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은 오래 지켜본다. 연애도, 연기 변신도

[컬처]by 중앙일보

올여름 유일한 한국 멜로 ‘너의 결혼식’

첫사랑 소녀 역 주연 박보영 인터뷰

판타지 아닌 현실적 연애담은 처음

살인자·사이코패스 역도 도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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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하는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은 올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한국 로맨스다. ‘국민 여동생’ ‘뽀블리(박보영+러블리)’란 애칭이 익숙한 배우 박보영(28)이 한 남자가 청춘을 다 바쳐 사랑한 첫사랑 역으로 주연에 나섰다. 그런데 그가 연기한 승희는 여느 청순가련형 첫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에 눈멀기보단, 자신의 능력으로 야무지게 행복을 쟁취해나가는 독립적인 성격이다. 한편으론 그가 ‘로코퀸’ 수식어를 얻었던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힘쎈 여자 도봉순’(2017)의 솔직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를 이어간다.

서울이 찜통 같던 9일 삼청동에서 만난 박보영은 “조금의 반항심이 있다”면서 “저를 자꾸 여리고, 지켜줘야 할 것처럼 느끼실 역할 말고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영화는 고등학교 때 전학 온 승희에게 첫눈에 반해 죽자 사자 대학까지 쫓아갔던 우연(김영광 분)이 성인이 되어 승희의 청첩장을 받곤 둘의 과거를 돌이키며 시작된다. 짠한데 키득대며 보게 되는, 꼬이고 꼬인 연애사다.


그는 “현실적인 연애를 연기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드라마에서 워낙 판타지스러운 사랑을 많이 했어요. 영화 ‘늑대소년’(2012)에선 늑대랑 사랑했죠. 귀신에 빙의 돼서 사랑하거나(‘오! 나의 귀신님’), 힘이 너무 세거나(‘힘쎈 여자 도봉순’)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하고 싶었죠. 싸우는 장면에선 ‘남친’한테 서운한 걸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재밌게 공감하며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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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교복 입은 학창시절부터 순백의 신부가 된 모습까지 10년 남짓을 소화했는데.


A :

“이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한 게, 옛날엔 애기 얼굴에 화장한 것처럼 어색할까봐 성숙해 보이려고 애썼는데, 이번엔 어려 보이려고 부단히 애썼다. 관객들이 학생 때 얘기에 빠져들도록 뾰로롱 마법을 걸어야 하는데 제가 봐도 안 풋풋하더라(웃음). 교복 입는 연기는 이걸로 끝인 것 같다.”


Q : 우연은 전학 온 승희한테 첫눈에 반한다. 누군가를 설레게 만드는 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A :

“전 첫눈에 반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무슨 느낌일까 궁금했다. 영화에서 우연이 3초 동안 멋져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아 이런 건가?’ 싶더라. 우연이 반할 수 있게 등장만 잘하면 되겠다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전교생이 다 승희한테 반해서 찾아오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감독님과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다.”


Q : 두 사람이 감정을 키워가는 고교시절은 한없이 달달하다.


A :

“승희와 우연이 설렜던 순간은 저도 똑같이 설렜다. 김영광 오빠가 바닷가 뽀뽀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왜 꼽았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이 감정도 중요한데 배경, 공기도 무시 못 하잖나. 강릉 (주문진) 바닷가가 정말 로맨틱했다. 해지기 전 무렵 둘이 바다 바라보며 파도소리 듣고. 춘천에 있는 (산토리니) 종탑도 노을 질 때를 기다렸다가 촬영했는데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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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 김영광은 하이틴 로맨스 영화 ‘피끓는 청춘’(2015)에서도 박보영을 짝사랑하는 ‘일진’ 역할로 호흡을 맞춘 데 이어 두 번째 만남. 사실 ‘너의 결혼식’은 철저히 그가 연기한 우연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사랑의 단맛만 보여주진 않는다. 우연의 순애보에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승희는 야속하게도 그려진다. 박보영은 “우연에 비해 승희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적다고 느꼈다. 승희가 그냥 나쁜 애로만 보인다면 제가 설득에 실패한 것”이라며 “V앱(포털사이트 라이브 방송 서비스)에서 승희가 왜 그랬느냐면요, 하면서 혼자 두 시간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제일 좋았던 대사론 승희가 듣는 줄 모르고 결정적 말실수를 한 우연에게 그가 “네가 그 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을 것 같다”며 돌아서는 대목을 꼽았다. “남자분들은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던데, 승희한텐 우연이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엄청난 배신이에요. 이 대사를 보곤 옛날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구나, 싶었죠.”




Q : 실제 연애 스타일은.


A :

“사귀기 전까지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스토커처럼(웃음). 정신건강은 괜찮은지, 공감대는 많은지. 배울 게 많고 성숙한 사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한테 혹한다.”


Q : 첫사랑에 정의를 내린다면.


A :

“물음표다. 아직 첫사랑을 못해본 것 같다. 그렇게까지 마음에 계속 남거나 그가 첫사랑이었어, 이런 건 없었다. 빨리 찾아오면 좋겠다. 첫사랑도, 아픈 이별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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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2006)으로 배우 데뷔 이래 박보영은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출세작은 822만 관객이 본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2008). 여섯 살 아들을 둔 억척스런 비혼모라는 꽤 파격적인 역할이었음에도 앳된 외모와 순수한 매력으로 ‘국민 여동생’에 등극했다. 이후 주로 사랑스러움을 부각한 로맨스물로 각광받았다. 짝사랑에 빠진 고등학생 일진(‘피끓는 청춘’), 생체실험에 휘말리는 소녀(‘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생선인간이 된 남자친구를 팔아 관심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여자(‘돌연변이’) 등 영화에선 다양한 장르?캐릭터로 변주를 꾀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저조했다.


“옛날엔 엄청 부정했어요. 평소에 그런(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닌데 자꾸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저한텐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막 더 얘기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냥 좋아해 주시는 거,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예전엔 키 작아 보이는 게 싫어서 킬힐도 많이 신었는데 발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이젠 운동화만 신어요.”


“포기하니까 편해졌다. 받아들여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그는 변화를 놓진 않은 듯했다. “승희를 통해서 제가 가진 까칠한 면을 이만큼 키워서 보여드린 것처럼, 뭘 하든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는 안 할 것 같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엄청 많죠. 살인자?사이코패스…. 여성 배우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도 멋질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좋아해온 김해숙 선생님과도 엄마와 딸 같은 전형적인 관계 말고 누아르?액션 같은 장르의 색다른 역할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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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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