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칼로리 줄여 먹으려면…

[라이프]by 한국일보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라면의 면을 따로 끓인 뒤 물에 헹궈 더 끓여 먹으면 칼로리를 낮출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장보러 가서 식품을 고를 때 100g당 가격을 보고 합리적이면 이를 사게 된다. 하지만 식품이나 음식을 고를 때 건강한 체중 조절을 위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에너지밀도’다.


에너지밀도는 식품의 중량당 열량을 말한다. 이 에너지밀도가 일일 섭취 열량을 좌우하게 된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에너지밀도가 낮은 음식을 먹을 때보다 섭취 열량이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에너지밀도가 높은 음식은 지방과 당 함량이 높아 맛이 좋으므로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돼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반면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한 음식은 에너지밀도가 낮고 포만감이 커서 총 섭취 열량이 낮게 유지된다.


식품에 지방ㆍ당ㆍ전분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고,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낮아진다. 비만의 주범으로 알려진 초콜릿ㆍ아이스크림ㆍ케이크ㆍ감자 칩 등은 지방ㆍ당ㆍ전분 함량이 높아 대표적인 고에너지밀도 식품이다.


같은 유제품 중에서도 치즈는 에너지밀도가 매우 높지만 우유는 수분 함량이 높아 상대적으로 에너지밀도가 낮다. 채소나 과일은 수분 함량이 매우 높아 에너지밀도가 매우 낮으며 포만감이 크다. 수분 함량이 90%가 넘는 수박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채소나 과일과 달리 탄산음료ㆍ이온 음료ㆍ과일 주스 등 음료수는 수분이 많지만 포만감을 거의 주지 않으므로 에너지밀도가 낮더라도 체중 조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식품을 교육하다 보면 “왜 맛있는 음식은 다 열량이 높나요?”라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뇌의 시상하부는 공복감, 포만감, 식욕과 에너지 균형을 관장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식욕이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생리적인 반응에 의해서만 조절된다면 누구도 비만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음식의 모양, 맛, 향, 질감,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먹게 된다. 설탕ㆍ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잠시 행복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종종 생리적인 식욕 조절 체계를 무너뜨리고 충동적으로 맛있는 고열량 음식을 폭식하고 갈망하게 만들어 비만을 유발하게 된다.


해외 한 연구진이 피험자들에게 지방 함량이 20%, 40%, 60%인 세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고 무제한 먹게 했더니 세 종류의 음식 모두 비슷한 양을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방은 1g당 9㎉나 되는 고열량 영양소이므로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선택할수록 섭취 열량이 급증하게 돼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정상 체중인 사람이 비만한 사람보다 식단의 에너지밀도가 더 낮은 경향을 보인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식품을 택한 데에는 개인적인 식품 선호도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므로 취향이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샌드위치ㆍ라면ㆍ국수ㆍ탕류 등을 조리할 때 채소를 많이 넣고 지방 함량을 줄이면 에너지밀도를 낮출 수 있다. 라면을 예로 들면 파ㆍ양파ㆍ콩나물ㆍ버섯 등의 채소를 넣고 면을 따로 끓인 후에 물로 헹군 뒤 조금 더 끓이면 에너지밀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에너지밀도가 낮은 음식을 먼저 충분히 먹은 후 에너지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총 섭취 열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2021.0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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