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실거래가’만 믿는다는 당신에게

[비즈]by 헤럴드경제
집값은 ‘실거래가’만 믿는다는 당신에
집값은 ‘실거래가’만 믿는다는 당신에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1.84% 올랐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다. 지난 9월(3.83%)를 제외하면, 2008년 4월(1.98%) 이후 월간 기준 최고로 많이 뛰었다.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리고 대출규제를 강화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절벽’이란 표현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꽁꽁 얼었는데 좀 당혹스러운 결과다.


정부 공인 시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는 조금 다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폭을 보인 9월 1.84% 뛰었다가 10월엔 0.58%의 변동률을 보였다. 여전히 오름세이긴 하지만 과열 현상을 보였던 9월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감정원 기준 최근 3년간 10월 아파트값 변동률은 0.54%다. 계절적 변화요인을 고려한 10월 평균과 많이 비슷해졌을 정도로 안정됐다.


KB국민은행과 감정원 시세 조사 결과 중 어떤 게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을까.


일단 두 기관은 통계 집계 방식이 다르다. 모두 중개업소를 활용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전국의 일정 규모 이상 단지 가운데 건축연도, 주택 크기 등을 고려한 대표성 있는 주택을 선택하고, 해당 아파트의 시세 제공 중개업소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표본 수는 조금 다르다. 국민은행은 전국 3만4400여개 주택을, 감정원은 2만6600여개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세부적인 조사 방식에선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 시세 통계는 공인중개업소에서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시세’를 기준으로 최신 시세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 중개업자들이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호가(집주인들이 내놓는 집값)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기엔 상승폭이 크게 나오고 하락기엔 별로 반영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감정원은 조사원이 직접 시세를 작성한다. 실거래가 사례와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하고, 중개업소 시세 정보를 참고해 작성한다. 감정평가사가 실제 감정평가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세 정보를 작성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어떤 통계가 좀 더 정확한 현실을 반영할까. 요즘 두 기관 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통계를 작성하는 기관마다 제각각이니 신뢰할 수 없고, 중개업자들의 호가가 반영된 거니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그러면서 ‘호가’로 작성된 건 모두 틀린 정보고 ‘실거래가’만 믿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강남구 신사동 ‘래미안신사’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12억원(3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0억5000만원(7층)에 실거래된 이후 올해 있었던 딱 한건의 실거래 사례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올해 폭등했다. 만약 지금 래미안신사 84㎡ 로얄층을 가진 집주인이 팔고 싶다면 얼마에 내놓아야할까? 올해 주변 다른 아파트 단지들은 수억원씩 뛴 곳이 수두룩하다. 이걸 그냥 과거 실거래 사례 하나만 고려해 12억원이라고 해야할까? 이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엔 같은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가 14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국민은행이나 감정원이 월간이나 주간 단위로 시세를 작성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건 이런 점이다. 주식처럼 거래 사례가 많지 않다. 어떤 단지의 어떤 크기는 몇 년간 거래 사례가 하나도 없을 수 있다. 2년 전 한 건 거래된 아파트가 있다면, 지금도 그 실거래가가 그 아파트의 적당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거래가에는 집주인의 사정이 반영된다. 급히 팔아야할 사정이 생긴 집주인은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 지인끼리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반적인 매매가격보다 20%이상 싸거나 비싼 실거래 사례는 수두룩하다.


그런데 국토부의 실거래가 정보엔 이런 '비정상적' 거래 사례는 노출되지 않는다. 너무 싸거나 비싸게 거래되면 집주인 사정 등 특별한 조건이 개입된 '비정상적'인 거래로 판단하고, 애초에 통계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게 비정상적인 거래일까? 통계를 작성하는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이를 판단할까? 실거래가 정보도 누군가의 판단 기준이 작용하는 셈이다.


호가는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불과하다며 무시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름 합리적인 패턴으로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 등 온갖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개발 이슈 등 호재만 반영해 급등하기도 하지만, 침체기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 실거래가보다 훨씬 싸게도 결정된다. 그걸 주택 수요자가 받아줄 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매물이 나온다. 그러다 안팔리면 호가는 내려간다. 내놓은 집이 잘 나가면 호가는 또 금새 올라간다.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다. 이걸 ‘왜곡’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근 몇몇 지역에서 나타난 '집값 담합'이나 '자전거래' 의혹을 거론하며, 그렇게 형성된 호가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무너뜨리는 이런 범죄가 해당 지역 집값 상승을 촉발하거나, 실제 시세 상승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을까. 오른 가격을 유지시켜줄 수 있을까. 집값은 해당 지역 수급상황, 정부 정책, 경제 동향, 개발 호재 등 각종 여건과 맞물려서 움직인다. 일부 지역 범죄 행위로 25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집값이 움직였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 아닐까.


집값이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하면서 혼란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KB국민은행 시세나, 감정원 시세, 국토부 실거래가 집계 등 모두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만든다. 신뢰할 수 없으니 그저 무시하는 것보단 해당 통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jumpcut@heraldcorp.com

2018.1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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