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에 애플 비난 전면 광고를 낸 이유

[비즈]by 한국일보

애플, 내년부터 iOS 변경 사생활 보호 조치 시행

페이스북 "애플, 소상공인 완전히 파괴시킬 것"

NYT "둘 중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디지털 산업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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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16일(현지시간) 아침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에 이례적으로 전면 광고를 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조사인 애플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도 거창하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는 커다란 제목을 달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애플의 새 사생활 보호 조치로 페이스북 큰 손해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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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EPA 연합뉴스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해 강화된 사생활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의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 승인받지 않은 채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앱스토어에서 방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 규정에 따라 아이폰 소유자들이 앱을 실행할 때 다른 앱이 그들을 추적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즉 팝업창을 띄워 이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상당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자의 검색 활동,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고 맞춤형인 '표적광고'를 선호하는 광고주들과 이들을 상대하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댄 레비 페이스북 광고 담당 부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살아남기는커녕 애플의 변화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성장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우려된다"며 "우리는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있다"고 블로그에 밝혔다.


그러나 애플은 꿈쩍 않는 모습이다. 애플 경영진은 페이스북 등의 저항을 예상했고, 최근 몇 주 동안 계획된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레이그 페더리 애플 소프트웨어 책임자는 일부 회사들이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건 이미 명백하다"며 "이것은 사생활 침해를 유지하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소상공인들, 광고비 1달러당 60% 매출 하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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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자 뉴욕타임즈 등 주요 일간지에 실린 페이스북의 전면 광고 내용.

페이스북 측은 애플의 조치는 사생활 보호에 관한 게 아닌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애플이 앱스토어의 지배력을 이용해 앱 개발자와 소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려는 그래서 경쟁이라는 기본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일간지의 전면 광고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애플을 맹공격했다. 온라인이 아닌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건 사안의 중대함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데이터는 개인화된 광고가 없을 경우, 평균적인 소기업 광고주들이 광고비 1달러 당 60% 매출 감소를 보게될 것을 암시한다"며 "개인화된 광고 제약은 우리 같은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소기업들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측은 페이스북의 공개 도전에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수집되고, 어떻게 다른 앱과 웹 사이트 간에 공유되는지 알아야 한다는 사용자들의 주장을 지지한다"며 "페이스북이 사용자 추적이나 표적 광고를 만드는 것을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최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주(州)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앱 왓츠앱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시장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페이스북, 반대로 돈 버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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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페이스북의 로고. AP 연합뉴스

두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전쟁에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서로 의존하고 디지털 행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두 기업 간의 전투는 앞으로의 디지털 산업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돈 버는 방식에 있어서 정반대로 움직이는 기업이다. 애플은 소비자가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고 광고주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무료 채널을 개설하는 것을 선호하고 광고를 표시하기를 원하는 광고주들에게 돈을 받고 있다.


사실 두 기업은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플의 기기들에서 작동하는 앱이 필요하다. 애플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페이스북의 앱이 있어야 비싼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연구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자린 수석분석가는 "애플이 지난 몇 년 동안 행한 많은 사생활 보호 움직임은 이용자들에게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페이스북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2020.12.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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