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각종 기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는 구글의 넥서스 폰 업데이트나 애플 워치 같이 오래 전부터 그 등장이 예견되던 제품들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품들이기도 했다. 그들 중 일곱 가지를 뽑아 보았다. 선정 기준은 베스트 셀러였는지도, 혹은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도 아니었고 다만 2015년 한 해 동안 대중에게, 그리고 업계에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제품, 예기치 못했던 제품들을 중심으로 뽑아봤다. 나열 순서는 출시일 순이다.
1. 아마존 대시 버튼 - 기저귀가 없어도, 화장지가 떨어져도 걱정 없다
출시일: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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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이 만우절 전날이라, 많은 이들이 대시 버튼(Dash Button)의 출시가 아마존의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했다. 인터넷 소비자 중심주의에 대한 패러디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진지했다. 대시 버튼은 아무데나 턱 붙이면 끝나는 버튼으로 아마존 계정을 한 번만 등록해 두면 언제든 원할 때 눌러 특정 상품군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시 버튼은 손쉬운 소비를 돕기 위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바보스러울 만큼 단순하다는 점, 버튼을 하나 하나 모을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각 대시 버튼마다 주문할 제품의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다. 기저귀면 기저귀, 에너지 드링크, 페이퍼 타올 등, 생필품 브랜드의 로고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주문이 끝난다.
2. 맥북 -포트 하나를 누구 코에 붙이라고?
출시일: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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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맥북은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맥북의 헤비 유저들은 신형 맥북에 포트가 하나 밖에 없음에 분노했다. 실제로 신형 맥북에는 헤드폰 잭 하나와 USB-C 포트 하나가 전부였다. 이 포트 하나로 충전까지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외장 디스플레이나 USB 플래시 메모리 등 다른 외부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어댑터 케이블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충전까지 하고 싶다면 허브도 필요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포스터치 터치패드까지 장착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형 맥북은 가성비가 나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시작 가격이 $1,299밖에 되지 않았던 2015년형 13.3인치 맥북 프로와 비교되기도 했다. 결국 신형 맥북은 기존 모델에서 발전된 형태라기 보다는 맥북 이름값을 등에 엎은 비싸고 세련된 미니 노트북이라는 평가를 감내해야 했다.
3. 온허브 라우터 -구글의 IoT 트로이 목마
출시: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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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마치 탁상용 공기정화기처럼 생겼지만, 이래봬도 온허브(OnHub)는 와이파이 라우터다. 이 199달러짜리 라우터에 대해 리뷰들은 ‘불가사의하다’고 평가했다. ‘온허브’는 구글이 네트워크 장비 업체와의 협력으로 제작한 라우터이다. 최초의 온허브는 TP 링크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 판매되었다. 2세대는 아수스와의 합작이며 10월에 출시돼 22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온허브의 비싼 가격에 대해 온허브 라우터는 내장 와이파이 안테나를 통해 가장 빠른 주파수를 잡아 주며 설정도 손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그런 가격이 책정된 것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온허브 라우터의 컨트롤은 안드로이드 또는 iOS 앱으로 가능하다. iFixit에서 TP 링크의 온허브를 낱낱이 해부해 본 결과 온허브는 뒤죽박죽 얽힌 온갖 기술의 산물로, 단순히 와이파이 브로드캐스팅 이상의 기능을 의도에 두고 만든 것으로 보였다. 구글은 실제로, 머지 않아 도어록, 조명, 보안 카메라, 실내 온도 조절 등 다양한 IoT 기술이 활용될 가정에서 온허브가 허브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스 테크니카(Ars Technica)는 이러한 온허브를 가리켜 ‘스마트 홈’ 시장에 구글이 투입시킨 ‘트로이 목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4. 블랙베리 프리브 - 기사회생 가능할까?
출시일: 11월 6일
그 동안 블랙베리는 줄곧 하향세였다. 특히 2015년에는 블랙베리 OS가 전 세계 사용량 순위에서 타이젠, 삼성보다 아래인 5위까지 밀려났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나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굴욕적인 한 해를 보냈다. 솔직하게 말하면, 2015년은 블랙베리 플랫폼이 사망 선고를 받은 한 해였으며 블랙베리는 다른 많은 안드로이드 폰 제작업체들처럼 블랙베리 프리브(BlackBerry Priv)를 내놓게 되었다.
