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개 바만을 위해 버번위스키 만든 메이커스 마크

[푸드]by 중앙일보

[더 하이엔드]

미국 켄터키주에서 시작해 200년의 역사를 가진 핸드메이드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브랜드가 있다. 새뮤얼즈 가문이 운영하는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다. 증류소와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메이커스 마크는 뛰어난 증류 기술은 물론이고, 다른 위스키엔 없는 ‘커스텀’이라는 독특한 위스키 메이킹 방식을 갖고 있다. 자신만의 위스키를 기본으로, 아티스트·바텐더·바 등을 위한 맞춤 숙성으로 주문자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위스키를 만들어 낸다.


중앙일보

새뮤얼즈 가문의 8대 위스키 디스틸러이자, 현 메이커스 마크 대표인 롭 새뮤얼즈. [사진 메이커스 마크]

최근 이곳의 위스키 메이커이자 오너 가문인 롭 새뮤얼즈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더 노츠, 더부즈 한남, 바밤바, 바 잇트, 베스퍼 등 국내 5개의 바를 위해 만든 배럴 커스텀 에디션 ‘프라이빗 셀렉션’ 시리즈를 론칭하기 위해서다. 새뮤얼즈 가문의 8대 위스키 메이커로 가업을 잇고 있는 그는 지난 13일 저녁 이태원에 마련된 ‘2024 독주 타운’ 팝업 공간에서 한국 바만을 위한 위스키를 선보였다.


" “좋은 위스키는 누가 마셔도 맛있는 위스키다.” " 롭 새뮤얼즈는 좋은 위스키란 어떤 것인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메이커스 마크는 1954년 새뮤얼 가문의 6대 위스키 메이커이자 샘의 할아버지인 빌 시니어 새뮤얼즈와 그의 아내 마지 새뮤얼즈로부터 시작했다. 200여 년의 증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신만의 브랜드가 없는 것이 아쉬웠던 새뮤얼즈 부부는 당시 일반적인 버번위스키 증류소와는 다른, 맞춤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증류소 겸 위스키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메이커스 마크다.


중앙일보

메이커스 마크를 설립한 빌 시니어 새뮤얼즈와 마지 새뮤얼즈 부부의 모습. [사진 메이커스 마크]

“할아버지·할머니는 좀 더 고급스러운, 리치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의 부드러운 버번위스키를 비전으로 갖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미국 최초로 크래프트 기법으로 버번위스키를 만드는 최초의 가문이자 브랜드가 됐다.”

핸드 메이드에 대한 고집

메이커스 마크는 원액은 말할 것도 없고, 위스키를 병에 담아 밀봉하는 과정까지 모두 손으로 작업한다. 술병에 흘러내리듯 붙어 있는 빨간 왁스 봉인 역시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는 증거이자 이들의 자부심이다.


“할머니가 특히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공예품에 관심이 많았다. 늘 말씀하시길 ‘우리만의 특징이 되는 시그니처 마크가 있어야 한다’고 하시며 모든 공정을 핸드메이드로 해야 한다고 했다. 병 또한 각각을 개성을 가진 독특한 보틀로 만들기 위해 수제 왁스 봉인했다.”


중앙일보

메이커스 마크 증류소. [사진 메이커스 마크]

또한 메이커스 마크 증류소는 배럴 로테이션을 진행하는 유일한 곳이다. 270kg에 달하는 배럴 위치를 사람이 직접 주기적으로 바꾸는 이유는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배럴 간 맛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럴에 여러 종류의 우드 스테이브(맛을 내기 위한 나무판)를 넣어 추가 숙성하는 독특한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1만5000그루의 화이트 오크

메이커스 마크 위스키는 균형 잡힌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스파이시, 바닐라·캐러멜 향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오크통이다.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보리·호밀 등을 원료로 만든다. 하지만 미국 태생의 버번위스키는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간 원액을 사용하고, 안쪽을 불에 그을린 새 오크통에 담아 숙성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 안에 있던 당분이 당화돼 위스키에 녹아들고, 또 미국산 위스키만의 특징인 진한 호박색도 여기서 나온다. 같은 원액을 쓰더라도 어떤 오크통으로 숙성하느냐에 따라 위스키 맛이 달라지고, 또 숙성할 때마다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새뮤얼즈 가문은 오랜 시간 화이트 오크(백참나무)를 직접 기르고 있다.


“오크통은 버번위스키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우린 무려 1만5000개에 이르는 아메리카 화이트 오크 묘목을 1500에이커(약 607만㎡)의 땅에 심었다. 미 23개 주에서 자라는 화이트 오크 수종 500개를 30개씩 심었다. 이는 미국산 화이트 오크의 거의 모든 수종을 다룬 규모다.”

개성 더하는 바텐더와의 협업

그는 이번 방한에서 소개한 프라이빗 셀렉션 시리즈는 메이커스 마크의 커스텀 배럴 프로그램으로 더 노츠 등 국내 5개 바와 협업한 결과다. 프라이빗 셀렉션은 2015년 롭 새뮤얼즈가 개발한 최초의 배럴 커스텀 에디션이다. 국내에선 2022년 4개 업장과 협업해 처음 출시한 바 있고, 이번이 2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시리즈다.


중앙일보

국내 5개 바와 협업해 만든 메이커스 마크 프라이빗 셀렉션 시리즈. [사진 메이커스 마크]

각 바의 대표 바텐더들이 메이커스 마크에 원하는 플레이버(풍미)를 요청하는 게 프로그램의 시작. 이에 맞춰 오크통 최종 병입 단계에서 일반 배럴에서 숙성한 버번 원액에 5종의 우드 스테이브 중 10개를 조합해 넣고 9주간 추가 숙성해 완성했다. 각 바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프라이빗 셀렉션은 해당 바에서만 판매한다. 롭은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메이커스 마크의 주요 비전 중 하나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위스키 애호가들의 문화적 만족감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6.24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