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문제가 수반된다. 올해 기술 분야의 주요 사건을 보면 IT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세계를 더 가깝게 모았지만 가짜 뉴스와 새로운 형태의 첩보전을 위한 길을 열기도 했다. AI의 부상은 AI의 인간 대체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칩 제조업체들은 가상 현실과 사물인터넷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모이고 흩어지며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애플은 새로운 기기에서 레거시 포트를 제거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헤드폰과 기타 주변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올해는 이와 같은 타협이 많이 일어난 해였다. IDG 뉴스 서비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기술 뉴스를 보자.
트럼프 당선으로 표면화된 가짜 뉴스
![]()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10월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3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미지 : LVCVA' |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인터넷이 가진 막강한 가짜 정보 확산 능력이 드러나면서 미디어 분야에서 소셜 네트워크의 역할, 그리고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의 "가짜 뉴스"에 대한 정책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대통령 선거는 올해 페이스북 뉴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 "뉴스"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워싱턴 D.C.의 피자 가게에서 아동 포르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까지 포함됐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것으로 확인된 사이트의 광고를 차단하기 시작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트위터 대장'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불법으로 투표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빼면" 자신이 미국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가짜 뉴스일 것이다.
IoT 보안에 구멍을 뚫은 미라이 봇넷
![]() '이미지 : MICHAEL KAN' |
사물인터넷(IoT)이 앞으로 산업을 혁신하고 웹에 연결된 온갖 서비스를 강화한다지만 미라이 봇넷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보안 위험 요소도 되고 있다. 미라이는 인터넷에서 카메라, DVR과 같은 기기를 스캔한 다음 접근해 제어한다. 미라이는 지난 9월 클라우드 제공업체 아카마이(Akamai)를 초토화하고 보안 전문가 브라이언 크렙스의 웹사이트를 다운시킨 DDoS 공격에 동원됐다. 10월에는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 서비스 제공업체 딘(Dyn)을 습격해서 십여 개의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켰다. 보안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업계가 기본 암호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미라이와 같은 봇넷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퀄컴의 NXP 인수: 끝없이 압축되는 칩 업계
![]() 2016년 2월 25일에 촬영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 현장의 퀄컴 부스 간판 '이미지 : STEPHEN LAWSON' |
인수합병은 기술의 발전 양상을 볼 수 있는 좋은 창이다. 지난 10월 퀄컴이 380억 달러를 들여 NXP 반도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칩 업계가 IoT를 중심으로 어떻게 통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이정표였다. 침체된 휴대폰 산업을 벗어나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 퀄컴은 이 인수로 NXP의 자동차 및 IoT 기기용 칩 시장을 손에 넣었다. 지난 7월에는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를 들여 ARM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IoT와 모바일 시장용 프로세서 및 기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거기서 수익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인텔, PC 사업 약화로 1만 2,000명 해고
![]() 인텔의 슈팅 스타 드론 '이미지 : Intel' |
지금이 탈PC 시대임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사건으로, 인텔은 지난 4월 전세계 인력의 무려 11%에 해당하는 12,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PC 출하량 저하로 타격을 입은데다, 클라우드와 IoT에 초점을 맞춰 변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센서 및 연결된 기기 수의 빠른 증가, 그리고 데이터 센터 장비가 인텔의 성장 분야가 될 것이다.
홀로렌즈(HoloLens) 출시: VR의 미래 도래
![]() 홀로렌즈 앱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마이크로소프트 렌더링 '이미지 : MICROSOFT' |
3월 말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개발 에디션의 출시, 그 이후 비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계 하드웨어 출시는 급성장하는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시장의 중요한 이정표다. 그 외의 VR 사건으로 오큘리스 리프트(Oculus Rift)와 HTC 바이브(Vive) VR 헤드셋 출시도 있다. 그러나 현재 VR과 AR의 대중화를 이끄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다. 내년 윈도우 10에 적용될 윈도우 홀로그래픽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출시되면 모든 PC에서 실제 현실과 디지털 현실을 보다 쉽게 혼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DNC 해킹: 사이버 첩보전으로 선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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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러시아와의 연관 가능성이 높은 해킹 그룹이 미국 민주당 전국 위원회의 네트워크를 해킹한 사건은 전세계 보안 커뮤니티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메일로 인해 민주당은 혼란에 빠졌고 여러 DNC 관리가 사임했으며, 이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의 상대 진영에서는 클린턴과 민주당의 내분을 꼴사나운 모습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러시아 해커들이 클린턴 캠페인을 방해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이버 첩보전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고, 트럼프와 정보 기관 사이에는 균열이 발생해 원활한 미국 정보 기관 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삼성의 노트7 리콜: 전대미문의 실패 사례
![]()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설치된 기내 삼성 노트7 사용 금지 표지판 '이미지 : MARTYN WILLIAMS' |
삼성이 8월 멋들어진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많은 리뷰어들이 호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인기가 무색하게도 정말 뜨거운 폰이 되고 말았다. 사용자들이 폰의 과열, 나아가 발화 문제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리콜을 개시했지만 10월 결국 폰을 포기하고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노트7 리콜은 삼성에게 대외 이미지 측면으로나 금전적인 측면으로나 큰 상처를 입혔으며 기술 산업의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됐다. 노트7 리콜의 여파로 삼성의 3분기 영업이익은 95% 감소했다.
알파고의 압도적 승리, 우려하는 사람들
![]() 2016년 3월 10일, 이세돌이 알파고와 두 번째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미지 : Google' |
지난 3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인공 지능 프로그램과 18회 바둑 세계 챔피언을 지낸 이세돌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압도하며 경기 스코어 4:1로 승리했다. 예상할 수 없는, 인간의 수를 훨씬 뛰어넘는 알파고 실력의 원천은 바로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알파고의 능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결은 1997년 IBM의 딥 블루가 개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시합에서 승리한 이후 가장 큰 AI 대 인간 대결 이벤트였다. 전세계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AI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당연한 일이다. AI가 일상적인 기술 제품에 통합되면서 획기적인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세계는 모바일 우선에서 'AI 우선' 세계로 발전 중"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 헤드폰 잭 제거: 용기냐, 오만이냐?
![]() 애플 아이폰 7 '이미지 : SUSIE OCHS' |
애플이 지난 9월 무선을 향한 길을 열기 위해 아이폰 7에서 3.5mm 헤드폰 잭을 없앴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 사용자들을 분노했다. 게다가 신형 맥북에서 USB 포트까지 없애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주변기기를 더 이상 애플 기기에 직접 연결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의 필 쉴러는 애플이 레거시 포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애플이 소비자보다 스스로의 비전에 더 골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애플 대 FBI: 암호화 논란 가열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디스크 암호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이미지 : MARTYN WILLIAMS' |
애플은 지난 2월 캘리포니아 주 연방 판사로부터 잠긴 아이폰 5c를 수색하고자 하는 FBI에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아이폰 5c는 2015년 12월 십여 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 주 샌 버나디노 공격을 감행한 사이드 리즈완 파룩이 사용했던 폰이다. 이 명령은 암호화된 기기를 크랙하는 공권력에 기술 기업이 협조해야 하는지 여부를 포함한, 암호화된 기기의 공개적 접근에 대한 오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후 3월 FBI가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도움으로 아이폰을 크랙하는 데 성공하면서 법원의 명령은 무효화됐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경찰이 범죄 사건에 연루된 암호화된 기기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암호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Marc Ferranti | IDG News Ser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