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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교장 선생님이 망친
스타트업 정신

by중앙일보

교훈, 비전 제시없고 지켜지지도 않아

창업가는 조직원의 비전 확인해 봐야

의리는 사람 아닌 뜻과 비전서 나와

교장 선생님이 망친 스타트업 정신

비전은 세상에 끼치고 싶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영향을 말한다. [사진 Unsplash]

비전은 세상에 끼치고 싶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영향을 말한다. 직장인들이 이 생각만 하면 벌떡 일어나 일찍 출근하게 만들고, 훗날 후손들에게 왜 사업을 시작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 그러나 ‘돈 많이 벌기’는 좋은 비전이라고 하기 어렵다.

 

월급쟁이를 오래 한 사람이 창업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직원의 생각이 자신과 달라도 업무 능력만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명 착각이다.

 

“내가 저 인간이 저럴 줄 알았으면 절대 같이 일하지 않았을 거야.” 이런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상대방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서로 합치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지를 알고, 나와 얼마나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의 비전과 목적의식을 확인하는 것인데, 창업자조차 비전과 목적의식을 분명하게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뽑은 것도 나요, 같이 일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나다. 내가 뽑지 않았어도, 뽑는 일을 대신하는 사람은 내가 뽑은 사람이다. 결국 조직은 대표의 책임이다.

테슬라 창업한 머스크의 비전

현대자동차 기업가치의 2배나 되는 미국의 테슬라를 창업해 희대의 기업가라고 불리는(또는 희대의 사기꾼이라고도 불린다. 관련한 동영상을 소개한다)

BFR-Earth to Earth: BUSTED! [출처 유튜브]

일론 머스크가 2006년 8월 2일 회사에 공표한 ‘테슬라의 비밀 마스터 플랜’이라는 글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갖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비전과 목적에 관련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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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비밀 마스터 플랜. [출처 tesla] 클릭 시 해당 원문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10년 전에 공표한 비전을 예정보다 늦거나 부족하더라도 하나하나 이루어 내고 있음을 목격한다. 설령 모델 3의 생산일정 차질로 머스크의 사업 행보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창업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례로서 큰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하기에 일독을 추천한다.

 

사장이 회사의 비전과 목적을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크게 외쳐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업 전략의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라는 비전 설정이 갖는 가치에 더해, 명확한 비전을 설정함으로써 모든 기업 활동의 우선 순위 설정과 평가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통째로 사고도 100억원이 넘게 남는 기업가치를 갖는 페이스북의 비전과 목적은 ‘세상을 연결한다’이다.

 

페이스북의 모든 조직은 이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 하기에 이와 상관없는 활동은 우선순위도 떨어진다. 비전 및 목적과 상관없는 대표이사의 좋은 자가용, 멋진 사무실 등의 체면치레는 ‘세상을 연결한다’라는 비전과 무관하기에 당연히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비행체 개발 사업을 하는 이유도 이 목적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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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중앙포토]

2.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이 갖고 있는 생각을 감출 수록, 그 팀은 엉뚱하고 형편없는 결과물을 만들게 된다. 하물며 조직이 지향하는 바가 투명하고 분명히 하지 않을 때 나올 결과물은 끔찍하다. 회사가 갖는 비전을 분명하게 외쳐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게 한다면 관료적이고 비효율적 의사결정 과정이 줄어들게 된다.

 

3. 리더의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완벽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명확한 비전으로부터 기인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공표한 것을 조직 전체가 어떻게 하나하나 이루어 내고 엄청난 투자를 유치시킬 수 있었을까? 아마도 저커버그의 열정과 노력, 끈기가 있기 때문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표한 내용에 관해 창업가가 보여준 진정성이 아닐까 한다.

 

비판과 토론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시비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비전을 힘있게 외치기를 꺼린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긍정적인 힘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이고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우리보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고, 똑같은 아이디어도 많다. 그러니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훔쳐갈까 봐 두려워하기 보다는, 비전과 목적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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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리보다 좋은 아이디어도, 똑같은 아이디어도 많다. [사진 Pexels]

비전은 내가 육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원대해야 한다. 물론, 이런 비전과 목적의식을 구성원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고되다. 300여 년 전 미국 대륙에 이주한 이주민들은 첫해에 도시를 건설했다. 이주 3년 차에 10km 서쪽 숲 방향으로 도로를 건설하기로 시정부가 결정하자, 주민들은 시정부를 탄핵하기로 한다. 재미난 것은 이들 주민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는 대륙을 향해 대서양을 건너 수천 km 죽음의 항해를 감행했던 비전으로 가득했던 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험난한 도전의 과정을 겪지도 않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창업가의 비전에 열광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가진 것도 없이 함께 여정을 떠나야 하는 스타트업 구성원에게 서로의 비전과 목적의식이 합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소중하다.

한국인이 비전을 등한시하는 이유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가 비전의 중요함을 말하면서도, 실제 비전을 갖지 않거나, 갖고 있더라도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는데 실패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비전의 중요성을 실제 체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 두드러질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보아온 일상 때문이다.

 

가훈과, 교훈과 급훈은 있어도 지켜지지 않거나, 설령 있더라도 천박하기까지 한 교훈을 경험 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나라의 교육 기관은 어떨까? 여기 ‘Non Sibi (나를 위하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가진 세계적 중등교육기관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다니는 중국계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해서 화제가 된 2014년 글을 소개한다. (어느 학교가 가장 엘리트 학교인가요?)

교장 선생님이 망친 스타트업 정신

어느 학교가 가장 엘리트 학교인가요? [출처 quora] 클릭 시 해당 원문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말하는 바와 행하는 바가 다를 때 생기는 부작용과 피해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런 일이 스타트업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구성원이 이해하고 있는 기업의 비전이 창업가가 외치는 비전과 서로 일치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이를 창업가 위주가 아닌 구성원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해서 곳곳에 붙여 놓아야 한다.

 

내가 가야 할 곳을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 목적지에 더 쉽게 도달한다. 비전이 성공적인 기업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시작점인 것은 분명하다. 기업 전략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명령체계를 단순화해, 전 조직이 위임받은 권한을 비전과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면 모든 기업 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창업가 본인과 조직 전체가 목적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행복감을 갖고 일하게 한다. ‘리더는 어떻게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영상을 소개한다.

Simon Sinek-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 [출처 유튜브]

의리의 한자적 의미는 ‘옳은 뜻 義'에 '길 理'다. 의리는 사람을 향하지 않고, 뜻에 있다. 따라서 뜻과 비전이 없으면 의리도 없음이 합당하다. 조폭과 깡패 등 무도한 조직은 의리가 없는 조직인 이유다. 창업가 본인조차 뜻과 비전이 없는데 어찌 의리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한번 살고 가는 인생이다. 내가 설정한 비전과 목적을 이루면서, 동시에 이에 공감하는 사람과 함께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스타트업 창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jkim@amplus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