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섬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가 아찔한 다도해 전망대

[여행]by 한국일보

풍경 보물섬, 진도 조도와 관매도

한국일보

세로로 길게 갈라진 암벽 사이를 연결하는 관매도 하늘다리. 예전 섬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였던 이곳이 요즘은 아찔한 다도해 전망대로 더 알려져 있다. ⓒ박준규

전남 진도는 운림산방, 세방낙조, 신비의 바닷길, 진도개테마파크, 송가인집 등 명소가 수두룩하다. 섬으로 눈길을 돌리면 노다지를 만난 것처럼 볼거리가 더 풍성하다. 진도의 풍경 보물섬, 조도와 관매도를 소개한다.


조도(鳥島)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가 앉은 듯한 형상이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14개 마을로 구성된 하조도에 면사무소가 있고, 바로 위 상조도와는 조도대교로 연결된다.


1909년 세워진 하조도 등대는 100년 넘게 다도해를 오가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했다. 섬의 동북쪽 끝자락, 바위 언덕에 우뚝 서 있어 조망도 뛰어나다.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만물상이라고도 부른다. 바다 조망은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가 한 수 위다. 조도를 여행하는 이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전망대에서는 다도해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주변 178개의 섬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조도의 제1경승지다. 관매도, 소나배도, 나배도, 대마도, 모도, 병풍도, 동거차도, 서거차도, 소마도, 닭섬, 맹골도, 관사도 등 조도군도의 수많은 섬이 바다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답다.

한국일보

하조도 등대는 100년 넘게 인근 해역을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준규

한국일보

조도 제1경승지로 꼽히는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 날이 좋으면 조도군도의 178개 섬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박준규

한국일보

하조도 등대 옆의 만물상 바위. ⓒ박준규

한국일보

도리산 전망대에서 보면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박준규

하조도 아래 관매도(觀梅島)는 약 400년 전 조씨 성을 가진 선비가 제주도로 귀양을 가던 중 해변에 매화가 무성한 풍경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주민들은 조도군도의 수많은 섬으로 둘러싸인 앞바다가 호수처럼 아늑하고 잔잔해 관호도라고도 불렀다.


관매도에는 2개의 도보 여행길(마실길)이 있다. 모두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하늘다리 코스(2.5km)는 관호마을, 우실, 돌묘와 꽁돌을 차례로 거친다. 돌담길이 예쁘장한 관호마을을 지나면 바닷가 언덕에 있는 또 다른 돌담 ‘우실’과 마주친다.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쌓은 담장으로 섬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시설이다. 액운을 막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돌묘와 꽁돌이 있다. 꽁돌은 공깃돌의 지역 사투리다. 높이 3.5m, 둘레 10m의 꽁돌은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자연의 작품이다. 둥그런 바위 아랫부분에 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다. 실제 사람의 손일 리는 만무하고 지질현상으로만 설명하면 신비로움이 반감되니, 그럴싸한 전설 하나로 대신한다.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꽁돌을 딸들이 가지고 놀다가 그만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옥황상제는 즉시 장수를 시켜 되가져오게 했다. 하지만 돌이 너무 무거워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던 장수는 그만 꽁돌에 깔리고 말았다. 돌에는 낑낑대던 장수의 왼손 손바닥 자국이 깊게 남았다. 혼절한 곳은 그대로 장수의 무덤, 돌묘가 됐다는 이야기다.

한국일보

관매도의 '우실'은 거센 바람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쌓은 돌담이다. ⓒ박준규

한국일보

관매도 해안의 꽁돌. 마치 흔들바위 같아서 여행객마다 밀어 보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박준규

꽁돌이 있는 곳에서 30여 분간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오르면 하늘다리가 영화 속 풍광처럼 등장한다. 예전에는 통나무 다리였지만 최근에 튼튼한 목재 덱으로 다시 설치했다.


