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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IT인물열전

PDF를 제창한 남자
존 워녹

byIT동아

오늘날 우리는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수많은 IT 기기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휴대용 기기의 발전으로 사무실에서만 보던 전자 문서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넣어 다니면서 읽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서 직접 수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서 형식은 너무나도 많고 다양하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PC에서 만든 문서를 스마트폰에서 열면 서식이 깨지거나, 서체가 바뀌거나, 심지어 열어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표준'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장 호환성이 높은 문서 형식은 어도비 시스템즈(Adobe Systems)가 개발한 PDF(Portable Document Format)라 할 수 있다. PDF란 휴대용 문서 포맷(Portable Document Format)의 약자로, 다양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기기 등에서 거의 완벽하게 호환한다.

PDF를 제창한 남자 존 워녹

가장 호환성이 높은 전자 문서 형식 PDF 출처: pixabay

PDF를 고안해낸 사람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어도비 시스템즈의 창립자인 존 워녹(John Edward Warnock)이다. 그는 1940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났다. 유타대학교에서 수학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컴퓨터 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에 그의 지도교수인 데이비드 에반스(David C. Evans)가 유타대학교에서 상호 작용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을 연구하는 팀을 설립하는데, 존 워녹은 여기에 합류한다.

PDF를 제창한 남자 존 워녹

어도비 창립자인 존 워녹(John Edward Warnock, 1940.10.6.~) 출처: 유타 대학교 학보

존 워녹은 박사학위 논문으로 '워녹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이미지가 겹쳤을 때 숨겨진 면을 표시해 주는 알고리즘이다. 표지, 목록, 주석 등을 제외한 본문 페이지는 25장으로 유타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역사상 가장 짧은 논문이었다.

PDF를 제창한 남자 존 워녹

워녹 알고리즘의 개념 출처: 위키백과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CSC(Computer Science Corporation)에서 근무하다가 1972년에는 캘리포니아로 옮겨와 데이비드 에반스(David C. Evans), 이반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와 함께 '일리악4(ILLIAC IV)'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일리악4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로 1971년 미국 우주항공국에서 도입했다. 존 워녹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우주왕복선이나 비행기의 시뮬레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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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서덜랜드(왼쪽)와 데이비드 에반스(오른쪽)
출처: 유타 대학교 아카이브

존 워녹은 1978년까지 데이비드 에반스가 설립한 컴퓨터 그래픽 회사 '에반스&서덜랜드'에서 근무한다. 이 기간에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어도비가 1985년 개발한 페이지 기술 언어)에 관한 기초를 세운다. 1978년에는 에반스&서덜랜드를 떠나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Xerox PARC)로 향한 뒤 본격적으로 포스트스크립트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제록스의 사정으로 포스트스크립트의 상업화가 무산됐기 때문에 이내 자리를 떠나게 된다. 결국 그는 벤처 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심했고 이 때 찰스 게스케(Charlse Geschke)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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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마르코니 상을 받는 찰스 게스케(왼쪽)와 존 워녹(오른쪽) 출처: 마르코니 협회

존 워녹과 찰스 게스케는 1982년 어도비 시스템즈를 설립한다. 어도비라는 이름의 유래는 참으로 소박하다. 당시 존 워녹이 살던 집 뒤에 흐르는 작은 개울 이름 어도비(Adobe Creek)에서 따왔다. 1982년 존 워녹과 찰스 게스케는 포스트스크립트를 발표한다. 포스트스크립트는 컴퓨터에서 작성한 문서나 그래픽을 인쇄하거나 모니터에 최적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전까지 상업용 인쇄 장치는 전용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만 출력할 수 있어 호환성이 떨어졌다. 이와 달리 포스트스크립트는 이 언어를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기기에 상관없이 출력 페이지 정보를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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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1985년에는 애플이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를 자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레이저 프린터 '레이저라이터(LaserWriter)'를 출시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를 통해 전문 인쇄소가 아닌 책상에서도 문서를 쉽게 출력할 수 있게 됐으며, 이후 출시된 많은 프린터 역시 포스트스크립트를 적용하면서 업계 표준처럼 자리잡았다. 이른바 '탁상 출판(DTP: Desktop Publishing)'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한 포스트스크립트는 어도비가 출시한 벡터 그래픽 기반의 소프트웨어인 인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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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레이저라이터(LaserWriter) 출처: 위키백과

존 워녹은 1991년, 새로운 전자 문서 규격을 만들기 위해 '카멜롯 프로젝트(The Camelot Project)'를 시작한다. 당시 업계에서 쓰이던 문서는 확장자가 서로 다르거나 컴퓨터 시스템에서 지원하지 않는 형식이라면, 문서 서식이 깨지는 것은 물론 문서 자체를 볼 수 없었다. 국내를 예로 들면 공공기관에서는 확장자가 HWP인 워드 문서를, 민간기업에서는 DOC인 워드 문서를 주로 사용해서 문서를 주고 받을 때 서로 호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존 워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컴퓨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에 관계없이 완벽하게 동일한 문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문서의 전달과 공유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PDF다. PDF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어떠한 기기에서든 서식이 같은 문서를 볼 수 있다. 또한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도형까지 문서에 포함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체크박스 등의 반응형 UI를 넣을 수도 있다. PDF는 지난 2008년 7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 표준으로 인정됐으며, 포스트스크립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988년에는 존 놀과 토마스 놀(John Knoll & Thomas Knoll)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이미지 프로'를 사들인 뒤, 주력 사업이던 출판업의 노하우를 접목해 소프트웨어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1990년 포토샵 1.0 버전을 출시한다.

PDF를 제창한 남자 존 워녹

포토샵 로딩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발자 이름 중 가장 앞에 토마스 & 존 놀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존 워녹은 컴퓨터 그래픽 및 전자 문서 기술 개발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상을 받는다. 1989년에는 미국 컴퓨터 학회에서 수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상'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광학기술협회(OSA)로부터 상을 받는다. 2004년에는 영국 컴퓨터 협회의 러브레이스 메달을, 2008년에는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컴퓨터 기업가 상을 받는다. 2009년에는 미국 오바마 정부로부터 국립 기술 혁신 메달을 받았다.
 

존 워녹은 2001년 어도비 시스템즈 CEO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퍼블리싱 사업에서 어도비 시스템즈의 제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포토샵, 벡터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터,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프리미어 프로, 잡지 제작 도구 인디자인 등은 출판 산업 분야의 상당수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오늘날 어도비 시스템즈를 그래픽 분야의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존 워녹과 찰스 게스케라는 든든한 개발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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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시스템즈 창립자 존 워녹 출처: 유타 대학교 학보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