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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대우빌딩, 종로타워…서울 랜드마크에 간판 다는 위워크

by중앙일보

기업가치 22조 위워크, 서울ㆍ런던 ㆍ뉴욕ㆍ상하이 대표 빌딩 점령


아담 노이만과 미구엘 맥캘비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글로벌 오피스(office·사무공간)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WeWork)’의 확장세가 무섭다. 위워크는 한국 진출 2년 만에 지점을 10곳으로 늘렸다.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 빌딩들이 잇따라 위워크 간판을 달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서울 주요 거점 지역에 거의 매달 지점을 여는 중이다. 특히 서울 강북의 상징성을 가진 대형 빌딩들에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우빌딩, 종로타워…서울 랜드마크에

2010년 뉴욕에서 '위워크'를 공동창업한 미구엘 맥캘비 최고문화책임자(왼쪽)와 아담 노이만 최고경영자. [사진 위워크]

2016년 8월 삼성동 인근 강남역점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현재 운영 중인 6곳을 포함해 9월까지10곳으로 지점을 늘리겠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중 절반이 강북에 있다. 지난해 2월 을지로의 신축 빌딩 대신파이낸스센터에 들어선 을지로점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경복궁 바로 앞 더케이트윈타워에 광화문점을, 여의도에선 휴렛패커드(HP)건물에 이달초 지점을 열었다.

 

다음 달에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에도 2300여 명이 쓸 수 있는 대형 지점을 오픈한다. 올해 9월엔 서울 종로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에 8개층을 쓰는 종각역점이 생긴다. 한국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자리인 종로타워는 종로의 대표적인 고층빌딩이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했다. 숙박ㆍ자동차 공유경제 스타트업인 에어비앤비(2008년)ㆍ우버(2009년)와 비슷한 시기다. 최고경영자(CEO)인 아담 노이만은 2008년 뉴욕에서 공유오피스 개념의 ‘그린데스크’를 운영하다가 2010년 디자인을 전공한 미구엘 맥캘비와 위워크를 공동 창업했다.

대우빌딩, 종로타워…서울 랜드마크에

서울 을지로 대신파이낸스센터에 있는 위워크 을지로점.

이들은 오피스 커뮤니티, 즉 ‘공동체’를 위워크의 가장 큰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입주자들이 위워크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정보와 사업 기회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기존 고급 소호 오피스 임대 업체들이 입주사들 간 철저히 분리된 공간과 보안을 강조한 것과 차별화한 것이다. 위워크 관계자는 “위워크 글로벌 멤버의 70%가 직·간접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워크의 ‘커뮤니티’ 지향 정책은 이스라엘 키부츠(생활공동체 농장)에서 여동생과 유년 시절을 보낸 아담 노이만 최고경영자(CEO)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미구엘 맥캘비도 싱글맘이었던 엄마가 친구들과 만들었던 공동육아 커뮤니티에서 자랐다고 한다.

 

맥캘비도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미래 일자리의 핵심으로 ‘커뮤니티(Human Connection)’를 강조했다. 사회가 자동화할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이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위워크의 모든 오피스를 카페처럼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맥캘비는 “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창업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에겐 기존 형태의 업무 공간·방식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위워크는 현재 21개국 71개 도시에서 지점 242곳의 지점을 운영한다. 입주 기업이 2만곳, 멤버십 가입자가 21만명이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지점은 전세계 149곳, 가입자는 12만명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위워크의 2016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였다. 급성장세와 함께 기업가치는 지난해 초 13조원에서 현재 22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위워크의 로켓 성장세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의 눈에도 들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위워크에 44억 달러를 투자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설계 기술을 쥔 ARM 같은 기술 플랫폼 기업도 인수하지만 우버(100억 달러)와 위워크 같은 스타트업에도 거액을 붓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는 “우버나 위워크는 단순히 공유경제 서비스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움직이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벤처투자업계에선 아담 노이만 대표가 지난해 “기업공개를 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만큼, 위워크의 기업공개(IPO)에 주시하고 있다.

 

서울처럼 뉴욕ㆍ런던ㆍ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도 위워크가 랜드마크 빌딩에 속속 간판을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위워크는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 5번가의 로드&테일러 백화점 빌딩을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1826년 문을 연 미국 내 최장수 백화점의 본사 빌딩이 8년 차 스타트업에 넘어 갔다. 아마존이 주도하는 전자상거래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영국에선 건축가 제임스 스털링이 지은 ‘넘버 원 폴트리’ 건물에, 상하이에선 내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위워크 지점이 상하이국제센터에 들어선다.

대우빌딩, 종로타워…서울 랜드마크에

이런 곳에서 누가 일할까. 젊은 밀레니얼 세대와 스타트업들의 공간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2016년 위워크는 매출의 25%를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들에서 벌었다. 입주사의 30%는 포춘 500대 기업이다. 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ㆍIBMㆍ삼성ㆍKPMG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위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나금융ㆍ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대기업 신사업 준비팀들이 위워크에서 일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각국 사무소를 낼 때 위워크 현지 지점을 선호한다.

 

오피스 공유 시장이 커지면서 로컬 공유오피스 스타트업도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패스트파이브가 2015년 4월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중국 스타트업 네이키드 허브는 상하이ㆍ베이징ㆍ홍콩을 넘어 베트남 하노이ㆍ호찌민까지 진출했다. 일본에선 위워크와 소프트뱅크그룹의 합작벤처가 사업 중이다. 오피스 자산관리업체인 태경파트너스 박대범 본부장은 “국내외 공통적으로 기업들이 오피스 구매ㆍ관리 같은 고정 비용을 줄이려는 흐름이라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 트렌드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