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투자민국’…엄마는 아파트, 아빠는 코스닥, 아이는 가상화폐

by헤럴드경제

주택 4000조·증시 2000조·가상화폐 1000조 규모

가상화폐 논란…올 자산시장 최대 변수로 ‘급부상’

“열심히 일해봐야”…노동가치는 상대적 추락 ‘허탈’

 

‘엄마는 아파트 보러 다니고, 아빠는 코스닥에 푹 빠졌다. 아이는 비트코인으로 인생 첫 ‘대박’을 노린다’

 

최근 자산시장을 가정에 투영해 본 설정이다.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도 주식도, 가상화폐도 하지 않는 이들은 열심히 제 일을 하고 있더라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모양새가 됐다.

주택 4000조, 증시 2000조, 가상화폐 1000조

새해 들어 강남 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종합한 2016년말 전국 주택시가총액은 2016년말 3732조원이다. 지난 해 집갑 상승과 신규 물량공급 등을 감안하면 39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증시도 올해 2000조원 돌파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코스닥이 900선에 다가선 덕분이다. 코스피가 이전 고점(지수 2056 당시 1664조원)를 회복하고, 코스닥이 현재(18일 기준 316조원)보다 7% 남짓만 더 오르면 사상 첫 2000조원 돌파가 이뤄진다.

 

가상화폐 시장도 100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전세계 시가총액은 7116억 달러(15일 기준)이다. 최고치는 지난 6일 기록한 7958억 달러(845조원)다. 가장 투자열기가 뜨거운 우리나라에서 거래소 폐쇄 조치가 철회되면서 주춤하던 상승세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투자민국’…엄마는 아파트, 아빠는

분석? 묻지마…기대감·조급함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힘은 기대감과 조바심이다. 저금리로 풀린 천문학적인 돈은 생산적 투자로 가지 못하고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강남 부동산과 삼성전자에 집중됐지만, 올 들어서는 비(비(非))강남 지역과 바이오주에 몰리고 있다. 가상화폐도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확산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내재가치에 대한 평가보다는 기대감이 앞선다. 대출규제가 심해지면, 택지공급 축소로 새집이 줄어들면 사기 어렵다는 심리가 주택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수요도 상당하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전세살이로는 평생 내집 갖기 어렵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주 투자도 ‘묻지마’에 가깝다. 매출이 채 10조원이 안되는 셀트리온이 매출만 100조원에육박하는 현대자동차를 시가총액으로 넘어섰다. 아직도 이익추정이 어려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양대 정점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증권사 분석보고서조차 제대로 없는 신라젠 시가총액이 세계 조선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비슷하다.

가상화폐, 2018 자산시장 최대 변수로

가상화폐는 올 자산시장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정부가 은행계좌를 통한 거래를 용인하기로하면서,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연결고리가 유지되게 됐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에서 수 십억 원을 번 이들이 강남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역시 내개가치 평가가 어렵다. 화폐인지 자산인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이 뜨겁다. 하지만 종류가 다양해지며 ‘확산’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동일군에 속하는 자산간의 상대가치 변화가 가격에 영향을 준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의 선물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때 가상화폐 시장의 80~90%를 차지했던 비트코인 비중은 현재 32%대로 떨어졌다. 이더리움은 17% 수준이지만 1년전 31%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열심히 일해봐야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노동의 상대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아파트 한 채 값이 1년새 수 억 원 오르고, 한 두 달 새 바이오 주가가 배 이상 급등하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은 ‘쥐꼬리’로 전락했다. 한 외국계 은행에서는 가상화폐로 70억원을 번 이가 퇴사하기도 했다. 자산시장은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지만, 다수의 소외된 이들은 삶의 의욕이 꺾이고 있다.

 

자산시장의 성장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치솟은 집값이 만에 하나 하락한다면 가계부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바이오 주식의 실적이 뒷받침 되지 못할 경우 천문학적 자금이 허공에 증발될 수 있다.

 

가상화폐 역시 가격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투기자산 논란이 일면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자산가격 급등을 시장에 맡겨둘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정부의 정교한 대책이 절실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