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빛바랜 취지, 어쩌다 욕하며 보는 방송됐나

[컬처]by 헤럴드경제
'골목식당' 빛바랜 취지,  어쩌다

(사진=SBS)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제작진이 지난 1월 프로그램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프로그램의 지향점이다. 그 후 8개월여가 흐른 지금, 제작진이 그 취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골목식당’은 맛과 음식에 대한 이해, 위생관념도 없는 듯 보이는 출연자들로 인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듯한 출연자가 계속 등장하다보니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시청자들은 백종원이 왜 굳이 이들을 도와줘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비단 출연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골목식당' 빛바랜 취지,  어쩌다

(사진=SBS 방송화면)

출연자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 몇 회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제작진의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제작진은 오히려 문제시되는 출연자의 모습을 방송을 자극적으로 만드는 소재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논란이 되는 출연자들은 좀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다루는 방식도 눈에 띈다. 백종원이 출연자의 마인드와 태도를 지적하는 모습이나 음식을 먹다가 뱉는 모습 등을 자막과 적절한 효과음을 사용해 편집하며 프로그램의 텐션을 높이고 백종원과 출연자가 충돌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아무리 공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골목식당’은 예능 프로그램이고 상업적인 가치도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직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눈길을 끌어당기는 것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선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편집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골목식당’에 파고든 막장드라마 문법

하지만 그러는 사이 ‘골목식당’은 소위 ‘막장드라마’처럼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본래 의도대로라면 시청자들은 방송에 등장하는 식당들이 백종원의 솔루션을 통해 부족한 점을 채워 부흥하길 응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백종원이 특정 식당에는 솔루션을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보통의 막장드라마라면 악인이 벌을 받는 권선징악적 결말이라도 기대하며 볼 텐데 ‘골목식당’ 속 논란의 식당들을 보면서는 그런 통쾌함이나 감정적 카타르시스도 기대할 수 없다.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가치만 흐려질 뿐이다.


물론 제작진이 솔루션을 받을 식당 주인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지, 실제 솔루션을 받는 과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완벽히 파악할 순 없다. 때문에 ‘일부러 화제가 될 만한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장 손쉽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들어둘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제작진의 게으른 기획과 연출이다. 논란이 되는 출연자를 부각시키는 건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일 수 있는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 편만 봐도 편성 시간대가 바뀌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유지하거나 혹은 높여가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비드라마 TV화제성 지수에서도 순위가 대폭 상승해 2주 연속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논란에 피로를 호소하는 시청자들 역시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했던 이전 식당편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는 점도 제작진의 방향 선회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음식 맛은 훌륭하나 운영상의 문제가 있던 이태원 해방촌 신흥시장 편의 횟집이나 음식의 맛은 물론 요식업에 대한 이해도 면에서도 백종원의 극찬을 받은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편의 텐동집 같은 경우 질타를 받은 식당들, 혹은 그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기본 실력은 있으나 운영의 미숙함, 식당 입지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 주인들에게 백종원이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그저 편하게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아지려는 노력이라도 보이길 바란다. 그렇게 위기에 처한 소시민이 베테랑 조력자의 도움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는 드라마를 원하는 것. 그러나 시청자 바람과 달리 제작진은 막장으로 방향키를 잡고 시청률 상승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백종원이 프로그램 시작 당시부터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와 함께 강조한 점이 있다. 실력 미달에 성의도 보이지 않는 식당이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잘 돼선 안 된다는 것. 백종원은 행여 방송 효과로 호황을 누리더라도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반짝 효과로 끝날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골목식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시간을 쪼개 연구를 거듭하는 백종원의 의도까지 빛 바래는 느낌이다. 출연자에 대한 구설수가 반복되자 유윤재 CP는 SBS 예능국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제작진도 전혀 예상 못한 부분”이라며 “솔루션 때 어떤 분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적 묘사도 좋지만 프로그램의 가치마저 퇴색시키는 연출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culture@heraldcorp.com

2018.09.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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