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에 빠진 MZ세대, 새벽에 일어나 소중한 일상 지킨다

[라이프]by 한국일보

2016년 발간된 같은 이름 책에서 시작

매일 새벽 일찍부터 독서·운동·명상 등 실천

2030세대 10명 중 3명이 도전했거나 실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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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조인재씨는 아침 루틴 활동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올린다. 인스타그램 캡처

대기업 14년차 직장인 조인재(38)씨는 매일 오전 3시에 눈을 뜬다. 새벽 감사 기도를 드린 후 물을 마신 뒤 이불 정리 정돈을 한다. 이후 3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 뒤 스쿼트 20회씩 2세트, 푸시업 20회씩 2세트를 한다. 그런 다음 뉴스를 듣고 면도·양치·세면을 마친 뒤 비타민을 먹고 분리 수거를 한 다음 45분 동안 4㎞를 걷는다.


운동이 끝나면 팟캐스트와 5분짜리 스피치 영상을 본 후 샤워를 한 뒤 일기를 쓴다. 이후 100분 동안 독서를 하고 30분 동안 글을 쓴다. 이 모든 활동이 끝나면 오전 8시.


이후에야 그는 남들처럼 9시까지 출근을 한 후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한다. 그리고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든다.


지난해 8월 23일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조씨의 '미라클모닝(Miracle morning)'이다. 2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의 아침 루틴은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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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성준씨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루틴을 인증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성준(31)씨는 지난해 8월부터 하루 일정을 오전 4시 30분에 시작한다. 그는 명언쓰기, 달리기와 턱걸이, 푸시업 등을 1시간 한 뒤 1시간 동안 신문을 읽는다. 이후 30분 가까이 일본어를 공부한 뒤 출근 준비를 한다.


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 게시글만 32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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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을 검색하면 32만 개 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미라클모닝이라는 새로운 습관 일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라클모닝이란 2016년 나온 같은 이름의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에 일어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기도나 명상, 공부, 운동 등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모닝 루틴(routine·반복되는 일), 모닝 리추얼(ritual)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는 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매일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 해시태그 게시글은 32만 개가 넘는다. '미라클모닝챌린지'는 1만6,000여 개에 달한다.


아침 루틴 열풍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개인 회원 8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8%가 미라클모닝에 도전해 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실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20대와 30대의 경우 각각 30.0%, 35.3%가 긍정적으로 답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45.0%가 도전 혹은 실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공' 목적 아닌 '자기 돌봄', '자존감 향상'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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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손모(28)씨는 매일 아침 6시 기상 인증을 공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라클모닝은 과거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 열풍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목적이 '성공'이 아닌 '자기 돌봄'과 '자존감 향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삶 속에서 자기를 지켜내기 위해서 부지런히 산다고 밝혔다. 조인재씨는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하는 것"이라며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 불필요한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고 현재에 집중한다"라고 전했다.


오전 4시 반부터 명상, 운동, 영어 공부를 하는 대기업 직장인 오동아(29)씨는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뻔하고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서 좀 더 특별하게 살아가고 싶었다"며 "열심히 살다 보니 삶에 활력이 생기고 생기가 넘치게 됐다"고 말했다.


미라클모닝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가를 느끼게 됐다는 경우도 있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감사 일기, 필사, 독서, 홈트레이닝 루틴을 반복하는 대학원생 조희진(28)씨는 "대학생 때까지는 시험 성적과 학점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는데 대학원을 오고 나니 하는 일마다 실패를 되풀이하며 자연스럽게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왔다"며 "일상에서라도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자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엇인가를 이루는 게 재미가 있고 한계를 극복할 때 짜릿하니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책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뉴욕주(州)와 조지아주 변호사 시험에 모두 합격한 저자 김유진씨는 몇 년 동안 오전 4시 30분 기상으로 '내가 주도하는 시간'을 얻은 것이 힘든 유학 생활을 견뎌내고 성공한 비결이라 말했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덤이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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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동아씨의 미라클모닝 인스타그램 계정. 인스타그램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미라클모닝 참여자를 크게 늘리는데 한몫했다.


조희진씨는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졌고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습관을 만들어서 부지런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재씨도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데 관심이 커졌다"며 "여러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인증하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도 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감성이나 사회적 관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MZ세대에게는 기분 전환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기회가 줄며 코로나19 블루나 무기력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라클모닝 챌린지를 통해 소소하게 성취감을 얻고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습관 만들기는 혼자 유지하기 쉽지 않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SNS에 특정 주제로 계정을 만들어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달성 상황을 공유하며 동기 부여를 얻는 것 같다"며 "서로를 응원하는 등 긍정적이고 느슨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미라클모닝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었다. 조인재씨는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다보니 루틴 시작 이후 결과적으로 14㎏ 체중 감량을 했다"고 전했다.


오씨도 "새벽에 미리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니 일할 때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며 "할 일도 새벽에 미리 하니 평일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나도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휴식을 주는 시간으로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2021.04.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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