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간이역, 아기자기 정원 섬...보령 ‘인생사진 맛집’

[여행]by 한국일보

청소역ㆍ개화예술공원과 성주사지ㆍ상화원


서해 바다는 어디나 노을이 곱다. 최북단 천북굴단지에서부터 가장 아래쪽 장안해변까지 보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은 따로 있다. 가슴 트이는 수평선은 안 보여도 예쁘게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한국일보

청소역은 천안~익산 장항선의 중간쯤에 있는 간이역이다. 조그만 역사 옆에 추억을 담을 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우선 청소역, 장항선 철도의 간이역이다. 장항선은 1922년 조선경남철도주식회사에서 충남선이라는 명칭으로 천안~온양 구간을 운행했고, 1931년 익산까지 전구간을 개통됐다. 그 중간쯤 위치한 청소역은 1929년 역무원이 있는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이후 보통역으로 승격했지만 지금은 아예 역무원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상하행선에 각각 하루 4회 무궁화호가 정차한다. 엷은 하늘색 페인트로 단장한 벽돌 건물은 촬영 세트로 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담하다. 입구의 크지 않은 측백나무가 건물을 거의 가릴 정도다. 화장실까지 하늘하늘한 파스텔 색상이다.

한국일보

청소역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간이역이다. 화장실까지 외벽을 하늘하늘한 파스텔 색상으로 단장해 놓았다.

한국일보

청소역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촬영한 곳이다. 주인공 송강호 조형물과 그가 몰던 초록 택시를 전시해 놓았다.

건물 옆에는 교복 차림의 청춘 남녀가 벤치에 앉아 추억을 전하고,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송강호가 소탈한 웃음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 촬영지임을 알리는 조형물이다. 좁은 역 광장에 이따금 정차하는 열차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가 줄지어 선 모습도 정겹다.


성주면의 개화예술공원은 석재 조형물과 아기자기한 정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주차장에 세워진 ‘트로이 목마’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조형물을 시작으로 산책로 주변에 다양한 석재 조각이 설치돼 있다.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명 문구와 시를 새겨 놓은 이른바 비림(碑林) 공원도 별도로 조성해 놓았다. 돌 색깔이 한결같이 검은데 반질반질 윤이 난다. 보령 특산물인 ‘남포 오석(烏石)’으로 빚은 조각이다. 오석은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굳어진 화산암으로 아름다운 것은 장식품으로 쓰고, 비석ㆍ도장ㆍ그릇ㆍ단열재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미술관과 유리온실을 지나면 분위기가 살짝 달라진다. 허브랜드 안에는 화려한 색상만큼 꽃 향기가 진하다. 형형색색의 말린 꽃다발도 판매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이다.

한국일보

개화예술공원은 비석공원, 허브랜드, 미술관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모아 놓은 자연친화적 나들이 공간이다.

한국일보

개화예술공원 산책로에보령 특산물인 '남포오석'으로 만든 석재 조형물이 많이 세워져 있다.

한국일보

개화예술공원 연못에 남포오석으로 조각한 대형 붕어 작품이 놓여 있다.

한국일보

보령 성주사지에는 현재 4기의 석탑과 낭혜화상탑비만 남아 있다. 텅 비어 있어 더 고즈넉한 느낌이다.

한국일보

성주사지 넓은 절터에 3층 석탑 3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개화예술공원 인근의 성주사지(聖住寺址)도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이다. 구산선문의 하나였던 성주사가 있던 자리다. 백제 법왕 때 처음 지어 오합사(烏合寺)라 부르다가, 신라 문성왕 때 당나라에서 돌아온 낭혜화상이 크게 중창하면서 성주사로 고쳤다. 산골에 자리 잡았지만 절터는 넓고 평평하다. 가람은 모두 사라지고 보물로 지정된 5층석탑(보물 제19호)과 석등, 3층석탑 3기만 남아 있다. 최치원이 지은 낭혜화상탑비(국보 제8호)도 비각 안에 보호돼 있다. 텅 비어 있지만 대가람의 고즈넉함은 그대로여서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기 좋다.


죽도는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 남포방조제와 연결된 작은 섬으로 전체가 '상화원(尙和園)'이라는 명칭의 한국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조화를 숭상한다’는 의미다.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는 해송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솔숲 사이로 조성된 2km가량의 산책로를 걸으면 섬을 한 바퀴 돌게 된다. 벤치가 놓인 ‘석양정원’에서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황홀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데,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열기 때문에 실제 일몰 풍경은 숙박시설 이용자만 볼 수 있다.


섬 남측 언덕의 한옥마을은 상화원이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보령 고창 청양 홍성에 있는 실제 고택 6채를 옮겨 지었고,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 고창읍성 관청, 낙안읍성 동헌, 해미읍성의 객사는 그 모습대로 재현했다. 곡선의 기와지붕 너머로 쪽빛 바다와 무창포해수욕장 풍경이 아련히 펼쳐진다.

한국일보

상화원의 산책로는 어디서나 잔잔한 서해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

한국일보

상화원의 한옥마을 맨 꼭대기에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재현한 건물이 세워져 있다.

한국일보

상화원 한옥마을의 기와지붕 너머로 서해바다와 무창포해수욕장이 보인다.

한국일보

상화원 곳곳에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만난다.

한국일보

상화원의 산책로는 거의 모든 구간이 지붕 있는 회랑으로 조성돼 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계단이 많아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상화원은 금ㆍ토ㆍ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만 관람객을 받는다. 입장료 6,000원에는 커피 한 잔과 전통 떡 한 조각이 포함돼 있다. 산책로 중간 솔숲의 방문자센터에서 영수증을 확인하고 나눠준다. 상화원의 산책로는 전체 구간이 지붕 덮인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눈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지만, 그 또한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면 께름칙하다. 특히 한옥마을의 회랑은 시각적으로도 거슬린다. 경사진 구간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장애인에겐 힘든 수준이 아니지만, 이왕 큰 비용을 들인 시설인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점은 아쉽다.


보령=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2020.09.21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