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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호텔 가 보니…

by한국일보

발단은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의 공문에서 비롯됐다. 인천공항 교통센터 1층에 캡슐호텔인 ‘다락 休(휴)’를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캡슐 호텔이란 숙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는 숙박 시설이다. 일본에서 성행한 컨셉트로, 시설비와 투자금이 적게 들기에 가격 또한 저렴하다. 국내 최초로 인천 공항에 생긴 캡슐 호텔 다락 휴는 온전한 1박 대신 저렴한 가격에 3시간(최소 이용 기준)만 쓸 수도 있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Figure 1 다락 휴 웹사이트를 접속하면 이런 예약 창이 뜬다.

자료에 따르면 다락 휴는 ‘키리스’ 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예약과 입퇴실을 처리하며, 방의 조명과 실내 온도까지 조절한다고 했다. 일단 다락 휴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검색해보니 안드로이드 폰을 위한 어플만 있을 뿐 아쉽게도 아이폰 앱이나 모바일 전용 웹사이트는 없었다. 예약 가능한 최소 이용 시간은 낮06시~20시까지는 3시간, 밤 20시~06시까지는 12시간이다. 1시간을 연장할 때 마다 4천원이 추가되며, 싱글과 더블 침대, 개별 샤워시설 유무에 따라 4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기사를 쓰기 위해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체크인 30분 전인 3시 30분에 다락 휴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다. 벌써부터 인기몰이 중인지 당일 예약할 수 있는 방은 가장 저렴한 샤워시설 없는 싱글 베드뿐이었다. 가격은 2만3,100원, 카드 사용 문자에 SK네트웍스㈜라고 찍히는 걸 보니 운영사가 워커힐 호텔인 게 맞는 듯하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인천 공항 교통센터 1층에 위치한 ‘다락 휴’ 입구 모습.

다락 휴는 인천 공항 교통센터 1층에 자리하고 있다. 교통센터가 어딘지 낯설 텐데 인천 공항 철도에서 내리면 만나는 곳으로 주차장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공항 철도에서 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길 위층이다. 인천 공항 발렛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차를 맡기고 들어오는 입구 바로 앞이다. 여객터미널에서 찾아올 때는 지상 2층과 지하 1층에 있는 연결통로를 이용하면 된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인천 공항 교통센터 1층에 위치한 ‘다락 휴’ 프론트 데스크와 로비

휴대전화 문자 메세지로 알려준다던 예약번호는 결국 체크인 직전까지도 오지 않았다. 프론트 데스크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결제까지 마친 예약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서 수기로 서류를 쓰더니 아주 상냥하게 “홈페이지에서 요금 결제 하신 것 맞으시죠?”라고 묻고는 카드 키를 내어줬다. 예약 내역이 전산으로 조회가 안 된다니, 정말 스마트폰으로 체크인이 가능하긴 한 건가.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체크인 직후 안내 받은 방의 상태.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220호 카드 키를 받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 객실 청소 시간인지 대부분의 방 문이 열려있었다. 분명 새로운 손님이 사용할 방은 청소를 마치고 문이 닫혀 있어야 할 텐데, 220호의 문은 열려 있고 침대 시트는 이미 구겨져 있었다. 다시 프론트 데스크로 돌아가 “누군가 방을 쓰고 나간 상태 그대로 인 것 같다”고 하자 관리자가 따라 나섰다. 그는 방을 확인하고는 “바로 다른 방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지만, 다른 방문을 여럿 여닫으며 한참이나 확인을 계속했다. 이 스마트한 세상에 빈 객실을 직접 열어보고야 파악할 수 있는 건 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탓일 게다. 대략 10분 가량을 기다리자, ‘업그레이드’된 객실을 주겠다며 208호 카드 키를 건네 줬다. 방 안에 샤워 시설이 있는 더블베드 객실이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더블베드 플러스 샤워부스 타입. 다락 휴 208호

시설은 개점한 지 일주일 된 ‘새 것’답게 무척 깔끔했으며 캡슐이 아니라 하나의 ‘방’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 더블 침대, 샤워부스와 세면대, 한 켠에 노트북을 펼치고 작업할 공간에 의자까지 갖췄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해 필요한 가구와 샤워 시설까지 넣었지만, 여행용 캐리어를 내려놓고 펼 만한 여유 공간은 없었다. 샤워부스는 단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을 뿐, 화장실이 아니다. 변기는 없다는 뜻이다. 다락 휴의 모든 객실에는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신발을 벗어둘 별도의 공간은 없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세면대와 수건, 옷걸이, 휴지 등이 구비되어 있다.

샤워부스 안에는 샤워를 위한 샴푸와 바디샴푸가 비치되어 있으며, 중간 크기의 수건과 커다란 샤워 타월이 세면대 옆에 곱게 놓여져 있다. 이밖에 핸드워시, 옷걸이, 휴지, 헤어 드라이어 등이 준비되어 있다. 치약과 칫솔은 따로 챙겨야 한다. 누군가 사용하고 나간 상태이던 220호와 청소를 위해 방문을 열어두었던 다른 방에는 분명 실내화가 있는 것 같았지만, 투숙한 208호실에는 없었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비상벨과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랜선 포트, 포터블 기기 충전을 위한 USB 포트, 전기 콘센트, 헤어 드라이어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실내 조명 조절, 온도 조절이 가능한 버튼과 하만/카돈 블루트스 스피커가 침대 위 벽면에 있다.

침대 바로 옆 선반 앞 벽에는 랜선 포트, USB 충전 포트, 전기 콘센트가 하나씩 있어, 수면 중 각종 기기의 충전이 가능하며, 업무를 보기에도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침대 위쪽 벽에는 조명과 실내 온도 조절 버튼,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작성하느라 블루투스 스피커의 성능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아주 잠깐 누워본 침대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매트리스가 몸을 탄탄하게 받쳐주면서도 부드럽게 감싼다.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용 화장실과 샤워룸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다락 휴 여성용 공용 샤워룸

‘노숙은 이제 그만’ 인천공항 캡슐

여성용 샤워룸 내부

여성용 공용 화장실은 두 칸, 샤워룸 또한 두 곳뿐이었다. 시설은 공항 라운지에 있는 샤워 부스와 비슷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짐과 옷가지를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있고 안쪽에 샤워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낮 시간대에는 라운지 입장료와 비슷한 가격에 다락 휴 싱글베드 3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공항에서 씻고 잠시 쉬기 위해 라운지를 찾는 것보다 다락 휴를 이용한다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단, 다락 휴에 음식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룸 서비스 역시 제공되지 않는다.

프론트 데스트에서 체크인을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문의 전화가 계속 울릴 정도로 수요는 충분해 보였다. 직접 둘러본 다락 휴는 공항 이용객에게 가장 가까운 위치에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필요한 서비스와 공간을 대여해준다. 시차에 녹초가 된 여행객을 위한 잠깐의 휴식, 새벽에 도착해 교통편이 연결될 때까지 차라리 쉬고 싶은데 호텔을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즈니스맨, 국내선을 기다리는 대기 여행객 등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잘 짚어냈다.

 

블록 쌓듯 위아래로 차곡차곡 담은 일본의 캡슐 호텔에서 ‘최소한의 공간’이라는 컨셉트만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바꾼 것도 적절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한국의 전통 건축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것 또한 근사하다. 아직 개점 초기라 운영 상의 혼란은 남아있지만, 인천 공항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