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시테 섬에서 시작되었다. 켈트계인 파리시 부족이 정착해 살면서 파리의 역사가 막을 올렸다. 파리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온 것. 강줄기 사이에 끼어있던 섬이 자연스럽게 요새 노릇을 해 적의 침입을 막았다. 시테 섬, 아주 낯설게 느껴질 테지만 실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것들이 이 섬에 올라앉았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센강을 가로지르는 퐁 네프,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기 직전까지 갇혔던 감옥 콩시에르주리가 여기 있다. 시테 섬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섬 한가운데 장엄하게 솟은 첨탑
40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에 머물고 있다. 지난주, 몸이 근질거려서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벳푸로 떠났다. 차로 2시간 거리인 벳푸는 오이타 현의 온천 지역이다. 벳푸 어딜 가든 원천이 풍부하게 샘솟는다. 온천이 많은 일본에서도 용출량 많기로 소문난 곳. 벳푸 칸나와 지역의 색다른 온천들을 둘러보고 왔다. 벳푸 역에서 버스를 타고 6km 남짓 달려 칸나와에 도착했다. 마치 온동네에 불이 난 것처럼 뿌연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했는데 아니었다. 이 마을은 적어도 천 년 전부터 같은 모습으로 수증기를 내
오키나와 여행, 외롭고 묘한 데 놓인 카페들을 찾아다녔다. 비가 내려서 마지못해 택한 카페행이었는데 이렇게 근사할 줄이야. 어느 곳 하나 기대에 못 미치는 곳이 없었다.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궁금한 카페가 수두룩하다. 일단 장롱에 고이 모셔둔 운전면허부터 해결하고 보는 게 좋겠다. 위치가 영 이상하고 수상해서 렌터카 없이는 절대 못 찾아가니까. 샛길로 빠져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거친 나뭇가지가 렌터카를 박박 긁어놓는 것 같았다. 보험을 들어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찔한 생각이 머릿속을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푸른색이 쉐프샤우엔에 다 모였다. 마을 전체가 푸른색으로 뒤덮인 이 마을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모로코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꼭 들르는 매혹적인 산골 마을, 쉐프샤우엔으로 떠났다. 리프 산에 숨겨진 작고 조용한 도시, 쉐프샤우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가방부터 뒤적거렸다. 두툼한 옷이 절실했다. 크리스마스 무렵 도착한 그곳은 상상보다 훨씬 으슬으슬하고 추웠다. 시리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필 하늘에 구멍 난 듯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옅은 하늘색을 띠던 마을이 빗물에 적셔져
며칠 전 한 코끼리의 장례식 사진을 보았다. 평생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학대당한 코끼리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태국 파타야에서 수십 년간 사람들을 태워오다 현지 동물 단체에 구조되었지만 노령인데다 몸이 축날 대로 축난 상태라 쇠약해진 몸을 견디지 못해 죽고 말았다. 지난 여행길에 만났던 코끼리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인도 암베르의 코끼리들, 여전히 그대로일까? 암베르는 인도 라자스탄 주 자이푸르에서 11km쯤 떨어진 곳이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허름한 로컬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30분 남짓 달리면 성 입구에 도착한다. 거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려던 이유 중 8할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때문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집불통 천재 건축가 가우디. 그를 빼놓고는 감히 바르셀로나를 논할 수 없다. 바르셀로나의 얼굴, 상징이 되어버린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말고도 그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레이알 광장에 놓인 초기작, 투구 모양의 가로등까지! 바르셀로나는 여행 계획이 필요 없는 곳이다. 독창적인 건축 기법을 선보였던 가우디의 흔적만 찾아다녀도 2박 3일쯤은 가뿐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 단연 사
다즐링은 북인도의 홍차 산지 다즐링에서 재배되는 차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홍차지만, 마치 녹차처럼 부드럽고 은은하다. 화사한 향이 풍긴다. 굳이 설탕 한 스푼을 넣지 않아도 은근한 단맛이 돌아서 혀에 착 감기는 차, 다즐링. 떫지 않을 만큼 적당히 우려낸 차 한 모금을 입안에 물고 살며시 눈을 감으면, 아직도 북인도 다즐링의 끝없이 펼쳐진 차밭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다즐링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다. 다즐링에 가기 위한 관문 도시, 실리구리에서 운전기사를 포함해 무려 12명이나 탑승할 수 있는 놀라운 지프에 몸을 구겨 넣었다. 3시
도심 한가운데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 우리에겐 참 낯설다. 동네에 납골당이 들어선다고 하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거세게 항의하는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지 않은가. 죽음과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게, 남일처럼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지척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게 우리에겐 영 불편하고 거북하게 느껴진다.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할 것만 같았던 파리의 공동묘지는 생각했던 것과 아주 달랐다.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파리의 날씨는 늘 이런 식이다. 집을
방콕 실시간 여행기. 그렇다. 나는 지금 방콕의 한 콘도에 앉아 오늘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전쟁 같았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세탁기에 둘둘 말아 넣었다. 세탁기가 놓인 발코니 문이 잠시 열린 틈을 타 무시무시한 나방이 방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집안을 들들 뒤져봐도 살충제는 보이지 않아 급한 마음에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내 딴엔 최선을 다해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둘렀다. 그러나 빛을 따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나방을 때려잡는 건 역부족이었나 보다. 결국 나방과의 사투를 잠시 뒤로하고 일단
시장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진다. 삶의 향기가 짙게 밴 소박한 일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이방인에게 아주 흥미롭다. 그곳의 문화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데 시장만 한 곳이 없다. 모로코의 오래된 도시에는 메디나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메디나는 아랍어로 도시를 뜻하는데, 모로코에서는 구시가지로 통한다. 둥그스름한 아치형의 문을 통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메디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벌집처럼 촘촘하게 들어앉은 집들과 구불구불 미로처럼 복잡하게 뻗은 골목길이 끝없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