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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쓰러진 승객들 심폐소생술로 잇따라 살려낸 버스 기사들

by중앙일보

대전 시내버스 운전사 올해 사지마비 등 응급상황 승객 아홉명 구해

신규사원부터 심폐소생술 교육시간 배정…"평소 훈련으로 대처능력 길러"

쓰러진 승객들 심폐소생술로 잇따라 살

대전 시내버스 운전사 전덕성씨가 지난달 14일 사미마비 증세로 쓰러진 승객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주무르고 있다. [사진 블랙박스 영상 캡처]

지난달 14일 오전 7시55분쯤 ‘대전버스’ 소속 314번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남학생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버스 운전사 전덕성(54)씨는 급히 버스를 세우고 바닥에 눕혔다. A씨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입술은 파랗게 변해 있었다. 심장마비는 아니었지만 사지마비 증세가 온 A씨는 숨을 쉬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전씨는 신속하게 A씨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주변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4분간 주무르자 A씨는 마비가 풀리면서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전씨의 조치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A씨는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스스로 일어났다.

 

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승객을 발빠른 응급처지로 구한 버스 운전사들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대덕구 동춘당과 중구 오월드를 오가는 314번 시내버스에서 마비증세가 온 20대를 버스 운전사가 살리는 등 올해 대전에서만 아홉 명의 승객을 버스 기사들이 구했다. 전씨는 “버스 기사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승객들의 도움이 있어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쓰러진 승객들 심폐소생술로 잇따라 살

쓰러진 승객 태운 채 응급실로 향하는 시내버스 승객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0월 31일 오전 8시10분 대전 중구청 인근을 지나던 613번 버스에서 20대 여성 승객 B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버스 운전사 정승호(37)씨는 곧바로 119와 통화를 하며 소방관의 지시에 따라 응급조치를 했다. B씨는 잠시 후 도착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지난 7월3일 대전 중구 태평동을 지나던 614번 버스에서는 70대 여성 C씨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도로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버스 기사 이진승(47)씨는 곧바로 버스에서 내려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씨는 “서너번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자 C씨가 숨을 쉬었다”며 “안전교육 시간에 배운 심폐소생술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쓰러진 승객들 심폐소생술로 잇따라 살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스쿨버스 안전교육에서 운전자와 탑승보호자들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한 남성을 구한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19일 오전 7시53분쯤 916번 버스를 운전하던 기사 김한조(63)씨는 인도에서 한 남성이 분신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씨는 곧바로 버스를 세운 뒤 버스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남성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이 남성은 전신 3도 화상을 입었으나 신속한 대응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대전시는 승객들의 생명을 구한 기사들에게 친절 및 안전 운수종사자 표창을 줬다. 또 6개월 동안 5만원씩 친절 수당을 주고 해외 연수 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전영춘 대전시 버스정책과장은 “시내버스 기사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습 위주로 강화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이들이 활약한 동영상 자료를 교육사례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일원 대전버스 사업부장은 “신규사원부터 심폐소생술 등 승객 구호조치 교육을 배정하고 강도높게 훈련을 정례화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