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대게가 손짓한다

[여행]by 헤럴드경제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에에에~~엥.”


메가폰에서 사이렌 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때마다 수십명의 중도매인들이 우루루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바닥에 깔린 대게들, 그중 가장 좋은 상품(上品)을 사기위한 경쟁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미리 각 어선이 부려놓은 여러 무더기의 대게를 둘러보고 살 것을 점 찍어놓은 사람도 있고, 거래를 위해 한 걸음씩 옮길 때 남보다 먼저 가 재빨리 눈대중으로 부를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바람은 차지만 겨울이 끝자락을 향해가는 2월, 설을 전후한 2월이면 겨울철 차디찬 심해에서 살을 찌운 대게의 맛이 절정에 달한다. 이맘때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항 대게 위판장의 아침은 전쟁터다. 대게와 붉은 대게는 울진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이맘때 가장 맛이 뛰어나 외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히트상품이기도 하다. 당연히 어부들은 매번 만선을 꿈꾸며 그물을 끌어올리며, 상인들은 신선하고 살 꽉찬 대게를 확보해 ‘대게 홀릭’에 빠진 이들을 유혹한다. 대게 먹방 외에도, 온천, 계곡 트래킹, 바다낚시 등 골짜기와 바다를 끼고 있는 울진의 즐길거리는 다양하다.


사실 도로, 철도가 계속 놓이면서 대부분의 지방 여행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동해안 남쪽 허리에 앉은 울진은 여전히 제법 시간이 걸린다. 울진사람 누군가 ‘두 손으로 등을 긁을때 어떤 손으로도 안닿는 곳이 울진’이라고 농반진반 말할 정도. 하지만 마음 먹고 집을 나선다면 그에 대한 보상은 섭섭지않게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울진이다.

울진여행 ‘0순위’ 대게, 붉은대게, 그리고 곰치국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2019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8일부터 3월3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대게 경매, 대게춤 경연, 풍어 해원굿을 비롯해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대게원조마을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굳이 축제기간에 맞춰 가지 않더라도 지금이면 대게를 맛보고, 대게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즐길수 있다.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맛보려면 1,2월이 적기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는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이라고 전한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대게라는 이름은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서 생겼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인 박달대게는 속이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데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 낚을 정도로 귀하며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대게가 주로 잡히는 곳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수중암초지대인 왕돌초 일대이다.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따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임금님 수랏상에도 올랐던 대게는 조선초기 한 임금이 진상된 대게를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걸 본 신하가 보기 추하다며 진상하지 않으니 임금이 다시 올리라고 호통을 쳐 수개월만에 생산지를 찾아 진상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재료 자체가 최고의 맛을 품고 있는 대게는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없다. 살 꽉찬 대게를 찜통에서 10~15분 정도 쪄내면 끝이다.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대게와 함께 상에 오르는 붉은대게(홍게)는 맛이 조금 차이가 있다. 수심 200m 지역에 서식하는 대게는 달다는 느낌을 주고, 대게보다 더 깊은 수심 1000m에 서식하는 붉은대게는 염분을 더 품고 있어 짭짤하다. 같이 쪄내면 배가 하얀 것이 대게, 배까지 붉은 것이 붉은대게다. 연중 두어달을 빼면 계속 잡을 수 있는 붉은대게는 대게보다 조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대게찜을 안주로 술 한잔 거나하게 걸쳤다면 다음날 해장생각이 날 만하다. 그럴 때는 울진 등 동해안에서 최고의 해장국으로 꼽히는 곰치국을 한 술 떠 보자.


