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선박에 시뻘건 불길…60명 무사 구조 뒤에는 '동료애' 있었다

[이슈]by 한국일보

심야 화재 발생 합동작업 예인선으로 선원 대피시켜

부산ㆍ통영ㆍ제주해경 등 공동 신속 대응

한국일보

11일 오전 3시51분쯤 경남 통영시 매물도 남방 31해리 해상에서선원 60명을 태운 광케이블 부설선에서 불이나 해경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영해경 제공

11일 오전 3시51분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2시간 넘는 거리의 통영 매물도 남방 31해리(57.412㎞) 해상에서 선원 60명을 태운 광케이블 부설선에서 불이 났으나 선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해경의 신속한 출동 등이 빛을 발해 인명 피해 없이 선원들이 무사히 구조됐다.


불이 난 국내 선적 6,293톤급 광케이블 부설선에는 한국인 49명, 베트남 국적 10명, 이탈리아 국적 1명 등 모두 60명이 타고 밤새 케이블 설치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선박 기관실 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 나자 통영 해경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화재 신고를 하고 선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앞다퉈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곳곳에 흩어져 있던 동료들을 선박위로 모았다.


다행히 작업 때문에 모두 잠들지 않고 깨어있던 터라 신속히 움직일 수 있었다.


인원수를 확인한 선원들은 지체없이 인근에서 함께 작업을 하던 92톤급 예인선으로 옮겨 탔다. 불길을 피해 모여 있다 예인선으로 몸을 옮기지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 불길이 거세게 번지는 긴박한 순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처한 동료애가 빛난 순간이었다.


오전 4시27분쯤 예인선으로 탈출한 선원들은 오전 5시쯤 함께 작업하던 같은 회사 소속 1,999톤급 케이블운반선으로 다시 옮겨 타 해경의 구조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원이 연기를 마셔 메스꺼움을 호소 하기도 했으나 다친 데 없이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통영해경 관제센터(VTS)를 통해 화재 신고를 접수한 해경도 신속하게 대처했다.


해경은 사고 선박과 가장 근접한 곳에 있는 부산해경 소속 1,000톤급 경비함정을 급파해 오전 5시 16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연이어 부산ㆍ통영ㆍ제조 해경 소속 구조정을 비롯해 화학 방제함, 소방정, 구조헬기 등도 동시에 투입하고 ,해군 고속정과 통영ㆍ여수ㆍ창원 소방정 등 유관기관도 현장에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해경은 구조헬기를 이용해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 4명을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추가로 병원 이송이 필요한 3명은 경비정을 이용해 옮길 예정이다.


연기를 흡입, 병원으로 이송된 선원들은 의식 있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해경은 밝혔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동료애를 발휘하며 침착하게 대응한 선원들과 인근에서 함께 작업하던 선박의 도움으로 인명피해를 막았지만 불이 시작된 기관실이 선박 안쪽에 있고 연기가 선박을 가득 채운 상태라 화재 진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경은 "화재 당시 함께 현장에 있던 선박이 선원들을 우선 구조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진화가 마무리되면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2020.09.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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