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4000만원… “어서 와, 우주호텔은 처음이지?”

[테크]by 헤럴드경제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년부터 ‘우주 호텔’ 변신

교통비 690억원·숙박비 4000만원…미국인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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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호텔’이 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출처 NASA]

우주에서 하얀 구름 사이로 펼쳐진 지구의 땅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잘 자’라고 속삭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통비와 숙박비를 감당할 수 있는 건강한 미국인이라면 말이다.


지구로부터 약 400㎞ 떨어진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공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내년부터는 ‘우주 호텔’이 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일(현지시간) 뉴욕 나스닥 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부터 ISS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민간인 7명을 데리고 ISS으로 관광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미국이 민간에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S는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궤도상에 머물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ISS에는 우주선과 같은 추진 장치와 착륙 설비가 없다. 시속 2만7740㎞의 속도로 하루에 16번, 지구 궤도를 묵묵하게 회전하고 있다. 1992년 미국의 ISS 건설 계획에 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16개국이 동참한 뒤 지금까지 ISS가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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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모습 [출처 NASA]

ISS는 인류가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그간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와 지구를 관측하고 기록했다. 식물도 재배했다.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체류하면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신체 변화를 연구하기도 했다.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수시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미국은 ISS 운영에 발을 빼기 시작했다.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구상되면서다. 지난해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25년까지 ISS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 윌리엄 거스텐마이어 NASA 부국장도 “이제는 달과 화성에 집중할 때”라며 “민간기업이 ISS를 떠맡을지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는 더 이상 ISS가 필요 없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연간 운영에 30~40억달러(3조5000억원~4조7000억원) 수준인 NASA의 제한된 예산으로는 ISS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할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ISS가 거대한 쓰레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도 컸다. ISS의 전신인 미·러 공동 우주정거장 미르는 15년간 쓰인 뒤 2001년 남태평양에 수장됐다.


이에 NASA가 제시한 카드가 민간 개방이다. 운영 비용도 줄이고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ISS에서 이뤄지는 정부 차원의 임무는 2024년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대신 NASA와 협력 관계를 맺은 민간기업에게 ISS의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영화 속에서나 그려지던 ‘우주여행’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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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내부에서 연구하고 있는 우주비행사 모습 [출처 NASA]

NASA는 지난 2016년 ISS에서 백일홍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당장 내년부터 민간 관광객은 스페이스X와 보잉이 개발하고 있는 유인 우주선에 탑승해 ISS에 갈 수 있다. 우주선 탑승 비용은 1인당 약 5800만달러(690억원). ISS에 머물기 위해서는 하룻밤에 약 3만5000달러(약 4150만원)의 비용도 치러야 한다. NASA는 이 프로그램을 1년에 두 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한 번에 6명씩 모두 12명이 우주관광에 나설 수 있다. ISS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0일이다.


막대한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탑승 자격은 미국인에게만 주어진다. 또 탑승 전에 건강검진을 통과해야 하고 비행훈련도 받아야 한다. NASA는 “민간 관광객 모두에게 ISS 체류 기회를 열었다”고 홍보했지만, 누구나 ISS에 머물 수 있는 건 아닌 것이다.


NASA는 우주 관광객 뿐만 아니라 우주 벤처기업들에도 ISS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연구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편 러시아는 2000년대 초부터 2009년까지 민간 관광객이 ISS의 러시아 측 모듈을 방문하는 ‘스페이스 어드벤처스(Space Adventures)’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한국도 2008년 과학기술부 차원의 우주인 선발 공모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이소연 박사가 ISS에 열흘간 머문 적이 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2019.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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