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차 오디오 덕후가 개발한 ‘벨레 스피커’…크라우드펀딩서 대박난 사연은

[비즈]by 허브줌

지난 5일 서울 성수동의 벨레 사무실에서 최종민 대표를 만났다.

"8살 때 콘센트에 젓가락을 꽂아 넣은 적이 있어요. 노래가 나올 줄 알고 젓가락 한 쌍을 넣었다가 손이 타버렸죠. 어렸을 적부터 '오디오 덕후'였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전축을 뜯어놓고 턴테이블과 라디오, 디지털 기기 등 온갖 음향제품을 곁에 두고 자라왔어요.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는 음향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음향회사인 야마하에 취업도 하게 됐죠.”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가구형 스피커'로 이름을 알린 벨레(Welle) 최종민 대표(43)의 이야기다. 스스로를 '35년차 오디오 키드'라고 소개한 최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직접 개발한 가구형 스피커를 선보여 이른바 대박이 났다. 지난해 연간 매출 신장률은 100%를 돌파했고, '예쁜 스피커'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스피커 제품을 외면했던 여성 고객까지 사로잡았다. 통상 스피커 제품의 여성 고객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벨레는 고객의 60% 이상이 여성이다.


최 대표는 "2017년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7300만 원 펀딩에 성공한 이후 2018년 한국의 와디즈에서 5500만 원을, 일본 마쿠아케에서 2억 원을, 대만 젝젝에서 8000만 원을 각각 유치했다"며 "매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스피커 제품을 공개한 덕분에 얼리어답터 소비자들과 음향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벨레는 크라우드펀딩에 이어 국내 이마트, 코스트코, 신세계백화점, 애플스토어와 일본 요도바시카메라, 츠타야, 아마존 등 대형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일 오디오 키드에서 스피커 회사 대표로 변신한 최 대표에게 벨레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물었다.


먼저 벨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회사 소개부터 해주세요.


제가 대학 때 운영한 IT제품 리뷰 블로그의 이름이 '벨레'였어요. 독일어인 벨레는 파형이라는 뜻이에요. 오디오는 감성적인 물건이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감정 기복을 선으로 연결해보면 이런 물결무늬가 될테니까요. 벨레는 이름 그대로 라이프스타일 스피커 전문 스타트업이에요. 2017년 12월에 설립해 지금은 상품 개발과 국내외 마케팅, 영업관리 등 13명의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있죠.


이제 소비자들은 기능성 제품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원해요. 스피커를 사기 전에 '우리 집에 놓으면 어떨까'를 먼저 생각하죠. 이러한 트렌드는 10년 전 유럽에서부터 시작됐어요. 그래서 가구형 스피커는 대부분은 유럽시장 중심으로 규모가 크고, 200만~300만 원 상당의 고가 제품들로 이뤄져 있어요. 우리는 트렌드에 발맞춰 아시아시장에 맞는 소규모 가구형 스피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요.

최 대표가 벨레 사무실에서 스피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품 공개를 회사 설립보다 먼저하셨다고요


2017년 여름에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1세대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어요. 당시 야마하와 전자랜드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내 제품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거든요. 제가 만들고 싶은 스피커 제품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6만 달러 규모의 펀딩에 성공했죠. 그 뒤 소개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배송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게 됐어요.


이 경험을 기반으로 크라우드펀딩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얼리어답터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에게 우리의 제품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는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이 직접 각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벨레 스피커는 왜 '예쁜 스피커'로 불리나요.


우리는 내부뿐 아니라 외관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겉으로 봐서는 스피커인 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에요. 일반적인 스피커는 까맣고, 각지고, 투박한 모습이에요. 그래서 앞에 내세우기보다는 뒤에 숨기고 싶었죠. 그저 좋은 사운드만 전해면 됐어요. 그런데 우리는 공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생각했고, 인테리어 오브제로 스피커를 만들었어요. 우리는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스피커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은 이유가 있네요.

야마하 재직 시 스피커 제품 고객의 남성 비중은 80%에 달했어요. 남성들은 10~20대에 오디오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취업과 결혼 후 홈시어터 등 스피커 제품을 구입하죠. 자녀가 태어나면 집안에서 스피커를 치웠다가 50대 이상이 되면 다시 오디오 제품을 구입해요. 그래서 스피커 시장의 주요 고객은 청소년, 청년, 중장년 남성으로 구성돼 있어요.


애플의 아이팟이 출시된 이후 여성 고객들의 소비도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스피커가 라이프스타일 제품화됐어요. 우리 제품은 스피커를 소품으로 보는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아요. 고객의 60% 이상이 여성이고, 특히 30~40대 여성의 비중이 커요.


스피커 제품은 기능도 중요하잖아요. '예쁜 스피커' 이외에 기능적인 차별점도 있나요.


물론이죠. 우리는 음장 모드로 청취 환경의 변화에 따라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요. 제품 내부에 위치한 네 개의 스피커가 소리 반사를 일으켜 넓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죠. 또 블루투스 5.0으로 데이터 수신율과 호환성을 높이고,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두 대의 스피커를 스테레오로 연결하는 기능도 추가했죠.


어떤 스피커 제품들로 구성돼 있나요.


이른바 '예쁜 스피커'로 불리는 가구형 스피커인 2.1세대와 스마트폰을 활용 가능한 2.2세대, 그리고 올해 출시된 합리적인 가격의 2.3세대가 있어요. 2.3세대는 무게를 줄이고 컬러 구성을 다양화했어요. 이 세 가지가 기본 모델인데, 현재까지 총 1만5000대가 판매됐어요.


마지막으로 벨레의 다음 행보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3세대 스피커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에요. 3세대 스피커는 블루투스뿐 아니라 와이파이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이에요. 소비자는 이 모델을 통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음향을 직접 선택하고, 와이파이로 전송하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기가 지니, 알렉사, 카카오 미니 등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와이파이로 연동해 사용할 수도 있게 되죠. 또 와이파이의 큰 대역폭을 이용해 무손실 음원을 전송하면 낮은 음질 탓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렸던 소비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요. 그간의 매출 추이를 기반으로 보면, 3세대 모델의 매출은 1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요.


오픈업 강지연 에디터 openup599@gmail.com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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