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노화는 낡은 것, 그리고 비경제적인 것으로 기피된다. 소개할 두 전시 <에이징 월드-내일도 날 사랑해줄래요?>와 <아무튼, 젊음>은 젊어 보이는 동안 미모가 권력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나이 듦’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젊은 여인의 얼굴을 감싼 노파의 주름진 손. 극적인 대비가 자못 섬뜩하기까지 했다. 10년 전,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불안정한 존재를 피부로 표현했던 스웨덴 작가 안네 올로프손이 이번에
루디는 스니커즈를 해체해 새로운 조형물로 재구성하는 스니커 아티스트다. 고가의 스니커즈에 칼을 대어 모든 부분을 한 땀 한 땀 뜯어내고 상상하지 못했던 조형물로 변신시키는 그의 작업에 미술계와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미 삼아 SNS에 올린 작품으로 ‘스니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루디가 직접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예체능에 뛰어난 집안 핏줄 덕인지 나름 잘하는 것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프라모델 만드는 걸 좋아했고 낙서도 좋아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젊은 사진작가 황예지. 그의 전시 <마고>가 지난 6월 18일에 시작해 오는 7월 20일까지 종로구 낙원상가 디피(d/p)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여성’과 ‘사랑’을 주제로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스냅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획일화된 사회적 강요에서 탈피해 주제에 대한 다층적 해석을 시도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진한 물음표를 남긴다. “작은 나는 엄마의 몸에서 일찍 떨어지고 싶어 했고 엄마는 나를 살리기 위해 다리를 묶어 올린 채 두 달을 살았다. 그 배에는 생명이 자주 오갔지
이문세는 1980년대 초반에 가수로 데뷔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과 <파랑새>가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가수로서 그의 이름을 제대로 떨친 건 작곡가 이영훈과 합작한 3집(1985)부터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같은 노래들은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이영훈의 세련된 송라이팅과 이문세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가닿는 창법이 빚어낸 시너지가 절정에 이르렀던 4집(1987)은 음악 전문가들이 선정해 최근 발표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서 13위에 올랐고, 5집(198
30여 년간 무대와 TV를 넘나들며 활약해온 배우 양희경이 연극 <자기 앞의 생>으로 3월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자기 앞의 생>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맹 가리(1914~198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차별과 폭력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무게를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양희경은 비슷한 연령대의 주인공 로자 역을 맡아 자신의 대표작 <늙은 창녀의 노래>의 한물간 작부처럼, 모성애와 같은 따뜻함으로 다시 한 번 외로운 이들을 보듬는다. 연극 <늙은 창녀의 노래
최근 몇년간 세계는 지독한 무더위와 겨울 한파의 극적인 기후 변화로 부터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추위에 대한민국은 수년전 부터 롱패딩 바람이 불기도했다. 한국에서 고유명사 처럼 쓰이는 롱패딩의 원어 표현은 패디드 코트다. 추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면 추위를 막기위한 코트의 역사도 짧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코트를 입기 시작했을까? 에디터는 코트의 역사가 적어도 100년은 넘었다고 확신한다. 왜냐고? 이 근거 없는 의문에 대한 답변은 여기 보그 매거진이 대신할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해는 지난했다며 후회의 말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날들은 지난날들과 많이 다른, 반짝이는 날들이길 원한다. 때문에 지난 시간들이 바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하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선물 같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만다. 그런 우리에게 무려 12년 동안 같은 배우, 같은 스태프와 함께 촬영해 완성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켜켜이 쌓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한다. 한 해의 시작에 권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보이후드>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모사’의
이제는 대학로로 부르는 것이 더 편한 동숭동은 서울의 중요한 문화 지역이다. 대학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1970년대 말 ‘문화예술’의 장소로 시작해, 1985년 ‘문화예술의 거리’로 개방되면서 ‘대중문화’의 장소로, 그리고 1990년대를 지나면서 ‘소비와 상업’의 장소로 바뀌었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붉은 벽돌 건축물 공공일호(구 샘터 사옥)는 혜화역 2번 출구 앞을 지키고 있다. 지어진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묵묵히 도시와 건축, 그리고 사람들과 호흡한다. 도로 폭이 10m 정도인 대학로
배우 하정우가 최근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펴냈다. 하루 3만 보, 많게는 10만 보까지 걷는, 걷기 마니아로 잘 알려진 그가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영화 제작자로, 미술가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걷기는 그의 삶을 지탱하는 큰 축이다. 기억 하나. 술자리에서 하정우를 종종 만났다. 그는 항상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한쪽 손목에 찬 피트비트를 확인했다. 그는 걸어서 왔다고 했다. 언제나 밤 12시 전에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하데렐라’였고, 걸어서 집에 갔
김충재를 만나기 전, 떠올랐던 그의 이미지는 MBC <나혼자산다>의 ‘잘생긴 만인의(?) 미대 오빠’였다. 하지만 김충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ERD(이알디)에서 만난 그는 첫 개인전의 설렘으로 가득찬 '제품 디자이너'였다.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직선과 곡선 평면과 입체 아날로그와 디지털 고전과 현대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느린 것과 빠른 것 김충재 작가를 만나러 가기 전, 먼저 전시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전시 명이 인상 깊었다. 'Vice Versa. 거꾸로, 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