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침묵’ 깬 文대통령…‘日 경제보복’ 딜레마

[이슈]by 헤럴드경제

문 대통령, 일주일만에 직접 발언…'돌파구 마련' 의지

“국민 관심 높은 사안”…무대응 지속땐 비난 여론 ‘부담’

10일엔 30대 기업 총수와 회동…민관 투트랙 대응

헤럴드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일주일만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놨다. 예상외로 강도있는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한 돌파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동안 ‘전략적 침묵’을 택했던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배경에는 이번 사안이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데다, 청와대가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난 여론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문 대통령이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정치적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높은 현안이어서 전혀 언급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의 우호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한 발언”이라면서도 “우호적인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가는 것을 외교적으로 막고자는 당부이자 촉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조치를 외교적으로 풀어야한다고 촉구했지만 우리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맞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도 동시에 내놨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며 일본 측에 반도체 등 3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철회를 처음으로 요구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국민들과 정부를 향해 차분한 대응도 당부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한일문제를 풀기 위해 수면 위로 나서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전날까지 ‘협상 전략’이라면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말을 아끼며 물밑으로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 등을 이어왔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맞대응할 경우 자칫 ‘상승작용’을 바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구도로 휘말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청와대는 사실상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일본의 경제 보복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남겨 놓는 전략적 판단을 해왔다.


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가질 간담회 주제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발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민관 투트랙으로 분리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관 비상대응 체제 검토’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이나 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해 정부도 민간기업 목소리를 들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한 뒤 지난 7일 청와대·정부와 대기업 총수 간 만남, 문 대통령의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 일정 등을 거론하며 “이 역시 그 일환”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mkkang@heraldcorp.com

2019.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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