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원의 심스틸러]백반부터 피맥까지…백종원의 절대미각

[컬처]by 중앙일보

‘골목식당’서 맞춤형 솔루션 제공

‘고수외전’ 해박한 음식 지식 빛나

‘마리텔’로 예능 입문, 전천후 활동

본인 장사도 엄격한 언행일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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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백종원(52)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그가 예능인으로 이렇게 오래 장기집권할 줄은 미처 몰랐다. 넉살 좋은 눈웃음에 충청도 사투리 섞인 구수한 입담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해도 모든 음식에 설탕 툭툭 털어 넣는 ‘슈가보이’로는 한계가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세 시즌에 걸쳐 방영된 tvN ‘집밥 백선생’(2015~2017)에선 따라 하기 쉬운 요리법으로 전국의 모든 요리 초보를 구원했고, SBS ‘백종원의 3대 천왕’(2015~2017)으로 팔도강산에 소문난 맛집을 샅샅이 훑으면서 보다 맛있게 먹는 팁을 전수했다. TV에 출연하는 여느 요리사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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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가 보인 행보는 더욱 놀랍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필두로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 등 3개의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그 안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골목식당’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에 나선 사업가로서의 장기가 부각된다면, ‘푸드 파이터’는 해외 맛집을 돌아다니며 요리를 연구해온 사람다운 박식한 지식이 두드러진다. ‘홍콩반점 0410’ 등 중식당 체인도 오래 운영해온 그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ㆍ태국에서도 남다른 먹성과 지성을 겸비해 먹방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골목식당’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닥칠 때마다 탁월한 돌파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막 넘어온 방송 초반에는 “왜 연예인 장사 도와주는 걸 봐야 하냐”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푸드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제기한 막걸리 방송 조작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백종원 한 사람의 입맛이 대중을 대표할 수 없다는 지적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주변 상인을 초청하고 다수가 참여한 투표 결과를 통해 자기 생각을 입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음식 장사는 통계의 싸움”이라는 지론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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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시작한 청년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백종원.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SBS]

‘골목식당’이 처음 방문한 이대 꽃거리 삼길부터 현재 방송 중인 여덟 번째 골목 성내동 만화거리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매번 달랐다. 저마다 고집을 가진 사장님과 대립이 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그사이 백반집부터 피맥(피자+맥주)집까지 각양 각색의 음식을 다루는 가게들에 저마다 맞춤형 솔루션을 처방했다. 덕분에 그가 한식ㆍ중식ㆍ일식ㆍ양식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결코 아닌데도, 답보하는 혹은 막혀 있는 가게들이 그 벽을 뚫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동반자라는 데는 이견이 사라졌다. 오죽하면 다들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를까.

‘골목식당’과 ‘고수외전’을 병행하면서 그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졌다. ‘골목식당’이 그가 지난 25년간 쌓아온 장사 노하우와 실전 팁을 방출하는 시간이라면, ‘고수외전’은 세계 유명 셰프들이 한식에 자신들의 노하우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그 또한 새로운 배움을 채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전통 장’을 주제로 대결하는 5회에서 강원도 팀이 들고나온 버섯을 보고 백종원은 “설마 까치버섯이냐”고 놀라워하며 “참싸리ㆍ까치ㆍ밤버섯은 양식이 안 돼서 강원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고 부연했다. 이란 샤프란이나 멕시코 몰레 등 낯선 재료가 나와도 척척 설명하며 참신한 조리법에 감탄하곤 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국·캐나다·멕시코·이탈리아·벨기에 등 해외 셰프들과 한식의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본인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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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대첩-고수외전'에서 해외 셰프들의 레시피에 감탄하고 있는 백종원. [사진 올리브]

그렇기에 그는 방송 출연으로 바쁜 와중에도 본업을 충실히 이어간다. 더본코리아 대표로서 ‘한신포차’ 등 30여개 국내외 브랜드를 운영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롤링파스타’를 테스트 브랜드로 추가했다. 이 역시 그의 장사 철학을 충실하게 따랐다. “함부로 창업하면 안 된다”는 지론대로 가맹점 사업 시작 전 메뉴와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단계임에도 “음식은 비싸면 안 된다”는 말을 실천해 파스타 4500원, 피자 6000원의 가격대로 벌써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2년 전 국정감사에서 문어발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는 자신의 장사 터전인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을 떠나 종로ㆍ건대ㆍ이수 등 새로운 상권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지역 상인의 경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만큼의 활기를 잃은 상권을 찾아 나서고 작은 골목보다는 먹자골목에서 새 판을 벌림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달 다시 국정감사에 참석한 그는 “프랜차이즈는 학원 같은 곳”이라며 “자유경쟁 시대에 가맹비 들여서 과외받고 독학하는 게 뭐가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국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무료 과외를 제공하고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골목식당’과 ‘고수외전’ 다음은 무엇일까. 뭐가 될진 몰라도 뼈가 되고 살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예의 슈가보이를 넘어 쓴소리 작렬하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진화하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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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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