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테크 ]

컴퓨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의외의 장소 ‘주방’

byITWorld

지난 주 월스트리트 저널의 독점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실리콘 소재 랩126(Lab126) 소속 엔지니어로 실패한 파이어 폰(Fire Phone)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 126명이 해고됐다.


아주 큰 특종 기사였지만, 중요한 내용 하나가 잘 드러나지 않게 숨겨져 있다. 20번째 문단에 숨겨진 내용이다.


"아직 캐비넷(Kabinet)이라는 코드명의 최첨단 주방용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가정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음성 명령으로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필자는 이 대목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이 소비자 전자 산업을 선도할 비전과 역량을 입증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의외의 장

필자는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갖고 있다. 예쁜 조명과 스피커가 들어있는 원통형 장치이다. 또 마이크와 인터넷 연결을 위한 부품들이 탑재되어 있으며, 어떤 방향에서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는 시리(Siri) 같이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가상 비서인 알렉사(Alexa)를 이용할 수 있다.


알렉사는 구글 나우(Goolge Now)처럼 똑똑하거나, 시리(Siri)만한 재치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다른 가상 비서에는 없는 장점 하나가 있다. 물리적인 하드웨어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알렉사는 하드웨어 장치에 내장된 가상 비서 가전제품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와 아내는 대부분은 시리와 구글 대신 알렉사를 이용한다. 특히 아내와 아들은 알렉사를 정말 많이 이용한다. 알렉사에게 간단한 음성 명령을 내려 집안의 조명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사실 음성 명령과 대답을 지원하는 가상 비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전화기, 태블릿, 컴퓨터가 아닌 가전제품이다. 아마존은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애플과 구글은 잘 모르고 있는 듯 보인다.


에코(Echo)는 '알렉사'라는 음성 명령에 귀를 기울인다. 알렉사는 자신의 이름을 듣는 즉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처리한다.


필자는 에코를 주방에 비치해 뒀다. 여기에서 알렉사에게 타이머 설정, 조리법, 날씨를 묻고, 팟캐스트와 음악 재생을 명령하고, 뉴스를 확인하고, 배터리 등을 주문한다. 알렉사에게 음성 명령을 내려 집안의 온갖 자동화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다. 조명과 스프링클러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실 우리 집에서 가장 유용한 역할을 하는 장치가 에코이다. 그런데 아마존이 최근 공개한 알렉사 API를 지원하는 앱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다.


에코를 사용하면서, 향후 몇 년 내에 인간과 컴퓨터의 접촉에서 가장 보편화된 형태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는 형태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또는 자동차 안, 사무실 안).


아마존의 캐비넷(Kabinet)은 에코에 화면과 더 빠른 처리 능력, 홈 오토메이션 허브 기능, 앱 실행 기능 등이 추가된 시스템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향후 컴퓨팅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출발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최초의 소비자용 컴퓨터는 주방용 컴퓨터였다.


1969년, 니만 마커스(Neirman Marcus) 백화점이 카탈로그로 첫 번째 소비자용 컴퓨터 가운데 하나인 허니웰 키친 컴퓨터(Honeywell Kitchen Computer)라는 1만 달러짜리 허니웰 머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방용 가전으로 둔갑했지만, 사실은 16비트 마이크로컴퓨터인 허니웰 316이었다.


또 허니웰 키친 컴퓨터를 구매하고 싶다면 2주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입력 장치는 토글 스위치, 출력 장치는 깜박이는 조명이었다. 동시에 주방용 통합 도마였다.


아마 한 대도 팔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정의 진정한 허브인 주방

실리콘 밸리의 유수 대형 회사들이 몇 년 동안 '미래의 거실'을 놓고 전쟁 중이다. 아마 거실이 홈 오토메이션 기술을 설치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가정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 연결된 TV와 강력한 게임 콘솔이 놓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가정이다. 가족들이 실제 모이는 장소에 홈 오토메이션 허브가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장소는 주방이다.


우리 집을 예로 들면, 아침에 가장 먼저 방문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장소가 주방이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다.


