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자취 감춘 고교야구 에이스 3인방, 지금 어디에
대구고 트로이카 한 축이라 불렸던 장준혁
돌연 자취를 감추었던 경북고 에이스 장보근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상원고 박민제
대학야구 인기 부활 이바지 후 프로 도전
대구고 장준혁(왼쪽부터) 경북고 장보근, 상원고 박민제 선수. 박상은 기자 |
대구고 장준혁(19), 경북고 장보근(18), 상원고 박민제(19) 선수. 이들은 내년도 대학 야구판에서 전화위복이란 고사성어를 자주 떠올리게 할 대표 3인방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락에 빠졌던 올해 고교 3학년을 극복하고 내년 대학 1학년부터는 꽃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초까지만 해도 프로팀 지명이 당연시 되던 팀의 에이스였다. 당연히 차세대 프로야구계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기대와 달리 한 해동안 흔적을 감추거나 시련을 겪었다.
대구고 트로이카의 한 축으로 불렸던 장준혁, 경북고 에이스 자리를 두고 김기준(18)과 각축을 벌이던 장보근, 프로 지명이 거론되던 상원고 박민제, 이들 3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구고 트로이카의 한 축으로 불렸던 장준혁
투수 장준혁은 신장 190㎝ 몸무게 88㎏의 체격을 바탕으로 최고 구속 149㎞의 포심 그리고 슬라이드, 커브를 던진다. 최대 무기는 강한 회전력을 바탕으로 한 종속이 살아있는 대포알 같은 묵직한 포심이다.
그는 각각 프로 1차 지명을 받았던 같은 팀 이로운(SSG), 김정운(KT)과 함께 대구고 선발의 한 축을 담당, 매스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볼의 구위만을 놓고 보면 대구고 트로이카 중 최고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작년 9월 U-23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구위는 단연 압권이었다. 대표팀 형들의 방망이는 그가 내려 꽃는 대포알 같은 볼에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마치 포수 미트를 찢어버리겠다는 것처럼 던져대는 장준혁의 볼에 대표팀 선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안타는커녕 방망이에 볼을 맞출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는 이날 연습경기에서 모두 3이닝을 소화하면서 탈삼진 7개, 그 중 5연속 탈삼진과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고교 2학년생이 U-23 대표팀 선배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고 트로이카 중 가장 앞에서 팀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3학년이던 올해 그는 소위 '죽을 쒔다'. 그가 기록한 올 한해 총 이닝은 주말리그 1이닝,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2이닝 총 3이닝이 전부였다.
등판 자체가 불가능 했던 이유는 통증 탓. 고교 2학년 늦가을부터 그를 괴롭혔던, 원인과 병명을 알 수 없는 아픔으로 공을 던질 수가 없었다.
인근 병원을 수차례 찾아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자신은 아픈데, 병원에서는 매번 이상이 없다고 하니 꾀병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괴로웠다. 무엇보다 공을 던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바깥에서는 이런 그를 보고 "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다", "원래 체력이 약하다", "멘탈이 약해서 그렇다"는 등 비난도 난무했다.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저를 믿고 뒷바라지해준 아버지,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신 동문 선배들에게 미안해 낯을 들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통증의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어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아가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피로 골절'로 판명 받았다.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공을 만지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들었다. 하지만 2022년 1월 말 어깨의 통증이 없어지는 듯 해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공을 만졌다. 이것이 일을 키우게 되어 결과적으로 올해 1년간을 마운드에 설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장준혁에게 주말리그, 전국대회의 투구이닝과 전국대회 팀의 8강 이상 성적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프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프로 지명 순위가 문제지 프로에 입단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을 정도로 그의 구위와 실력은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다.
프로 스카우터가 지켜보는 전국대회에서 쇼 케이스만 잘 치루기만 해도 프로 입단은 문제가 없다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자신의 생각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장준혁은 비록 지난 1년간 바닥을 기었지만 "이것으로 야구 인생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피로 골절도 완치가 되어가고 있다"고 희망을 다시 품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프로 입문이 조금 늦어질지 모르지만, 먼 훗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는 로운이, 정운이 못지않은 훌륭한 캐리어를 지닌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대구고 장준혁 선수. 박상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