하늘다리에는 섬에 사는 청춘들이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서려 있다. 서로 애틋하게 여기면서도 고백을 못 하고 속앓이를 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마다 섬의 청년들은 하늘다리로 소풍을 갔다고 한다. 음식과 쑥막걸리를 잔뜩 가져가서 여럿이 흥겹게 놀다가, 슬슬 자리를 뜬 청년들은 서로 좋아하는 남녀만 남겨놓고 통다리를 치워버린다. 못이기는 척, 어쩔 수 없이(?) 갇혀 버린 두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하면 그제야 다시 통나무 다리를 연결해 마을로 돌아오게 했다고 한다. 서툴고 투박하면서도 순박함과 풋풋함이 배어 있는 섬 청춘들의 연애 방식이었다.


지금의 하늘다리는 주민들이 미역을 채취하러 오가는 길이자 여행객의 등산로다. 높이 40m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번지점프대에 선 것처럼 아찔하다. 돌을 떨어뜨리면 한참 후에나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비좁은 바위 틈으로는 쉴 새 없이 바닷바람이 불어댄다. 한여름에는 천연 에어컨이나 다름없다.

한국일보

관매도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완성해 주는 하늘다리. 해상유람선을 타야 진면목이 보인다. ⓒ박준규

한국일보

관매도 하늘다리. 사랑하는 남녀만 남기고 치워졌다 연결되던 통나무다리 대신 튼튼한 목재 덱이 놓였다. ⓒ박준규

방아섬 코스(3.2㎞)는 선착장에서 관매해변과 관매마을, 관매습지로 이어진다. 썰물 때면 고운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지는 관매해변은 호젓하게 맨발로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해변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400년 가까이 된다. 소나무가 빼곡한 숲길을 걸으면 바다 향기, 솔 향기가 가득하다. 관매마을을 한쪽에는 높이 18m에 달하는 후박나무 두 그루가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12호로, 매년 12월 말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한국일보

고운 모래에 물결이 얇게 번지는 관매해변은 맨발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박준규

한국일보

관매마을 외곽에 후박나무 2그루가 수호신처럼 가지를 펼치고 있다. ⓒ박준규

마을 뒤편 습지는 고구마를 심는 다랑이 밭이었다. 주민들이 하나둘 섬을 떠나며 한동안 버려졌던 이곳에 요즘은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메밀을 심는다. 올해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관매마을 주변이 노란 유채꽃 천국으로 변신할 전망이다. 드넓은 들판에 바람이 불 때마다 유채 물결이 살랑거린다고 한다. 도보 여행으로 아쉬움이 남으면 해상유람선을 탈 수 있다. 바다에서 보는 관매도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하늘다리를 비롯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닮았다는 암반퇴적층, 방아섬 등 자연이 빚은 걸작품이 즐비하다.

한국일보

관매마을의 버려진 밭에 최근엔 유채를 심는다. 4월 말이면 노란 물결이 일렁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평기 진도문화관광해설사 제공

한국일보

유람선을 타면 관매도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퇴적암이 켜켜이 포개진 이곳은 곡선이 유려해 '오페라하우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준규

조도ㆍ관매도 여행 메모

섬 여행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먼저 서울에서 진도까지는 고속버스(3만7,300원)를 이용한다. 진도터미널에서 팽목항까지는 농어촌버스(1,000원)로 갈 수 있다. 팽목항에서 섬으로 가는 도선을 이용한다. 조도(4,200원)는 하루 8회, 관매도(1만3,000원)는 2회 운항한다. 하조도와 상조도에서는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관광지까지 이동하려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택시를 타는 게 경제적이다. 조도에서 식사는 대성식당(061-542-3107)을 추천한다. 국물 맛이 시원하고 담백한 맑은우럭탕(지리탕)을 권한다. 관매도에서는 솔밭식당의 톳칼국수를 추천한다. 항상 문을 여는 식당이 아니어서 예약(061-544-9807)이 필수다.

한국일보

관매도 솔밭식당의 톳칼국수. ⓒ박준규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2021.04.1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