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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올리브 뺨치는 청아한
기름기… 과메기 계절이다

by한국일보

올리브 뺨치는 청아한 기름기… 과메기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는 해안도로변뿐 아니라 내륙까지 촘촘하게 과메기 덕장이 있다. 과메기는 그늘진 곳에서 말려야 해 통상 천막 등 그늘을 만들어 건조대를 둔다. 사진은 해변 연출 컷이다.

게으른 것이 도시 비둘기만의 일은 아니었다. 구룡포 갈매기도 게으른 것이 일이었다. 갈매기들은 찬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바닷가에 무리 지어 있다가 사람을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겨울철 포항시에서 전국 생산량 90%에 달하는 과메기를 말려낸다는 것이 포항시청의 집계다. 온 동네 갈매기가 놀고 먹고도 남는다. 과메기 재료인 꽁치며 청어를 손질하고 나온 대가리며 뼈, 내장을 사람이 해변에 흩뿌려주면 그것을 받아 먹느라 갈매기도 신났다.

 

포항시에 속한 구룡포읍은 한반도 엉치에 불쑥 튀어 나와 있는 꼬리 부분의 남쪽을 차지한다. 꼬리 끝 호미곶은 해돋이 명소로 이름을 날리지만 구룡포는 과메기로 이름을 날린다. 해안도로를 따라 온통 과메기 덕장들이 늘어서 있다. 생선 기름 향이 바람에 실려 다닐 정도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에 가입된 생산자만 220곳에 달한다. 구룡포, 장기, 대보, 호미곶 일원까지 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소규모 덕장들까지 세면 400여 곳 이상이다. 포항지역에서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가 나오고, 그 중 80% 생산자가 구룡포에 집중돼 있다. 올해 포항시에서는 과메기 5,000톤 생산을 목표로 내다보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700억원대다. 과메기에 딸려 판매되는 미역, 김, 쌈채소 등 부재료뿐 아니라 배송 물류비, 고용 인건비, 과메기 전문식당 매출까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따져보면 3,628억원(2010년 기준)짜리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언제부터 과메기를 그렇게 먹었다고, 새삼스럽긴 하다. 과메기가 전국구 음식이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지역 전통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던 과메기를 전국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길게 봐야 20세기 말, 20여년 전부터의 일이다. 2007년에 포항, 구룡포가 과메기산업특구로 지정되며 포항시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과메기는 한층 더 폭발적으로 사랑 받게 되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행복상회 서혁수 대표는 계절 별미로 과메기를 찾는 이들이 10여년 전부터 늘어났다고 기억한다. 

올리브 뺨치는 청아한 기름기… 과메기

이렇게 붉은 기운이 제대로 밴 과메기를 잘 말린 상품으로 친다. 왼쪽은 청어 과메기, 오른쪽은 꽁치 과메기다. 청어 과메기가 좀더 밝은 색을 띠며, 껍질이 겉에 오게 널어 말린다. 꽁치 과메기는 살이 겉에 나오게 뒤집어 말린다.

겨울이면 구룡포에서는 집집마다 과메기 작업에 여념이 없다. 구룡포리 갯바위수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 온 가족이 매달리고도 넘치는 주문량에 손이 모자란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과메기 판매로 사업자 등록을 올린 이 덕장에서는 과메기뿐 아니라 곁들이는 미역 하나도 해녀인 어머니 박명자씨가 봄에 딴 돌미역을 냉동해뒀다가 쓸 정도로 질을 중시한다. 대를 물려 운영을 도맡고 있는 강승우 대표는 구룡포 과메기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륙으로부터 찬 기운을 실어 나르는 북서풍은 포항 앞 만을 지나며 다시 바다의 짠기를 머금고 구룡포 땅에 당도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서쪽 아일레이(islay)섬의 아드벡, 라프로익 등 싱글몰트 위스키들이 짭짤한 바다 향을 머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룡포 땅의 과메기도 바람에 실려온 짠기에 절로 간이 되고 향이 밴다.