갤럭시 S6 엣지와 마찬가지로, 블랙베리 프리브 역시 살짝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투피스 섀시와 탑 슬라이드가 열리면서 작은 키보드가 등장하는 디자인은 클래식 블랙베리 기기의 상징 같은 것으로, 시장의 다른 안드로이드 폰들 가운데 돋보였다.
하지만 관련 매체들은 하나같이 블랙베리 프리브의 사양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주된 의견은 블랙베리 프리브가 주로 예전부터 블랙베리를 사용해 오던, 키보드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만 어필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문제는 그런 사용자만으로 블랙베리의 하향세에 반전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5. 애플 펜슬 - 스타일러스가 아니다
출시일: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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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애플의 글로벌 마케팅 이사 필 쉴러가 애플 펜슬을 발표하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얼마나 스타일러스를 혐오했는지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스타일러스와 디지털 펜은 다르다. 전자는 OS 상의 네비게이션에 주로 쓰이는 반면 후자는 그림 그리기에 주로 사용되며 관련 기술이 내장돼 있다.
애플의 첫 번째 디지털 펜은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발표되었으며 같은 날 아이패드 프로의 커버 역할을 함께 해 줄 키보드인 스마트 키보드도 발표되었다. 왜 한낱 디지털 펜이(심지어 리뷰에 의하면 성능도 나쁘지 않은데) 애플 워치 등 다른 제품들보다 더 많은 파장을 일으켰을까?
한편으론 애플의 애플 펜슬 출시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3의 예상치 못한 성공을 따라잡기 위한 애플의 노력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지만, 우리의 생각에는 애플 펜슬이란 것 자체가 애플이란 회사의 변화를 상징하는 건 아닐까 싶다. 즉, 소비자들이 제품을 활용하는 데 있어 더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6.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북 -강력한 성능, 드높은 가격
출시일: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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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프로 4에 대한 루머는 2015년 초부터 떠돌았지만, 그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노트북 제품군이 출범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디스플레이를 떼어내면 태블릿으로 변신하는 구조를 강조하며 서피스 북을 노트북이 아니라 말하기도 하지만, 기기의 전반적인 사용 경험을 고려하면 서피스 북은 분명 태블릿보다는 노트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기업 사용자들에게 이 새로운 태블릿/노트북은 일종의 프리미엄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1,499달러부터 시작하는 높은 가격대와 그만큼 강력한 사양 때문이다. 하드웨어 디자인의 경우에도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디자인 포인트로 언급되는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연결부의 경첩이 실제 기기를 덮었을 때에는 두 파트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 유려함을 해쳤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부분에 대해 경첩 덕분에 오히려 태블릿을 키보드에 연결 시 위쪽을 향해 디스플레이가 고정되기 때문에 디자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플러스라고 주장하겠지만, 사실은 키보드의 무게를 줄이면서도 전체 디스플레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타협안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7. 페어폰 2 -모듈형 스마트폰
출시일: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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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를 비롯한 몇몇 기업들은 수년 간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부품들을 손쉽게 갈아 끼운다는 '모듈형 스마트폰'의 개념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인 페어폰 2(Fairphone2)가 드디어 올해 소비자 시장에 선을 보였다.
독일의 한 스타트업이 출시한 페어폰 2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했으며, 기기는 디스플레이 등 총 일곱 개의 모듈로 나뉜다. 각 모듈의 크기는 모두 동일하며 분해의 용이성을 위해 모든 파트는 접착제가 아닌 필립스의 나사못을 통해 결합된다.
제조사 측은 기기의 가능한 많은 부분이 윤리적으로 유통된 소재로 제작됐다는 점을 강조한다(페어폰 제품군 자체가 모듈형 디자인이 아닌 친환경성을 근간에 둔 브랜드다). 페어폰 2는 570달러 가격대로 출시됐으며, 현재는 유럽의 통신업체만을 지원한다. 제조사 측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국 시장에도 2016년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Howard Wen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