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외계인이 벽화를?... 관광공사 추천 '숨은 관광지'

[여행]by 한국일보

과학관ㆍ역사관은 지겹다?

첨단기술과 상상력으로 재미 2배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전시관ㆍ과학관ㆍ역사관도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첨단 과학을 접목한 전시 기법에 상상력을 더한 체험까지 더하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문을 연 과학관과 전시 시설을 가을철 ‘숨은 관광지로’ 선정했다.

바다에 관한 모든 것,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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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오션홀 입구. 혹등고래의 안내로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7월 31일 개관한 국내 유일의 해양과학 전문교육기관이자 체험 시설이다. 500여명을 수용하는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393m에 이르는 국내 최장 해상 통로를 지나 바닷속 세상을 만나는 해중전망대, 다양한 심해 어류 조형물을 전시한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시설이 들어선 해맞이공원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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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잔디광장에 심해 생물인 바이퍼피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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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의 해중전망대. 6m 바닷속 풍경을 볼 수 있는 시설이지만 코로나19로 운영을 중지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과학관은 ‘하나로 흐르는 바다’ ‘인류 일상 보고의 바다’ ‘미지의 바다, 도전하는 인류’ 등 8개 테마로 구성된다. 3층 상설전시관에 오션홀이 있다. 프로젝터와 LED 디스플레이가 신비로운 바다 세상으로 이끈다. 거대한 혹등고래의 안내로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파도와 해류 등 기초 지식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해양관측 시스템까지 바다에 관한 궁금증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물을 터치스크린이나 레버로 조작하게 꾸며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보행용 심해 탐사 로봇, 수심 6,000m까지 내려가 해저 광물과 심해 생물을 채집하는 무인 잠수정 모형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담배꽁초 비닐봉지 페트병 등 해양 쓰레기에 대한 자료는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아쉽게도 VR 어드벤처와 3면 영상관, 수심 6m 아래 바다 풍경을 보는 해중전망대와 오션플랫폼은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관람 인원은 하루 3회(오전 10시ㆍ오후 12시30분ㆍ 3시) 회당 100명으로 제한한다. 국립해양과학관 홈페이지에서 예약.

1000만개 별이 반짝반짝,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5월 21일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와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이 광장을 사이에 두고 동시 개관했다.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는 ‘외계행성‧외계생명’을 주제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천문대다. 입구에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밀양 박익벽화묘(사적 459호)의 그림이 재현된다. 천장에 그려진 북두칠성에서 모티프를 얻었는데, 600여년 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온 외계인이 벽화에 남긴 메시지를 따라 우주로 떠나는 여정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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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의 천체투영관에서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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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천체투영관에서는 고화질 영상으로 실제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1층 홀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추측되는 케플러-62 항성 속 5개 행성, 케플러 행성을 발견한 케플러우주망원경, 2025년 칠레에 설치될 초대형 망원경, 토성과 타이탄의 비밀을 풀어낸 카시니-하위헌스호 모형이 전시돼 있다. 2층 천체투영관은 최첨단 광학 투영기로 1,000만개에 이르는 별로 밤하늘을 연출한다. 고해상 디지털시스템으로 우주정거장 내부를 둘러보고 토성의 고리로 이동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재현한다. 낮 관람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야간 개관은 오후 7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약으로만 입장할 수 있다.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은 기상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상현상관, 기상예보관, 기후변화관으로 꾸몄다. 1층 로비에서 전자태그(RFID)를 등록한 후 지진, 토네이도, 기상캐스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5월의 상처를 보듬다, 광주 전일빌딩245

지난 5월, 금남로의 전일빌딩이 ‘전일빌딩245’로 다시 태어났다. ‘245’는 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의 숫자이자 주소(동구 금남로 245)다. 전일빌딩이 들어서기 전인 일제강점기엔 이곳에 인쇄소가 있었다. 호남신문과 광주일보 등 지역 언론사 5개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1968년 준공한 이 건물에는 신문사 외에 방송국, 미술관, 도서관, 다방 등이 입주했다. 구도심이 쇠퇴하며 2011년 경매로 나온 빌딩은 주차장으로 활용될 계획이었으나, 245개의 탄흔이 발견돼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건물로,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는 현장으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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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일빌딩245의 전시물.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작품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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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일다방이 있던 지하층은 '245살롱'으로 꾸며졌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탐방은 위층부터 역순으로 하는 게 짜임새 있다. 옥상정원 ‘전일마루’에 오르면 무등산과 금남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0층과 9층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되새기는 전시 공간인 ‘19800518’이다. 하루 5회 해설을 진행하며, 5월 영령을 추모하는 에필로그 영상 ‘뼈와 꽃’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일방송이 있던 8층은 ‘카페 245’ ‘VOC라운지’로 꾸몄다. 라운지는 굴뚝정원과 외부 전망 계단을 통해 옥상정원과 연결된다. 2~4층에는 광주•전남의 여행지와 음식을 체험하는 남도관광센터, 전일도서관과 전일미술관의 추억을 소환하는 디지털정보도서관, 전시 공간 시민갤러리로 구성된다. 지하층은 전일다방을 재해석한 ‘245살롱’이다.

홍제천 수놓은 예술의 물길, 서울 홍제유연

서울 홍제동 유진상가 지하 홍제천 250m 구간이 지난 7월 ‘홍제유연(弘濟流緣)’이라는 명칭으로 개방됐다.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하다’라는 뜻이다. 건물을 떠받치는 100여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등 8개 작품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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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동 유진상가 지하 홍제천이 '홍제유연'이라는 예술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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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용한 '홍제유연'의 전시 작품. 한국관광공사 제공

처음 만나는 작품은 ‘홍제 마니(摩尼)차’다. 1,000여명이 남긴 인생 메시지를 불교 경전을 새긴 마니차처럼 돌리며 감상한다. ‘숨길’은 어두운 공간을 비추는 동그란 빛으로 길을 안내한다. ‘온기(溫氣)’는 42개 기둥을 빛으로 연결한 조명 예술이다. 동판에 손을 대면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 ‘흐르는 빛_빛의 서사’는 홍제천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천장과 벽, 바닥, 물위에 비춘다. 홍제원 연산군 세검정 유진상가 포방터 등이 등장한다. 옆에는 ‘밝을 명(明)’ 자가 수면에 떠 있다. 물의 잔상에 빛과 소리가 어울린 작품이다. 홍제천의 생태적인 의미를 담은 홀로그램 작품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담은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하며 입장료는 없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2020.10.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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