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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에어비앤비, 지금
지드래곤이 최선입니까?

by헤럴드경제

숙박과 관련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호텔, 모텔, 펜션 등 숙박업소를 모바일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인데요. 국내에선 2005년 시작한 ‘야놀자’와 2014년 후발주자로 뛰어든 ‘여기어때’가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01년 다음 카페에서 시작한 숙박 O2O서비스 업체 ‘모가’도 최근 리뉴얼 론칭하고 모바일 앱 시장에 뛰어들었죠. 

 

광고 홍보 경쟁도 뜨겁습니다. 야놀자는 타요 캐릭터가 그려진 버스에 “그녀가 ‘다리아파’라고 말했다”라는 광고문구를 넣었고, 여기어때는 버스정류장에 ‘OO가 땡긴다...’ 시리즈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다리가 아프니 야놀자로 모텔 한번 검색해보라는 메시지겠죠. OO가 땡긴다는 말도 야릇하게 들립니다. 

에어비앤비, 지금 지드래곤이 최선입니

에어비앤비코리아 이준규 대표(오른쪽)과 지드래곤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에어비앤비]

숙박 앱 중에서 최근 가장 ‘핫’한 홍보 이벤트를 내놓은 것은 ‘에어비앤비(Air B&B)’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숙박 공유서비스 글로벌 업체로, 2008년 미국의 청년 셋이 자신들의 숙소를 숙박 장소로 내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현재 기업가치 255억달러(약 30조4000억원). 에어비앤비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의 시가총액(277억달러)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힐튼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한국에는 2013년 1월 처음 진출했습니다.

 

에어비앤비코리아(대표 이준규)가 ‘슈퍼스타’를 호스트(Host)로 한 이벤트를 내놨습니다. 그 슈퍼스타는 지드래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시아 5개국(한국, 중국, 일본, 홍콩, 동남아시아)에서 각 다섯명의 팬을 선발해 지드래곤이 연습생 시절 썼던 홍대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에서 2박3일을 묵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겁니다. 한국행 이코노미 왕복 항공권도 준다는군요. 

 

이를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20일 홍대 Aa뮤지엄에서 있었습니다. 취재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떴다 하면 포털 뉴스 화면을 도배하는 지드래곤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벤트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실 이렇습니다. 지드래곤이 호스트로서 5명의 게스트에게 제공하는 것은 체크인과 체크아웃, 국내 여행지 몇 곳 소개, 그리고 YG 구내식당에서 함께 하는 식사 한 끼 정도입니다. 그나마 국내 여행지도 게스트들과 직접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트를 소개해주는 정도입니다. 

 

물론 내용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현재까지 미니멀하게 예정된 건 이 정도지만, 일정은 플렉서블(Flexible)하다”고 말했으니까요. 또 간담회에서 “요새 바쁘지 않냐”는 이준규 대표의 질문에 지드래곤은 “안 바빠서…”라고 대답했으니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조금 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팬들은 환호하겠죠. 

 

에어비앤비는 현재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슈퍼스타 호스트’ 이벤트는 거의 한국이 유일합니다.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에서의 하룻밤, 혹은 미국 시카고불스 경기장에서의 하룻밤 같은 이색 이벤트가 간간히 있지만요. 유명 연예인을 데려다 벌이는 이벤트는 에어비앤비코리아가 맨 먼저 시작한거죠. 

 

에어비앤비코리아와 지드래곤의 인연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지드래곤 전시 ‘피스마이너스원’의 후원을 에어비앤비코리아가 맡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전시 후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이벤트에 대해 지드래곤 측에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봐서는 후원에 대한 보답(?)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에어비앤비는 “후원 당시 이러한 이벤트 내용을 사전 계약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요. 

 

역시나 지드래곤이었습니다. 간담회 이후에는 ‘지드래곤 민박집 주인됐다’, ‘지드래곤, 에어비앤비 써봤다’는 기사가 관련 기사로 줄줄이 링크됐고, ‘지드래곤의 날렵한 브이라인 얼굴’, ‘지드래곤의 올블랙 시크 패션’까지 기사화됐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이벤트로 의도했던 건 이런거겠죠.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함께 에어비앤비가 언급되는 것.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거나 했을 때는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해지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간담회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 에어비앤비는 없었습니다. 북한 사격과 한명숙 의원 대법원 선고 이슈에 묻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건, 이벤트 관련 기사들 이후에 올라와 있는 에어비앤비 관련 기사들입니다. 프랑스의 한 부부가 한국 여대생을 흉기로 위협했다거나, 스페인에서 성전환 한 집주인이 미국의 10대 남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사건 사고 기사가 이어집니다. 모두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에어비앤비에 대한 기사는 두 부류였습니다. 호텔업계를 위협할만큼 무시무시한 성장세와 더불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기사들이었죠. 최근에는 그 위험 요소가 현실로 드러난 사건이 있었던 거고요. 네이버 검색창에 ‘에어비앤비’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에어비앤비 성폭행’, ‘공포의 에어비앤비’, 그리고 이젠 ‘에어비앤비 지드래곤’이 함께 뜹니다. 

 

질의응답도 없이 ‘자화자찬’만 하고 간담회를 끝낸 에어비엔비 측에 다시 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을 기반으로 호스트-게스트에 대한 리뷰 정보를 제공한다, 호스트와 게스트간 메신저 대화로 숙박 전에 정보를 사전 공유한다,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주민등록증, 여권 사본과 같은 국가가 공인하는 ‘인증서’ 정보를 에어비앤비 측에 제공한다 등이 돌아온 답변입니다. 호스트가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최대 10억원까지 배상을 해준다는 내용도 있었고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스페인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그 주 주말에만 에어비앤비 사용자가 80만명에 달했는데, 이 사건은 80만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거죠. 

 

확률상으로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숙박 공유 서비스에서 이러한 사건은 치명적입니다. 그 80만분의 1이 바로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그렇죠. 

 

게다가 ‘개인정보 본인 인증’을 위해 주민등록증, 여권 사본 등을 받고 있다면 그야말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에어비앤비가 갖고 있는 셈입니다. 잘 보관되고 있긴 하겠죠?

 

연예인 홍보를 하는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묻고 싶네요. 에어비앤비, 지금 지드래곤이 최선인지 말입니다. 연예인을 앞세워 떠들썩한 단발성 홍보 이벤트를 벌일 게 아니라, 좀 더 성숙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더 시급한 때라고 여겨집니다만. 

 

김아미 기자 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