나 "임신 중 모기에 물렸는데 퇴치제나 약을 써도 되나"라고 묻는 글이 매년 여름마다 올라오고요. 모기가 유행하는 시기엔 일본뇌염 모기를 경고하는 뉴스도 매년 볼 수 있지요.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전엔 태교 여행이라도 가려면 해당 지역에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유행하는지도 잘 따져야 합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임산부는 모기에 더 잘 물리는데도 맞설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비임산부들처럼 마음 놓고 약을 쓰기도 찝찝하고요. 모기와의 전쟁, 임산부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모기에게 더 잘 물리는 임신부… "긁지 말고 물로 씻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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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모기에 더 잘 물리는 것 같다'는 건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임산부의 심장과 신장은 임신하지 않은 상태보다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임신부 본인의 혈액과 노폐물뿐만 아니라 태아의 몫까지 대신 옮겨줘야 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온이 평소보다 오르고 열이 나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아지는데요. 높은 체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거기에 땀까지 나는 임신부는 '입맛 없던 모기도 물고 싶어지는 존재'가 된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임산부가 바이러스나 질병이 없는 일반 모기에 물렸을 때 그로 인한 영향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렵고 붓고 따가운 정도죠. 다만 대처법에 있어 인내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우선 모기 물린 자리에 진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긁는 건 참아야 합니다. 이륜선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모기 물린 자리를 심하게 긁어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이 생기는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임산부는 상처 부위가 급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모기에 물렸을 때는 긁지 말고 상처 부위를 찬물로 씻으며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어요.


'스키터 증후군'으로 불리는 모기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조금 더 주의를 해야합니다. 스키터 증후군을 앓는 경우, 모기 물린 자리가 아주 심하게 붓고 심지어 물집이 잡히거나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딱히 치료법이 없는 증후군이다 보니 가뜩이나 몸이 힘든 임신부는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지연 차의과학대 분당차여성병원 교수는 "임신을 해도 알레르기 치료는 받을 수 있지만, 스키터 증후군은 대증적 치료를 받는 것 외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모기 퇴치제는 안심하고 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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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흔히 쓰던 모기 퇴치제도 임신을 한 후에는 괜히 쓰기가 께름칙해져요. 모기를 죽이는 성분이 사람에게 임신부나 태아에게 유해하진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인데요.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제품'의 경우엔 임산부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이륜선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모기 퇴치제로 디이이티(DEET), 이카딘(Icardin) 등 성분이 허가 받아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 성분은 모기 기피효과가 있고 임산부와 태아에게도 안전하다"고 말했는데요. 모기 퇴치제를 사용하기 전 성분들이 허가받은 성분들인지 확인한다면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뜻이지요. 다만 "모기를 쫓는 '초음파 퇴치기' 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요.


사용 방법에 대해 이지연 교수는 "일반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제품은 임신부도 사용할 수 있다"며 "용법과 용량, 주의사항을 확인해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눈이나 입, 상처 부위를 피해 노출된 피부나 옷에 엷게 바르고 사용 후에는 반드시 비눗물로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천연 모기 퇴치제는 안심하고 써도 될까요. 임신 중에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륜선 교수는 "임산부 중 일부는 모기 퇴치제에 독성이 있다는 이유로 꺼리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가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모기 종류에 따라 한결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만약 퇴치제 등 약물을 정말 쓰기 싫다면 모기장이나 전기 모기채 등을 활용해 아예 모기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모기에 물린 뒤 임산부가 바를 수 있는 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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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 물리면 뜨거운 물로 데운 숟가락으로 독성을 없애라거나 손톱으로 열십자(十) 모양을 만들라거나 침을 바르라는 등 검증되지 않은 대처법들이 많지요. 전문가들은 각각 화상이나 감염 우려 탓에 이를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약물 사용을 꺼리는 임산부는 찬물로 깨끗하게 씻는 게 최선이지만, 찬물로도 해결이 안 될 정도로 가렵고 붓는 등 괴롭다면 안전이 검증된 약물을 적정량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이지연 교수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약 대부분은 가려움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디펜히드라민), 국소마취제(디부카인), 소염진통작용(살리신산메틸), 항염작용(글리시레틴산)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임신 시 이러한 제품을 소량 피부에 바르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요.


그중 디펜히드라민 성분에 대해 이륜선 교수는 "'태아에 대한 위험성을 나타낸다는 증거가 없는 등급'인 미국 식약처(FDA) B등급으로 태아에게 독성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나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안전성 등급"이라고 설명했어요. 이 교수는 "따라서 산모가 이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나 과민반응이 없는 이상 약물을 남용하지 않고 본래 용법과 용량을 지켜 사용한다면 태아에게 별문제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광고 문구로 팔리는 천연 모기약의 경우 오히려 주의해야 하는데요. 이륜선 교수는 "천연 모기약은 원료의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제조 공정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없는 경우라면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꼭 피해야 하는 모기는 지카바이러스·일본뇌염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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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 여행으로 인기 높은 태국, 몰디브, 필리핀, 베트남 등은 출국 전 "지카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는 안내를 받는 지역이지요.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인데 문제는 임신부가 걸렸을 때 태아도 감염될 수 있고 모유를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임신부가 이 지카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임신부 본인에게는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없어도 태아에게는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요. 이륜선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모체의 증상 유뮤와 상관없이 신생아 소두증, 심각한 뇌 이상, 안구 이상, 선천적 관절굽음증 등을 가진 태아나 신생아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고요. 이지연 교수 역시 "임신부 감염 시 태아 소두증 등의 신경계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인데요.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해당 지역은 피해야 합니다.


이륜선 교수는 "성관계나 수혈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2개월 내 유행 지역을 다녀온 남성 여행자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배우자가 임신했다면 임신 기간 내내 부부 관계를 피하거나 콘돔을 사용하고 임신이 아닌 경우라도 최소 2개월은 부부관계를 하지 않거나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경우는 유행 지역을 다녀왔다면 임신을 2개월 이상 미뤄야 하고, 가능한 유행 지역을 여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네요. 정확한 지역 정보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지카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치료 약이나 백신이 없다고 해요. 결국 지카 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에 물리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뜻인데요. 이륜선 교수는 "모기 기피제, 모기장을 사용하고 긴소매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말고도 모기로 감염될 수 있는 병으로는 일본뇌염과 말라리아가 있습니다. 일본뇌염과 말라리아는 사람 간 전파는 어렵고 모기에 의해 감염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말라리아의 경우 국내에서는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이 위험지역이라고 하니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경우 모기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대해 "일반 모기와 비교하였을 때의 특징은 앉아있을 때 벽면과 각을 이루고 앉아 있다는 것과 비행 시 '윙'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는 작은빨간집모기입니다. 이 모기에 물려도 고열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심한 경우 의식 장애나 경련, 혼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모기에 물린 사람의 연령이 낮을수록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예방법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륜선 교수는 "일본뇌염의 경우 국가 예방접종 무료시행에 따라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표준 예방접종으로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며 "19세 이상 일반 성인은 일본뇌염 예방접종 권장 대상이 아니지만, 논 또는 돼지 축사 인근 등 일본뇌염 매개 모기 출현이 많은 지역 거주자 및 일본뇌염 유행국가로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 중 과거 일본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이 권장된다"고 말했어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2020.09.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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