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호기심 천국으로 추억 여행...섬진강 기차마을의 모든 것

[여행]by 한국일보

즐길거리·체험거리 가득한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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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 옛 전라선을 활용해 섬진강을 따라 가정역까지 천천히 달린다. ⓒ박준규

편리한 만큼 잃어가는 것도 많다. 전국이 고속철도로 일일생활권이 됐지만, 간이역과 폐역이 늘어나고 정겨운 철길 풍경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철도박물관이 있지만 박제된 전시품일 뿐 사람을 태우는 기차는 없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좀 다르다.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대한민국 철도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 기차 없는 곡성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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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역 광장에 지역 특산물인 멜론을 역장으로 내세운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박준규

서울에서 섬진강 기차마을까지는 역시 KTX가 가장 빠르다. 용산역 기준 2시간 20분가량 걸린다. 좌석이 편한 ITX새마을이나 요금이 저렴한 무궁화호(2만 2,200원)를 이용해도 된다. 곡성역에 내려 700m만 걸으면 섬진강 기차마을에 닿는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옛 전라선 폐선로를 이용한 전국 유일의 기차 테마파크다. 섬진강과 17번 국도를 따라 가는 구불구불한 철길 위로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달린다. 대한민국 열차의 역사를 주제로 한 치치뿌뿌 놀이터를 비롯해 4D영상체험관, 동물농장, 요술랜드, 기차마을 생태학습관, 로즈카카오 등 체험 거리도 가득하다.


입구는 1933년 일제강점기에 세운 옛 곡성역(등록문화재 제122호)이다. 물자를 수탈당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강제로 끌려간 아픔을 간직한 역이다. 해방 후에는 여수의 해산물과 전북의 농산물을 교류하는 장이었다. 전라선 이설로 폐선이 된 뒤부터 섬진강 기차마을의 관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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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세운 옛 곡성역(등록문화재 제122호). 섬진강 기차마을의 관문이다. ⓒ박준규

첫 일정은 습지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차마을 생태학습관. 섬진강의 자연생태를 관찰하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꼬마잠자리를 비롯한 습지 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수 천만송이 장미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미공원은 5월을 기약한다. 기차마을의 이색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로즈카카오(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 곡성지점)는 안 가면 후회한다. 카카오나무부터 초콜릿 제조 공정, 고대 초콜릿의 역사, 세계의 초콜릿 문화까지 초콜릿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관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생초콜릿, 아몬드초콜릿(망디앙) 등 나만의 초콜릿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카카오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열대과일을 볼 수 있는 카카오온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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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마을 생태학습관에 전시된 습지와 꼬마잠자리.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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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카카오애서는 나만의 초콜릿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박준규

그 외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관람차, 회전목마, 바이킹 등의 시설을 갖춘 드림랜드가 있고, 토끼를 비롯해 타조, 흰사슴, 야생 양의 일종인 무플런이 사는 동물농장도 있다. 섬진강 도깨비살과 마천목장군 설화를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한 요술랜드, 레일바이크를 타고 경주하는 가상현실(VR) 체험존, 우주광산과 도깨비마을을 탐험하는 4D영상관 등 재미난 체험 거리가 넘친다. 커피와 퐁듀가 포함된 로즈카카오 입장료는 성인 1만1,000원, 어린이 7,000원이다. 입장료 포함 체험비는 1만5,000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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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랜드에서는 섬진강 도깨비살, 마천목장군 설화를 듣고 체험할 수 있다. ⓒ박준규

기차 테마파크인데 기차는 어디에 있을까? 치뿌치뿌놀이터로 이동한다. 치치뿌뿌 기관실, 뚝딱뚝딱 작업실, 칙칙폭폭 세계여행, 기차놀이터, 토마스 기차 디오라마 등이 기차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꿈과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500m 순환 선로를 운행하는 미니기차를 타면 섬진강 기차마을을 한 바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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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치뿌치뿌놀이터.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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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뿌치뿌놀이터의 토마스 기차 디오라마. ⓒ박준규

여기까지는 맛보기다. 섬진강 기차마을의 진짜 주인공은 증기를 내뿜으며 기적을 울리는 증기기관차다. 영화나 사진으로만 봤던 옛날 기차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천천히 달린다. 어른에게는 옛 완행열차의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차 여행이다. 덜컹거리는 열차 창밖으로 고향처럼 푸근한 섬진강의 풍경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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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 출발점인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승강장.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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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1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는 증기기관차. ⓒ박준규

가정역에 도착하면 레일바이크로 갈아타고 일상탈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침곡역~가정역 구간에 단선으로 운행하다 최근 가정역~봉조마을(왕복 3.2km) 복선 운행으로 변경하면서 이용이 편리해졌다. 기존에는 증기기관차와 같은 구간을 이용했지만, 변경 코스는 증기기관차와 반대방향이라 섬진강의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고, 실제 기차가 달리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르막 구간에 견인 장치가 설치돼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기 때문에 편리하고, 시간 제약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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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가정역~봉조마을(왕복 3.2km) 복선 코스 운행으로 이용이 한결 편리해졌다. ⓒ박준규

30~40분 간 시속 15~20㎞ 속도로 이동하며 섬진강의 비경을 파노라마로 즐긴다. 바람은 상쾌하고 기분은 유쾌하다. 되돌아올 증기기관차에 탑승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는다. 가정역에서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도보 다리가 있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귀를 기울이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다리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다리 건너 곡성섬진강천문대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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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역에서 섬진강을 가로지는 다리가 놓여 있다.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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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다리 아래로 섬진강 맑은 물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박준규

기차마을 입장권은 성인 5,000원이지만 곡성심청상품권으로 2,000원을 되돌려주기 때문에 실제는 3,000원이다. 증기기관차 왕복권은 성인 9,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2021.02.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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