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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나는 육아하는 아빠,
신기한 듯 쳐다보지 말아요"

by베이비뉴스

아직은 낯선 '육아하는 아빠'

 

저는 주부입니다. 주부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주관하는 여자라는 의미의 한자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 주부입니다.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올해로 전업주부, 전업육아 6년차입니다. 제 소개를 할 때마다 저는 항상 애매해집니다. 주부라는 단어에는 이미 여자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살림하고 육아하는 아빠가 정확한 의미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우리 사전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이상하더라도 주부 아빠라고 소개합니다.

 

주부 아빠. 낯설죠? 하지만 요즘에는 주변에서 한, 두 명씩은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전업이든, 육아 휴직을 통해 일시적이든지요. 사실 제가 처음 집으로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동네에서 저는 어디를 가나 청일점이었습니다. 평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아빠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도 주변에서 평일에 육아하는 아빠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니었습니다. 2017년 기준 남성 육아 휴직자는 1만 2043명으로 전체 육아 휴직자 8명 중 1명이 아빠였습니다. 2016년에는 7616명, 2015년에는 4872명이었던 걸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러니 저도 체감할 수 있었죠. 평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나 병원을 가면 이제 저는 유일한 아빠가 아닙니다. 그분들 속에 이제는 제가 묻힐 수 있어서 요즘에는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오늘 낮에도 집을 나섰다가 쌍둥이 유모차를 열심히 미시는 아빠 한 분을 보았습니다. 사실 저도 육아하시는 아빠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낯설고 신기하니까요. 직접 말을 건네지는 못하지만, 육아하시는 아빠들을 볼 때마다 저는 항상 마음속으로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는 육아하는 아빠, 신기한 듯 쳐

아빠도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노승후

주말에 동네 놀이터를 가면 요즘에는 대부분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옵니다. 거기서 저의 존재는 완전히 묻히죠. 저보다 훨씬 더 아이들과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놀아주시는 아빠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일상적인 육아로 인해 혹시나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지만 그 모습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빠 역시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그런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굳이 엄마만이 키워야 하나요? 일을 원하는 아내의 꿈도 지켜주고 아빠도 아이와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은 가족 모두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육아하는 아빠를 바라보진 마세요. 그들도 똑같이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일 뿐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우리 사회를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잖아요.

 

칼럼니스트 노승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