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서스펜션, 움직임 감각적
운전 재미 안겨주고 연비도 향상
vs
말리부, 강력한 동력 · 편안한 주행
반응 지연 현상 적고 최고 속도 우위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와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의 최고 트림은 공통적으로 2.0L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3.0L급 6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성능이 맞먹는다. 쏘나타는 서스펜션(충격완화장치)이 단단해 차량 움직임이 감각적이다. 말리부는 강력한 동력 성능 덕분에 빠르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 현대 쏘나타 2.0 터보는 일반 쏘나타와 달리 성능 지향적인 성격이 짙게 묻어 나온다. 실내외도 한층 스포티하게 꾸몄다. 주행감각도 긴장감을 유도한다. [사진 오토뷰] |
쏘나타 2.0 터보는 245마력, 말리부 2.0 터보는 253마력이다. 최대토크는 두 차량 모두 36㎏fm 수준이다. 여기에 쏘나타는 8단 자동변속기를, 말리부는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쏘나타의 엔진 출력이 낮지만 8단 자동변속기의 이점을 살렸다.
위치추적장치(GPS) 기반 고정밀 계측 장비를 이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제로백)을 측정했다. 쏘나타는 7.81초, 말리부는 7.07초의 제로백을 기록했다. 가속에 필요한 거리도 말리부가 짧았다. 쏘나타는 123m 내외, 말리부는 약 105m의 거리에서 시속 100㎞를 돌파했다. 참고로 말리부는 19인치 휠과 타이어, 쏘나타는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사용한다. 휠이 크고 무거운 말리부 쪽이 다소 불리한 환경이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리부는 쏘나타보다 상당히 빨랐다. 비밀은 무게에 있었다. 차량용 저울을 통해 두 모델의 실제 무게를 비교했다. 쏘나타는 1588.5㎏, 말리부는 1532.5㎏였다. 쏘나타가 성인 여성 1명을 더 태운 것과 유사한 셈이다. 앞뒤 무게 배분에서도 말리부 쪽이 더 앞섰다. 말리부는 새로운 차체 설계 기술을 적용해 무게를 이전 모델보다 130㎏ 가볍게 만들었다. 가벼워진 몸집은 최신형 터보 엔진과 만나면서 이전 모델보다 더 잽싼 주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쏘나타는 달리는 재미가 있다. 스티어링휠(핸들)과 페달 감각이 묵직하다. 서스펜션도 단단하게 조율했다. 반응이 감각적이고 빠릿한 이유다. 특히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뉴 라이즈는 전후륜 서스펜션의 구조를 개선하고 강성을 증대해 기존모델 대비 안락하면서도 든든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차량의 움직임을 운전자에게 꾸준히 전달하기 때문에 과거 쏘나타와 다른 스포티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쏘나타는 동급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연비 효율성도 향상시켰다. 이런 8단 자동변속기는 다단화에 유리하지만 변속 후 실제 동력을 연결할 때 빠른 편은 아니었다. 성능보다 내구성과 승차감을 중시한 게 원인이다. 대신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적극적으로 변속할 수 있었다. 다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발생하는 터보 래그(반응 지연 현상)는 아쉬웠다.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전달한다. 하지만 빠른 달리기를 시작하면 동급 최고의 성능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오토뷰] |
말리부의 첫인상은 느긋하고 편안하다. 승차감에 무게를 실은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가볍게 반응하는 스티어링휠의 감각 덕분에 고성능 세단이라기 보다 고급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숨겨놨던 힘을 단번에 쏟아낸다. 말리부의 가속력은 현재 국산 중형 세단 중 가장 빠르다.
쏘나타와 비교했을 때 엔진 반응도 빨랐다. 터보 래그도 최소화한 느낌이다. 변속기 반응도 적정 수준이었다. 무게의 이점까지 갖춘 덕에 말리부는 체감상 쏘나타 성능을 앞셨다. 다만 패들 시프트를 갖춘 쏘나타와 달리 변속레버 상단의 버튼을 눌러 수동모드를 사용한다는 점이 아쉽다.
다음엔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자동차 경주장(서킷)에서 두 차량의 종합 성능을 점검했다. 체감이 아닌 실제로 얼마나 빨리, 잘 달릴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다.
말리부는 서킷을 한바퀴 도는 데 2분 4초대, 쏘나타는 2분 7초대가 최고 기록이었다. 0.1초의 기록이 중요시되는 서킷에서 3초라는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서킷 최장 직선로에서 기록한 최고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쏘나타는 시속 182㎞, 말리부는 시속 193㎞를 기록했다. 가벼운 무게와 더 높은 출력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쏘나타는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에 감각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바디롤(차체의 기울어짐)도 적었다.
빠른 가속력을 자랑하는 중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쏘나타와 말리부는 제동 성능도 중요하다. 측정 결과 제동 성능에선 말리부가 소폭 앞섰다. 시속 100㎞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말리부는 38.08m, 쏘나타는 39.23m 거리가 필요했다. 체감상 말리부는 부드럽게, 쏘나타는 강하게 속도를 억제시키는 느낌이었다.
제동거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반복된 제동을 버텨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두 모델 모두 우수했다. 참고로 제동거리의 오차 범위는 최대 ±3㎝ 내외다.
소음계를 이용해 정숙성도 점검했다. 쏘나타와 말리부는 고성능을 내세운 모델들이지만 중형 세단 본연의 정숙성도 갖추고 있었다. 차량이 정차한 상황에서는 말리부(36.0dBA)가 쏘나타(36.5dBA)를 소폭 앞섰고, 차량이 시속 80㎞로 달릴 때는 쏘나타(58dBA)가 말리부(59dBA)를 앞서며 엎치락 뒤치락했다.
쏘나타 2.0 터보는 과거와 다른 젊어진 감각을 앞세워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각종 편의장비도 경쟁력 있었다. 많은 질타를 받았던 스티어링 감각을 높이기 위해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R-MDPS)도 이식했다. 국내외 서킷에서의 끊임없는 담금질은 각종 부속의 내구성도 높였다. 덕분에 쏘나타는 기존과 다른 스포티한 능력을 확보했다.
이에 비해 말리부 2.0 터보는 쏘나타 2.0 터보보다 가속력이 30 마력 가량 앞선 차를 타는 느낌이다. 동급 최고 성능을 발휘하지만 일상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도 가능했다. 고급차를 타는 것처럼 유연하게 주행하다가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내달릴 수 있다는 점이 말리부의 매력이다.
오토뷰=김선웅·전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