휴대폰이 등장하기 이전, 미국의 많은 가정에는 벽걸이 전화기가 있었다. 그 옆에는 달력과 메시지, 기타 알아야 할 내용을 적어 붙여놓는 게시판이 있었다.


미국인들은 아주 오랜 기간 냉장고를 이런 게시판으로 활용했다. 냉장고에 사진, 생일 카드, 아이들이 그린 그림, 쿠폰, 은행에 예치할 수표, 초대장, 쇼핑 목록, 할일 목록을 붙여놨다.


냉장고는 주방 가전제품이다. 그리고 주방은 많은 일이 일어나고,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뭔가를 잊지 않기 위한 메모를 주방에 보관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게다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주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일랜드나 카운터 옆에는 높은 스툴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사람들은 여기에 앉아 음식과 음료를 즐기면서 담소를 나눈다. 새로 지어진 집 중에는 주방과 가족 공간이 합쳐진 집들이 있다.


별개의 식사 공간 대신 주방에서 조리를 하자마자, 음식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실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시청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등 특정 목적이 있을 때만 방문한다. 거실은 일과 잡무에서 탈출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이다.


주방이 가족용 컴퓨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홈 오토메이션과 커뮤니케이션, 쇼핑, 정보를 위한 '레시피'

주방은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이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입증하는 사실이다.


주방은 또 음식을 보관하고 만드는 장소이다. 그런데 레시피, 재료에 대한 정보, 재료 계량, 변환 등이 수반되는 조리는 데이터 집약적인 활동이다. 주방에 비치된 컴퓨터는 이때 필요한 정보 일체를 제공할 수 있다.


조리를 끝내면 정리를 해야 한다. 아주 따분한 일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설거지를 하면서 즐길 거리를 찾는다. 그리고 주방용 컴퓨터가 이런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파프리카나 종이 타월이 떨어졌다면 당장 주문을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쇼핑 목록에 적어두는 것보다 당장 주문을 하는 것이 낫다. 주방용 컴퓨터는 이런 쇼핑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아마존이 선보인 주방용 컴퓨터는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홈 오토메이션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스마트' 가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다수 가전제품은 주방에 위치한다. 그리고 조만간 스마트 토스터, 스마트 오븐, 스마트 세척기, 스마트 믹서기 등 온갖 스마트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주방용 컴퓨터는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가전의 제어실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스마트 조리용 저울을 발견하고 설렌 경험이 있다. 아이패드용 어댑틱스 드롭 키친 저울(Adaptics Drop Kitchen Scale for iPad)이라는 제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블루투스로 전용 아이패드 앱과 통신을 할 수 있는 저울이다. 이 저울과 전용 앱은 놀라운 일을 해 내게끔 돕는다.

컴퓨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의외의 장

아이패드용 어댑틱스 드롭 키친 저울은 레시피 준비 과정을 단계별로 도와주는 장치이다.

레시피를 선택하면, 드롭 저울이 준비 과정을 단계별로 도와준다. 2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6명의 레시피 밖에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드롭 저울이 재료의 양을 2명에 맞게 환산해주기 때문이다. 또 오븐을 예열해야 할 때를 알려준다.


그런데 이 저울이 아이패드 대신 주방용 컴퓨터와 대화한다고 가정하자. 또 모든 스마트 가전이 동일한 앱에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주방용 컴퓨터는 오븐을 알아서 작동시키고, 레시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리 시간을 통제하고, 재료를 변환 또는 추가할 수 있다.


이 주방용 컴퓨터에 비콘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주방용 컴퓨터는 비콘 기술로 가족 구성원의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 누가 주방에 있는지 파악한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에게 메모를 남기면, 컴퓨터가 이 구성원에게 메모를 보여준다. 또 특정 구성원이 주방에 들어올 때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한다. (예를 들어,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챙겨 먹으라는 메모를 전달할 수 있다.)


에코처럼 음성 명령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아마존의 캐비넷 프로젝트가 이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혹 아마존이 이런 주방용 컴퓨터를 만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누군가 그렇게 할 것이다.


주방이야말로 컴퓨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