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증발한 신혼부부 사건, 용의자 '남편 첫사랑' 검거

by중앙일보

30대 여성 A씨 인터폴 적색수배 통해 노르웨이서 검거

남편 B씨 첫사랑인 A씨 지속적으로 아내 C씨 괴롭혀 와

부산 남부경찰서 “국내 송환되면 의혹 집중 추궁해 범죄 밝혀낼 것”

증발한 신혼부부 사건, 용의자 '남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흔적 없는 증발,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화면. [SBS 화면캡처]

부산의 15층 아파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신혼부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30대 여성이 노르웨이에서 검거됐다.

 

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A씨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 외교부와 법무부와의 공조 하에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A씨가 귀국하는 대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추궁해 신혼부부의 행방과 A씨의 범죄 혐의를 밝혀낼 방침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노르웨이로 출국한 A씨에 대해 지난 2월 인터폴(국제사법경찰)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했고 지난 8월 검거됐다. A씨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어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구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5월 발생한 부산 신혼부부 사건은 SBS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흔적 없는 증발-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으로 다룰 만큼 의문을 증폭시킨 사건이다. 2015년 11월 결혼한 동갑내기 신혼부부인 남편 B씨(35)와 아내 C씨(35)는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 15층에 살았다. 연극배우인 아내 C씨는 2016년 5월 27일 오후 10시쯤, 남편 B씨는 5시간 뒤인 28일 오전 3시쯤 귀가하는 모습이 아파트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이후 전씨 부부가 아파트를 나가는 모습은 CCTV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은 미스터리가 됐다.

증발한 신혼부부 사건, 용의자 '남편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아내 C씨(왼쪽)와 남편 B씨가 귀가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사진 SBS]

B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사라진 28일 오전부터 B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가자 식당 동업자는 “28일 오전에 ‘오늘 하루 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할 뿐이었다. 같은 시각 아내 C씨의 동료 배우들도 “공연을 못 하겠다”는 C씨의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C씨가 전화가 아닌 문자로 연락한 점, 평소와 달리 문자의 띄어쓰기가 전혀 안 돼 있어 수상했다고 동료 배우들은 증언했다. 동료 배우인 D씨가 계속해서 C씨에게 전화를 걸자 29일 오전 남편이 전화를 대신 받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실종 6일째인 2016년 6월 2일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거미줄 같은 CCTV망을 완전히 피해간 점을 수상하게 여겨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정화조·지하창고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B씨 부부의 집 안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 집 안에서 다툰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집 안에 있던 두 사람의 휴대전화·지갑·신분증·여권·노트북만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이 B씨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자 공교롭게도 실종 신고 당일인 2일 오전 8시 남편 B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부산 기장군 인근에서 꺼졌다. 아내 C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날 오후 8시 서울 천호동 인근에서 사라졌다. 같은 날 함께 사라진 부부의 휴대전화 신호가 400㎞ 떨어진 서울과 부산 기장에서 끊긴 것이다. 당시 아내 C씨는 임신 상태였다.

증발한 신혼부부 사건, 용의자 '남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흔적 없는 증발,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에서 방영된 아내 C씨의 모습 캡쳐. [사진 SBS]

경찰이 주변인 탐문에 나서자 A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A씨는 남편 B씨의 첫사랑이라고 한다. A씨가 집안의 반대로 다른 남성과 결혼했지만 지속해서 B씨를 만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혼하게 된 A씨는 B씨가 C씨와 결혼하려 하자 두 사람을 지속해서 괴롭혀왔다고 지인들은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가 C씨와 결혼하자 A씨 역시 재혼했고, 노르웨이로 떠났다.

 

하지만 A씨는 노르웨이에서도 B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B씨는 휴대전화 2대를 사용했고, 1대는 오로지 A씨와 통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B씨가 연어 참치 집을 운영한 것 역시 노르웨이에 있던 A씨가 노르웨이산 연어를 판매하라고 권유해서 그랬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전인 2016년 5월 중순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리고 A씨 부부는 출국 예정일보다 2주일 앞당긴 6월 초 노르웨이로 떠났다. 한 달 가량 한국에 머물면서 A씨는 신용카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 친정엄마에게 “아프리카 여행을 가겠다”며 현금 100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했다. 아프리카가 아닌 한국에 들어 온 A씨는 친정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B씨 부부 실종사건 배후에 A씨가 있다고 판단, 2016년 8월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노르웨이에 있는 A씨를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해 조사했다. 그러자 A씨는 노르웨이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다 2016년 12월부터 A씨가 종적을 감췄고, 경찰은 지난 3월 인터폴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 8월 A씨가 노르웨이 경찰에 검거됐다. 법무부와 외교부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며, A씨가 국내 송환되면 부산 남부경찰서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증발한 신혼부부 사건, 용의자 '남편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한국에 들어와서 가족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예정일보다 2주일이나 앞당겨 출국한 점,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노르웨이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점 등등 의심 가는 정황이 많다”며 “A씨 이외에는 B씨 부부에게 원한을 가진 이가 없어 A씨가 유일한 용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종 직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씨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실종사건 전후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집요하게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