 

갯바위수산에서는 꽁치와 청어 과메기를 취급하고 있다. 꽁치는 북태평양에서 잡은 원양산을 사용하는데 연안에서 잡힌 것보다 살이 통통하고 공급도 안정적이어서다. 청어는 구룡포읍 북쪽 끝의 석병항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둬 사용한다. 5톤급 작은 어선들이 그물을 끌고 나가 가까운 바다에서 잡아들인 청어다. 공급이 들쭉날쭉해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김영헌 이사장에 따르면 대부분 덕장에서 원양산 꽁치(공급이 불안정할 때는 일부 대만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만 어선이 북태평양에 나가 잡은 것이라 같은 꽁치나 마찬가지다), 연안산 청어를 사용하고 있다.

올리브 뺨치는 청아한 기름기… 과메기

과메기 덕장에서는 보통 밤에 배지기 작업을 마친다. 해수에 세척한 후 물기를 뺀 후 건조대에 갓 넌 모습.

손질법 따라 통마리 vs 배지기

꽁치나 청어나 과메기로 말리는 방법이야 다를 게 없다. 볕에 잠시 내놓아 수분을 말린 후 그늘진 곳에서 해풍에 말리는 것이 공통된 정석이다. 비나 이슬을 맞아도 안되고 볕에 너무 오래 내놔도 안 된다. 덕장에서는 천막 또는 조립식 건물을 세워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날씨에 따라 바람이 부족하면 선풍기를 켜주고 날이 계속 습하면 제습기를 동원하거나 난로를 때 선풍기 바람을 덥히기도 한다. 날씨가 숙성시키는 음식이다 보니 환경을 맞추는 데 세심히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마리’라고 하는 전통 방식은 지느러미 하나 건드리지 않은 채로 짚으로 둘둘 엮어 처마 밑 또는 부엌 부뚜막 옆 창가에 걸어 말리던 것이다. 토박이들이야 평생 먹어와서 익숙하지만 외지인들에게는 홍어 못지 않은 경외의 대상이다. 대가리와 내장을 함께 말리다 보니 특유의 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기름이 덜 새어 나와 온몸이 촉촉하게 기름에 재워져 있다. 김영헌 이사장의 말로는 “물컹거릴 정도로 촉촉한데 건조 과정에서 비린 향이 제거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12월에 건조하기 시작해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도 말려야 완성된다. 지금쯤이면 첫 통마리가 나올 때가 됐다.

허나 현재 우리가 보는 과메기는 대개가 다 포를 떠서 말린 것이다. ‘배지기’ 또는 ‘편과메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포를 뜨는 방법에 따라 같은 배지기도 두 가지인데, ‘두발걸이’와 ‘네발걸이’이다. 널리 사용되기로는 네발걸이가 압도적이다. 말렸을 때 모양새가 깔끔한 이유다. 칼이 네 번 들어가 뼈와 잔가시를 발라내기 때문에 네발걸이라고 부른다. 두발걸이는 칼을 두 번만 넣어 배쪽의 잔가시까지 제거하는 방법으로 아무래도 뼈에 붙은 살이 좀 더 많이 패여 나간다.

재미있는 것은 배지기 과메기가 기실은 고작 20여년 전에 처음 ‘발명’된 것이라는 점이다. 한 술 더 떠 재미있는 점은 발명자가 누구인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 김영헌 이사장 역시 원조를 가리기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뱃사람들이 꽁치 배를 갈랐다가 갑판에 던져놨다가 먹었더니 맛이 좋아 발명됐다는 설도 있고, 그렇게 말린 것을 구룡포 어시장 상인이 받아 먹었더니 맛이 좋아 따라 해보다 보니 상품화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또 갯바위수산 박명자씨에 따르면 “외지 사람들이 손질해 먹을 줄을 모르고 뼈가 거추장스러워 곤란해 하니 그에 맞춰 먹기 편하게 만들다 보니” 생겨난 건조 방식이라고도 한다.

통마리 과메기는 내장과 머리를 잘라내고 껍질을 벗기고 뼈까지 다 골라내야 하니 감당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확실한 것은 배지기가 ‘겨울 별미’ 과메기 생산에 더 걸맞은 방법이라는 점이다. 꽁치는 3, 4일이면 건조되고 꽁치보다 훨씬 덩치가 큰 청어도 1주일 가량이면 다 마른다. 살점만 발라내 말리기 때문이다. 배지기만 해도 충분히 기름지다 느끼곤 하지만 통마리에 비하면 기름이 덜한 축이다. 건조대 아래에 기름받이를 두지 않으면 난리가 날 정도로 기름이 흐르다시피 빠져 나온다. 이제까지 대나무 대에 과메기를 널어 말렸지만 기름 세척이 쉽지 않아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산지에서는 세척이 쉬운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꿔나가는 추세다. 자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전통음식에 대해 현대의 위생 관념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올리브 뺨치는 청아한 기름기… 과메기

