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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해리포터’ 론과 첫 영화? 신기한 경험”

기네스북 오른 광고 거장

by헤럴드경제

“광고는 30초에서 길어야 1분이니 뭔가를 얘기하긴 당황스럽죠. 영화는 1시간30분 동안 쭉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프랑스 출신 앙투완 바르두-자퀘트(46) 감독이 영화 ‘문 워커스’를 들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광고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이다. 유명 광고와 다양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은 물론, 혼다 자동차 광고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처음 선보인 작품이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는 기쁨을 안았다.

‘문 워커스’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시도하던 미국이 실패에 대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섭외해 달 착륙 장면을 연출하려 했던 조작 프로젝트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지난 수십 년 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을 두고 진위여부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이 사건이 가짜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화는 피가 난무한 장면을 심각하지 않게 경쾌한 터치로 그려내는 동시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베트남전, 히피 문화 등 당시 시대상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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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 워커스'의 앙투완 바르두-자퀘트 감독

“아들에게 달 착륙 얘기를 해주다가 영화의 스토리를 떠올렸어요. 지금도 구글에서 검색하면 달 착륙 음모론에 관한 내용만 10페이지가 넘게 나와요. 달 착륙이 실패했다고 믿는다기 보다, 그저 유머러스하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물론 최강대국인 미국의 권력에 대한 믿음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있었죠.”

‘해리포터’ 시리즈 ‘론 위즐리’ 역의 루퍼트 그린트가 달 착륙 조작 프로젝트에 합류한 3류 밴드 매니저 역을 맡았다. ‘헬 보이’, ‘퍼시픽 림’의 론 펄먼은 달 착륙 조작 영상을 의뢰하기 위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찾아나선 CIA 요원 역으로 합류했다. 특히 론 펄먼은 올해 부천영화제에 ‘문 워커스’를 포함한 3편의 작품이 초청, 한국 방문을 마지막까지 조율했지만 무산되면서 앙투완 감독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루퍼트 그린트와 론 펄먼, 모두 열려 있고 똑똑한 배우들이예요. 첫 연출작이라 미흡한 부분이 있을 법도 한데 시나리오를 보고 아무런 수정 요구도 하지 않았죠. 굉장한 신뢰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둘 다 경험이 많아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는 배우들이라 작업이 빠르게 진척됐죠. 특히 루퍼트 그린트는 ‘해리포터’에 나올 때부터 봐온 배우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영화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게 신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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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문 워커스`의 한 장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도 ‘문 워커스’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큐브릭 감독의 역작인 ‘시계태엽 오렌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등의 음악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코미디 영화를 통해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안았지만, 그는 SF나 액션 등 또 다른 장르물의 연출에도 포부를 품었다. 세계적인 광고 감독의 자리에서 내려와 또 다른 분야에 뛰어든 그의 도전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문 워커스’는 대중성을 지향하면서도 저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는 웃음 요소가 나라나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SF 장르이고 액션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SF는 돈이 많이 들어서 작은 영화들을 찍으면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요.”(웃음)

[사진 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혜미 기자 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