곰치국은 흔히 뱀장어와 비슷하고 사납기로 유명한 ‘곰치’로 만드는게 아니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정확한 이름은 ‘꼼치’지만 곰치, 물텀벙, 물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십년 전까지는 대게 통발에 걸려나와 아귀처럼 천대받고 버려지던 신세였지만 이제는 최고의 해장국 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칼칼한 김치를 썰어 넣고 곰치를 대충 잘라넣어 5분정도 끓여내는데, 그 뜨끈한 국물과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곰치살이 어우러져 속을 부드럽게 해준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살이 아주 연하고 맛이 싱거우며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일찌감치 그 가치를 알아봤다. 죽변항쪽에 곰치국집이 제법 있다.

계곡 절경 즐기고 온천에 몸 녹이고…응봉산 트래킹과 덕구온천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죽변항에서 내륙 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덕구계곡이 나온다. 해발 999m 응봉산 입구다. 울진에서 응봉산을 넘어가면 삼척으로 나온다. 덕구계곡 트래킹 코스는 깊이 갈 것까지도 없다. 덕구온천의 물이 솟아나는 원탕이 있는 4㎞ 정도까지만 올라도 계곡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온천수를 나르는 송수관이 계속 보인다. 겨울산이 조금은 황량해보이지만 산세와 나무, 절벽, 계곡이 어우러진 모습은 산수화를 연상케한다.


코스를 오르다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를 본떠 만든 작은 다리들이 있다. 코스 자체가 다리를 계속 건너가게 되어 있어다소 어설프지만 눈요기는 된다. 1.5㎞쯤 오르면 20~3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용소폭포가 맞아준다. 수량이 줄었지만 제법 웅장한 풍광을 연출한다. 폭포 옆 길로 조금 더 올라 폭포 위를 가로지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경치 역시 아름답다. 근처에는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효자샘이 숨찬 트래커들의 목을 축여준다.


1시간반 가량 오르면 사람 키 만한 제단처럼 생긴 원탕에 닿는다.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수로 약 42℃의 뜨거운 물이 작은 분수대에서 솟아나고 있다. 하루 2000톤 가량을 내뿜는 이 원탕이 덕구온천의 젖줄인 셈이다. 이 온천수에는 중탄산나트륨, 칼륨, 칼슘, 철, 탄산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원탕 옆에는 따뜻한 물로 채운 포석정처럼 생긴 족욕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신발 벗고 동행자들과 뜨끈한 물에 발을 담그다보면 산행의 피로가 풀린다.


족욕만으로는 성에 안찬다 싶으면 얼른 하산해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다.


덕구보양온천은 대온천장과 스파월드, 프라이빗 스파룸, 숙박 시설을 갖춰져 있어, 친구끼리 혹은 가족끼리 가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눈이 내린 뒤에 노천온천에서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답답하면 내가 잡는다…경치와 낚시 한번에 즐기기

2월의 울진, ‘심해의 진객(珍客)’

낚시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직접 낚싯대를 드리워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2013년 문을 연 나곡 바다낚시공원은 바다 위에 인공적인 낚시잔교를 만들어 놓아 갯바위보다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전문 낚시인보다는 가족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특히 주차장부터 낚시잔교까지의 이동로, 인근 전망대까지 묶어 공원으로 조성해 굳이 낚시를 하고 싶지 않은 관광객들도 산책 삼아 찾는다.


탁 트인 동해바다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잔교,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암초들과 거친 해안절벽의 조화로 웅장한 동해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낚시를 할 경우 이용료가 있지만 벵에돔 감성돔 볼락 놀래미 가자미 등의 입질이 많아 낚시객들의 반응이 좋다. 나곡 바다낚시잔교는 그리 길진 않지만 넓은 발판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입장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니 미리 확인하는게 좋다.


또 지난해 생긴 등기산 스카이워크도 아찔한 풍경을 즐기면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어 인기를 끄는 장소다. 요즘은 투명 다리가 전국 곳곳에 만들어져 신기하진 않지만 20여m 아래 시퍼런 바닷물을 바라보며 투명 강화유리 다리를 건너려면 제법 배짱이 필요하다.


글ㆍ사진=withyj2@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울진)=김성진 기자

2019.0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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