해변에 차린 과메기 한 상. 과메기를 사진과 같이 손으로 거칠게 뜯으면 기름기가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고 향도 잘 느껴진다. 취향의 문제라, 가위로 뚝뚝 자른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꽁치 vs 청어 구별 의미 없어

과메기 얘기에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꽁치냐, 청어냐 논란이다. 꽁치는 해방 후 청어가 잡히지 않게 된 이후 나온 ‘짝퉁’이라는 것이 ‘과메기 미식가’들이 거들먹거리는 레퍼토리 1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 쓸데없는 소리다. 전통을 따져가며 거들먹거리기엔 청어와 꽁치 문제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저 맛 차이의 문제에 불과하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州衍文長箋散稿)’ 같은 옛 문헌들이 일제히 지목하는 것을 보면 청어 과메기가 먼저이긴 하다. 1960년대 이후 청어가 동해 바다를 떠난 것도 과학적 사실이니 그때부터 청어 과메기가 귀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어를 대체한 꽁치가 과메기의 대세가 된 것은 청어 못지 않게 맛이 좋았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청어 못지 않게 맛이 좋으니 대체품인 꽁치가 과메기의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몇 해전부터 포항, 영덕 언저리에 청어가 돌아와 청어 과메기가 다시 생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꽁치 과메기가 주류다. 잘 말린 과메기는 청량한 기름 향이 난다. 비리거나 쿰쿰한 과메기는 그저 불완전하게 숙성돼 망친 맛일 뿐이다. 생선 기름 향이라고 믿기 힘든 그 청아함은 오히려 올리브 같은 기름진 과실에서 나온 향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꽁치는 구수한 향이 강하다. 맛도 조금 더 자극적이다. 청어는 꽁치에 비해 맑은 향에 담백하다. 이제 둘 다 구하기 어렵지 않은 때이니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될 일이다.

미식가들이 신경 쓸 일은 맛있게 먹는 방법뿐이다. 산지에서 내보내는 과메기는 세 갈래로 나뉜다. 말린 그대로 포장지에 둘둘 말아 보내는 것은 껍질부터 까 먹어야 한다. 산지 사람들은 머리쪽 끄트머리를 살짝 쥐고 껍질을 벗긴다. 셀로판 테이프처럼 얇은 껍질만 싹 벗겨진다. 꼬리 끝은 잘라내 버린다. 반대 방향에서 꼬리의 살 끝 껍질 틈에 손톱을 넣어 껍질을 뜯어내도 쉽게 벗겨진다. 번거롭지만 아무래도 갓 껍질을 벗겨낸 것이 더 맛이 좋다. 품이 덜 드는 만큼 가장 저렴하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갯바위수산 강승우 대표는 이렇게 껍질을 뜯어낸 후 켜켜이 쌓아뒀다가 먹으면 기름기가 퍼져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손에 기름 묻혀가며 껍질 벗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기꺼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껍질을 손질해 올리는 곳들도 많다. 약간의 삯이 보태진다. 아예 손질을 다 마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거나 뜯어 각종 채소와 해조류 초장 일습을 포장해 보내는 세트도 어느 덕장에서나 마련해두고 있다. 산지 기준 껍질을 뜯지 않은 꽁치 과메기는 한 두름(20마리)에 1만6,000~1만8,000원선이며 야채 세트는 같은 한 두름이라도 3만원대 후반으로 값이 휙 뛴다.

돌미역, 물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와 궁합이 좋으며, 김의 향도 과메기와 잘 어우러진다. 쪽파, 마늘종, 실파, 미나리, 깻잎 같은 향이 강한 채소류와 같이 쌈을 싸도 과메기 향이 기죽지 않으며 생마늘편을 곁들여도 좋다. 과메기 쌈에는 항상 초장이 따라다니는데 초장 대신에 쿰쿰하게 묵은지를 곁들여도 어울린다. 구룡포 사람들은 밥상에도 과메기를 올리고 김장 김치와 함께 먹는 상차림이 평생 익숙하다.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김재욱 포토그래퍼(Dejavu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