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바다가 보이는 공룡 동굴... 선이 고운 가야 왕릉

[여행]by 한국일보

경남 고성 '인생사진' 명소 여행

한국일보

상족암 동굴은 고성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생사진 명소다. 일대는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박준규

코로나19 이후 유명한 곳보다는 한적한 곳, 실내보다는 탁 트인 야외 그리고 사진이 잘 나오는 소소한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경남 고성은 인근 통영이나 진주에 비하면 덜 알려진 곳이다. 그만큼 한적하지만 풍경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고성의 '인생사진' 명소를 찾아간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성군의 관광 명소도 운행 횟수가 많지 않은 농어촌버스로 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번번히 택시를 이용하기는 부담스럽다. KTX로 마산역이나 진주역까지 가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여유있게 2~3일 일정이라면 부산역에서 차를 빌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산에서 고성까지는 대략 1시간30분이 걸린다.

공룡 노닐던 인생사진 명소, 상족암군립공원

고성 인생사진 여행의 필수 코스는 누가 뭐래도 상족암이다. 상족(床足)은 밥상다리라는 뜻이다. 그만큼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다.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쪽빛 바다와 기암의 조화가 절경을 선사한다. 암반과 암벽이 층을 이룬 모습은 볼수록 신기하다. 1982년에는 해안 주변으로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과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돼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도 인정받는 곳이다.

한국일보

상족암을 걸으면 쪽빛 남해바다와 병풍바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박준규

한국일보

상족암 일대의 공룡 발자국. 네 발로 걷는 중간 크기의 용각류 공룡 발자국 행렬이 선명하다. ⓒ박준규

바위 길의 끝은 상족암 동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름난 사진 포인트다.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동굴 암벽 사이로 하늘과 바다가 보이고, 그 사이에 서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 단, 만조 시에는 동굴 진입이 어렵다. 바닷물 수위가 가장 낮은 간조 때 2시간 전후 방문할 것을 권한다. 바다타임닷컷(badatime.com)에서 인근 맥전포항 물때를 확인하면 된다.


상족암군립공원 반대편 입암항 산책로를 오르면 병풍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투명한 유리 바닥을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하늘 위에 선 듯 아찔하다. 발 아래로 남해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건너편으로 억겁의 세월 동안 자연이 빚은 상족암 병풍바위의 비경이 펼쳐진다.

한국일보

상족암 병풍바위 전망대. 규모는 작지만 발 아래 펼쳐지는 바다가 아찔하다. ⓒ박준규

한국일보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족암 병풍바위.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작품이다.

한려해상 전망대, 문수암과 보현암 약사여래대불

다음은 무이산 문수암으로 향한다. 신라 신문왕 8년(688) 걸인으로 화현한 문수, 보현 두 보살의 인도를 받아 의상이 창건했다는 사찰이다. 많은 고승을 배출한 도량이자 명승지였고, 국선 화랑들이 심신을 수련했던 곳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전체 건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지금은 다시 지은 현대식 건물만 남았다. 그래서 전각보다는 문수암에서 내려다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이 더 자랑거리다. 크고 작은 섬이 비단 위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한다.

한국일보

고성 무이산 문수암. 신라시대 고찰이지만 전각은 대부분 현대식이다. ⓒ박준규

한국일보

문수암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박준규

인근 보현암의 약사여래대불은 거대한 불상 자체가 볼거리다. 바로 아래서는 고개를 젖혀야 꼭대기가 보이는 큰 금불이다. 질병을 낫게 하고 수명을 연장해 준다는 약사여래불의 본뜻을 새기는 것도 좋지만, 그 뒤로 펼쳐지는 눈부신 쪽빛 바다에 시선이 끌린다.

한국일보

보현암 약사여래대불은 고개를 젖혀 봐야 할 만큼 큰 불상이다. ⓒ박준규

한국일보

보현암 약사여래불 뒤로는 소담스런 어촌마을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펼쳐진다. ⓒ박준규

이렇게 아담한 군사기지? 소을비포진성(所乙非浦鎭城)

소을비포진성은 조선 전기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바닷가 구릉에 타원형으로 축조한 성이다. 임진왜란 때 인근 자란도와 가룡포에 임시로 고성현 관아를 옮기면서 수군기지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이다. 고종32년(1895) 통제영이 폐지되며 역사의 뒤안으로 밀려났던 성은 1998년 둘레 330m, 폭 5~6m 규모로 복원됐다. 운동 삼아 성곽을 한 바퀴를 돌면 성만큼 아담한 바다가 좌우로 펼쳐진다. 어느 방향으로 셔터를 눌러도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한국일보

고성군 하일면 소을비포진성. 조선시대 수군 기지였다. ⓒ박준규

한국일보

소을비포진성 좌우로 성만큼 아담한 바다가 펼쳐진다. ⓒ박준규

선이 고운 고대 유적, 송학동고분군

고성 읍내 송학동고분군(사적 제119호)에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5세기 후반부터 조성된 소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7기의 고분이 둥글둥글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고 있다. 발굴 조사 결과 지하에 토광을 파고 매장하는 구덩식 돌방무덤, 매장부를 돌로 꾸며 별도의 입구와 널길을 개설한 굴식 돌방무덤, 그 둘과 비슷하면서도 입구에 널길이 없는 앞트기식 돌방무덤 3가지 형태의 무덤에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한다. 고분의 곡선이 예쁘고 아름다워 최근에는 SNS에 인생사진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일보

고성 송학동고분군(사적 제119호). 소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박준규

한국일보

송학동고분군은 고운 곡선 덕분에 최근 인생사진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박준규

고성에서 무엇을 먹을까?

바다를 끼고 있는 고성은 먹거리도 풍성하다. 한우구이, 염소국밥(총쟁이국밥), 가리비찜, 새우구이, 고성한정식, 고성막걸리(월평리 구장술), 월평리 찰옥수수, 도다리쑥국, 생선회(갯장어회) 등 고성 별미로 꼽는 것만도 수두룩하다. 딱 한가지만 맛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정식을 추천한다. 기본 메뉴만 주문해도 20여가지의 반찬에 리필이 가능해 푸짐하게 한 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일보

20여가지 반찬에 리필이 가능한 수라한정식 식당의 기본한정식 1만2,000원(2인 이상 가능).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2020.12.1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