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 애신이 총포술 익힌 용유담 계곡

[여행]by 중앙일보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은 지리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오고 가는 길에 들리는 여행지다. 국내 최대의 평지 숲인 상림이 있고 지리산 주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 좋은 오도재 고개, 고풍스러운 정자와 아름다운 계곡이 어우러진 화림동 계곡 등 언제 찾아도 좋은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 함양을 찾는 재미가 더해졌다. 지리산의 대표적 절경지인 용유담과 100년 이상 된 고옥들로 이뤄진 개평한옥마을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드라마 ‘토지’ 이후 함양이 또다시 핫한 여행지로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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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으로 간 한 소년이 미 해군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되어 조선에 주둔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유진 초이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과의 애틋하면서도 장엄한 연애사가 주요 줄거리를 형성한다.


조선말이 배경인 이 드라마에서 고애신의 집으로 오래된 한옥이 등장하고 주변 한옥들과 골목, 돌담 등이 고풍미 넘치게 표현되어 있다. 이곳은 대진고속도로 지곡IC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인 개평한옥마을(함양군 지곡면)이다.


드라마에서 고애신의 집으로 나오는 한옥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 고택이다. 솟을대문을 비롯해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당, 사당 등이 있는 등 전형적인 경상도 양반집 형태여서 드라마 ‘토지’에서는 최참판댁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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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 앞으로 사랑채가 위엄있게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 누마루 앞에 수령 300여년 된 구부러진 노송이 고택의 품격을 높여준다. 그 옆으로 전나무 한그루가 하늘 높이 당당하게 솟아있다.


사랑채 왼쪽 처마 아래에는 극 중 고애신의 할아버지 고사홍(이호재 분)이 사랑채 문을 열고 나와 마당에 서 있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를 내려다볼 때 뒤편에 보이던 문헌세가(文獻世家)라고 적은 현판이 또렷하다.


안채로 통하는 작은 중문으로 유진 초이의 방문 소식을 뒤늦게 알고 달려 나오는 고애신의 모습이 아련하다. 담장 아래 정원 한 쪽에 고애신과 유진 초이의 애틋한 사랑을 말해주듯 잎이 진 뒤 꽃이 피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고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가 보랏빛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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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노씨와 하동정씨가 주로 사는 마을에는 정여창 고택을 비롯해 하동정씨 고가, 오담고택, 노참판댁 고가 등 60여채의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선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다.


이곳은 530년 전통의 가양주인 지리산솔송주가 유명하다. 하동정씨 문중에 대대로 내려온 솔잎으로 담근 술로 1997년 후손들에 의해 복원,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일두고택 앞에 솔송주의 역사와 제조과정 등을 알려주고 시음도 할 수 있는 솔송주문화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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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머리를 위로 묶어 상투처럼 틀어 올린 고 산과 계곡 등지에서 총포술을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계곡에서 총포술을 익히는 장면에선 기암괴석과 맑은 물, 주변의 높은 산 등이 단아함 속에 비장함을 감춘 고애신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롭게 표현됐다. 유진 초이를 만나게 된 장소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촬영된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국적 아름다움까지 느껴진 이곳은 지리산 용유담(龍遊潭) 계곡(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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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유림면과 마천면을 잇는 60번 도로 옆에 있는 용유담은 지리산의 맑은 계류가 억겁의 세월 동안 흐르며 깎고 다듬어 빚은 하얀 바위들이 장관이다. 마치 인위적으로 깎은 듯 오목하고 볼록한 반석 같은 바위들에는 전설도 깃들여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놀던 곳이라 용유담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아홉 마리의 용과 함께 마적도사가 살았다. 어느 날 마적도사가 용들이 다투는 소리 때문에 아끼는 나귀가 죽어가는 것을 모르고 장기들 두다 뒤늦게 알고서 크게 질책하며 장기판을 던져 용들을 용유담에서 쫓아냈다. 이때 던진 장기판 조각들이 용유담 주변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홉 마리의 용이 놀던 곳이라 용유담이라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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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용유담은 금계~의중마을~용유담~세동마을~동강마을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 4코스에 속해있으며, 용유담과 세동마을 사이 옛길을 따라 용유담의 전설을 알려주는 전설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용유담은 지리산 백무동, 칠선계곡이 합쳐져 산청 경호강으로 흐르는 엄천강 상류에 속해 있는데, 이곳 일대에 지리산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개발과 보존을 두고 수년째 논란을 빚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 용유담을 포함한 휴천면·마천면 일대 4.2㎢가 물에 잠기게 된다. 댐 건설 계획으로 인해 지리산의 대표적 절경임에도 국가명승지 지정에서도 제외됐다.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는 절경이기에 시간 될 때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 할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감동과 함께.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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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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