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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재래시장인 ‘보케리아’ 시장에서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우디’를 엿보다

by헤럴드경제

새벽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공항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지하철도 버스도 운행되지 않는 그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공항에 남아 여행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중 사진 작가 한 분을 만났고, 얼떨결에 우리는 일정을 함께해 나갔다. 이 인연이 길어질지 그때는 몰랐었다. 여행에서 스쳐 만난 인연들은 보통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기 전에 헤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런 인연들 덕분에 무미건조할 수 있는 여행을 좀 더 풍성하고, 완성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먼저, 람블라스 거리로 향했다. 람블라스 거리에는 콜럼버스 기념탑이 우뚝 서 있는데, 인도를 찾아 떠난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발견하고 이사벨라 여왕의 환대를 받았던 곳으로 스페인에 엄청난 부와 번영을 가져다 준 동시에 원주민들의 혹독한 착취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그 거리를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간쯤에 위치한 보케리아 시장이 보인다. 보케리아 시장은 육해공 식재료가 넘쳐나는 곳으로 하루 방문자만도 30만 명이 넘는 곳이다. 시장 입구에는 높은 열주들과 함께 다양한 상점들이 질서 없는 질서를 가지고 늘어서 있다. 열주 앞을 지나 더 들어갔다. 세계 어느 도시의 시장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다양한 색감들로 우리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모든 활동을 내다파는 시끄러운 시장을 보며, 위대한 건축물이나, 기념비를 바라보는 성스러운 느낌을 던질 수 없었다. 그들의 전시 배열을 보며 바르셀로나인들의 예술적 감각을 감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스페인은 아랍과 서구의 접점지대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아랍 건축양식을 변용하여 ‘구엘공원’(Parc Güell)을 건축했다. 자연의 영감을 받아 가파르면서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구엘 공원과, 그가 다 이루지 못한 ‘사그라다 파말리아’ 성당에서 붉은색에서 노란색, 연두색에서 푸른 색으로 이어져가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황홀함을 재래시장인 이 곳, 보리아케 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가우디의 작품을 압축한 듯 말이다. 또한, 점포들마다 뽐내는 다양한 색깔은 이 나라를 대표했다. 붉은 색은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녹색은 올리브 나무, 푸른색은 그들의 지중해였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스페인의 장수 비결인, 올리브와 함께 토마토, 오렌지, 맥주, 포도주, 하몬 등은 세계적인 재래시장이라는 명성답게 지천에 깔려있었다. 특히 ‘하몬’은 스페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한데, 이 ‘하몬’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만든 생햄으로 스페인 전통 음식 중 하나이다. 1000년경 돼지가 수입된 이후 냉장시설이 없어 장기 보관하기 위하여 탄생한 요리로, 우리나라의 간고등어와 유래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간고등어처럼 하몬 또한 짠맛이 강해, 술안주로 달콤한 와인과 즐겨 먹거나, 샌드위치에 곁들여 먹는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보케리아 시장은 가격 또한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여행 중에 먹기 힘든 과일을 싼 가격으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하몬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었다. 나는 여행 중에 이런 시장과 마주하게 되면 주저 없이 식재료들을 골라 담아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곤 한다. 이번에도 하몬과 함께 바게트, 치즈, 토마토, 아보카도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다. 나만의 샌드위치로 몇 번의 끼니를 해치웠는데, 그런 소소한 배부름이 감사한 하루였다.

‘바르셀로나’의 예술가, ‘안토니 가

사진 저작권자© 이소현

값비싼 음식들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여기저기 다니며 길거리 음식으로 다양한 맛을 보고, 그 속에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 거하게 배 부르지 않아도, 적당히 기분 좋은 느낌. 그런 소소한 행복을 나는 사랑하고, 계속해서 그런 행복들을 하나씩 찾아나갈 것이다. 


HOOC=이소현 여행작가 hyeon5772@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